집을 사서 클로징 하는 과정에서 은행이 크레딧 조사를 한 결과 아내의 이름이 거의 10가지가 넘고 블랙리스트에 올려져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모두가 동명이인이었는데 그 중에는 부도수표를 발행해서 경찰의 수배대상이 되어 있는 사람도 있었고 대부분이 부채 때문에 생긴 신용 불량자였다.
이것은 아내의 이름이 아주 흔한 한국 이름이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특히 미국식으로 이름의 둘째 글자를 이니셜로만 표시할 경우에는 더 많은 동명이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신용 조회에서 같은 이름 때문에 이런 혼란이 일어나는 경우는 흔한 일이지만 사법경찰이나 법원에서도 똑같은 이유로 많은 문제가 생긴다. 최근에 한 중국여인이 여행에서 돌아오다가 JFK 공항 입국수속 과정에서 비슷한 이름이 범죄자 수배명단에 올라 있어 범인으로 지목되어 구속되었다가 범인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을 때까지 무려 8일 간이나 형무소에 갇혀 있어야 했던 사건이 있었다.
더구나 이 여인의 이름은 수배자 명단에 있는 이름과는 그 중간 글자도 달랐고 생년월일 소셜 시큐리티 번호 주소지 등 모두가 틀리는데도 불구하고 절도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뉴저지의 버겐 카운티에서 피해자를 면담시켜서 다른 사람이라는 확인이 될 때까지 구속되어 있던 불행한 사건이었다. 이 때문에 이 여인은 관계 정부기관을 상대로 손해 배상 소송을 시작했다는 뉴스다.
형사법원에서도 이런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 40대의 미모의 한인 부인이 이웃과의 말다툼 끝에 체포되어 법원에 입건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비슷한 나이의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 롱아일랜드 낫소 카운티 법원에 의해서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있다는 기록이 나왔다.
법원은 이런 이유로 이 여인을 낫소 카운티로 범인인도 절차를 거쳐 신병을 인도하게 되었는데 입건 재판 날 바로 풀려나지 못하고 낫소 카운티 집달리에 이끌려 수갑과 포승으로 묶인 상태로 신병이 인도되는 망신스런 사건이었다. 당연히 이 날 바로 풀려날 것으로 알고 와 있던 남편에게 이 난데 없는 사태에 관한 자세한 내막을 설명해 줄 수 없어 나 또한 크게 당황하게 되었다.
낫소 카운티에서 발행한 체포 영장의 범인 이름이 비슷해서 생긴 일이라고 설명은 했지만 죄목이 매춘조장 혐의와 또 다른 매춘혐의로 재판을 받던 중에 도망 간 사건이라는 설명은 해 줄 수가 없었다. 통역인의 직무상 그 가족에게 설명해 줄 수도 없었지만 이 여인이 의외로 미모였던 탓으로 만에 하나 같은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기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죄목을 남편 되는 사람에게 알려 줄 수가 없었다.
법원에서 한인들의 이름 때문에 많은 문제가 생긴다. 한국인의 이름이 항렬자를 쓴 탓으로 모두 비슷한데다 많은 경우에는 경찰이 틀리게 쓴 본인의 이름을 정정하지 않고 그냥 사건을 끝낸 경우에 뒷날 사건 처리 증명을 받을 때에 문제가 생긴다.
예를 들어 ‘김 영 X’라는 이름은 아주 흔한 한국인 이름인데 법원의 기록으로는 ‘Young Kim’ 또는 ‘Young (X) Kim’ 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이 이름을 컴퓨터에 조회해보면 백 명이 넘은 사람의 명단이 나온다.
그러면 다음 단계로 생년월일을 조회해서 본인인가를 확인하는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런데 문제가 되는 것은 경찰에 체포되었을 때 고의로 가짜 이름과 생년월일을 대는 사람의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후에 사건 종결 증명을 받으려면 가짜 이름의 신분증명이 없기 때문에 지문조회 절차를 거쳐야만 본인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에 남다른 고생을 하게 마련이다. 경찰에 체포되면 지문 채취를 하게 된다. 그러므로 아무리 가짜 이름 가짜 생년월일을 쓰더라도 신상의 체포 기록을 감출 수는 없고 위에 말한 헛고생만 자초하게 된다. 가짜 이름과 생년월일을 사용해서 기록을 감출 수 있을 정도로 미국의 사법기관이 어수룩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박중돈/법정통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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