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헬기편으로 레바논에서 사이프로스로 철수하는 한 미국인 여성이 아기를 달래고 있다. 레바논에는 현지 대사관에 등록된 8,000명을 비롯, 2만5,000여명의 미국인이 체류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헤즈볼라 보유 로켓
헤즈볼라-장기전 속수무책
이스라엘-수주간 공세계속
■ 휴전·중재 양측 입장
개인간의 몸싸움이 벌어지면 으레 뜯어말리는 사람이 나서듯 국가간의 무력충돌이 발생할 때에도 예외 없이 협상 중재국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우선 국제기구인 유엔이 양측에 자제를 호소하고 미국, 러시아, 중국과 유럽의 강호들이 이런저런 제안을 내놓으면 분쟁 당사국들은 못이긴 척 총질을 멈추고 한발 뒤로 물러서는 것이 정석이다.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로켓 공격과 공습으로 난타전을 벌이면서도 나름대로 주변의 종전 요청을 받아들일 시점을 계산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점찍은 ‘적정시점’에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란과 시리아가 뒤를 보아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레바논의 정규군이 아니라 일개 정파의 사병조직에 불과한 헤즈볼라로선 이스라엘의 총공세를 당해낼 재간이 없다. 단기전이야 버텨낸다 하지만 장기전으로 이어지면 속수무책이 되고 만다.
따라서 헤즈볼라의 최고 지도자이자 시아파 성직자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이번 주 안에 정전합의가 이루어지길 내심 원하고 있다. 국경을 넘어 이스라엘군 2명을 납치하는 계산된 도발을 통해 이스라엘군의 보복을 유도함으로써 이미 얻을 것은 거의 다 얻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제 ‘치명타’를 맞기 전에 서둘러 ‘시합’을 끝내는 것이 최상책이다.
아랍권의 입장에서 보면 나스랄라는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들을 학살하는 이스라엘에 단신으로 맞선 ‘영웅’이다. 북한과 함께 ‘악의 축’으로 낙인찍힌 이란과 시리아는 물론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 등 중동의 대국들이 침묵하고 있는 가운데 일개 민병대로 이스라엘과 ‘맞장 불사’의 힘과 기개를 보였으니 아랍인들이 환호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덕분에 헤즈볼라는 유엔 결의안 1559에 따라 무장을 해제하라는 연합정부 파트너들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반면 이스라엘의 속셈은 다르다. 이번 기회를 살려 남부 레바논의 헤즈볼라 거점을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공세를 계속한다는 계산이다. 이스라엘군 합참차장인 모세 카플린스키 중장이 18일 “앞으로 수주간 공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같은 밑그림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입장에서도 마냥 싸움을 계속할 순 없다. 시간이 지날수록, 또 민간인의 피해가 늘어날수록 국제사회의 여론이 날카로워질 게 너무도 뻔하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의 이런 입장을 헤아린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양측에 정전 압력을 가하지 않은 채 관전자의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자위권 행사로 규정한 그는 사태해결을 위해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을 현지에 파견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나스날라 헤즈볼라 지도자.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이스라엘 진격 시사
시리아-이란 긴장
■ 지상군 들어가나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공방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이스라엘이 남부 레바논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어떤 식으로건 끝장을 보겠다”는 의지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제공권을 독점한 이스라엘은 연일 헤즈볼라의 군시설물과 기간시설들을 겨냥해 공습을 가하고 있지만 지상군을 투입할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국방장관인 아미르 페레즈와 모세 카플린스키 합참차장은 18일 “레바논에 지상군투입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카플린스키 합참차장은 이에 앞서 앞으로 수주간 공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헤즈볼라의 지도자인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도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는 17일 “우리는 이스라엘 지상군의 진격을 기다리고 있다”며 그들을 위해 깜짝 놀랄 준비를 해두었다”고 큰소리를 쳤지만 속으론 국제사회가 이스라엘군의 북진을 막아주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스라엘 지상군 투입은 헤즈볼라의 완전한 축출을 의미하는 동시에 레바논이 이스라엘의 영향권으로 편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되면 헤즈볼라라는 입술을 잃은 시리아의 이빨이 시릴 수밖에 없다.
이란에게도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은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핵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처신하기 쉽지 않은 이란은 레바논 사태가 이쯤에서 정리되기를 바라고 있다.
대부분 단거리 로켓
공습에 갈수록 약화
■ 헤즈볼라 미사일 보유실태는
헤즈볼라의 주무기인 로켓의 성능은 어느 정도이고 또 이들을 얼마나 갖고 있을까.
헤즈볼라가 보유한 카추샤는 2차 대전 당시 소련이 사용하던 구식 단거리 로켓으로 사정거리도 최고 12마일 정도에 불과하다. 레바논 남부 국경지역에서 발사해야 그나마 이스라엘 지역에 떨어진다. 탄두도 작아 파괴력 역시 미미하다.
이들이 하이파에 발사해 재미를 본 미사일은 이란제 Fajr3로 사거리는 28마일. 하이파는 레바논국경에서 27마일 남쪽에 위치한다. 탄두에 99파운드의 폭약을 장착할 수 있다.
반면 해상봉쇄에 나선 이스라엘 함선 두 척에 큰 손상을 입힌 C-802 크루즈 미사일은 탄두에 384파운드의 탄약 적재가 가능하다. 그러나 헤즈볼라가 C-802 미사일을 몇기나 갖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이 가장 우려하는 헤즈볼라의 보유 무기는 이란제 젤잘 미사일로 62마일의 사정거리에 1,323파운드의 탄두를 장착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국은 헤즈볼라가 총 1만3,000기의 미사일을 지니고 있으며 이중 1만1,000기가 단거리 로켓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이파 이남을 겨눌 수 있는 미사일이 대략 2,000기 정도 된다는 결론이다.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의 보복공습이 시작된 이후 하루 150기씩 쏘아대던 미사일을 17일과 18일에는 40기 정도로 줄였다. 주변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발사대의 상당수가 파괴됐고 로켓 역시 20~30% 가량 소진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해상봉쇄가 진행중이고 이스라엘이 완전히 제공권을 장악한 데다 미국이 이란과 시리아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헤즈볼라로서는 이들로부터의 추가 무기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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