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젊은 시각 2030
▶ 복준영 <힐리오 마케팅 이사>
최근에 침대를 구매하면서 고객만족을 위한 사후 서비스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달았다. 대형 백화점에서 아이의 침대를 구매했는데 주문하고 약 10일 후에 집으로 배달이 되었다. 배달된 침대 포장을 개봉해보니 문제가 있었다. 매트리스의 실밥이 좀 터져 있었고 주문한 매트리스와는 다른 프레임이 도착하였다. 프레임은 배달 직원들이 규격에 맞는 프레임을 다시 갖다 주기로 자신들 노트에 기록하고 나에게 확인서를 주었다.
매트리스 실밥이 터진 것에 대해서는 고객센터에 문의를 해보라는 말뿐 자신들이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도 그럴 수 있겠지 라는 생각에 백화점 영수증의 고객센터에 전화를 하였다. 고객 센터 직원은 친절하게 전화를 받더니 계속 담당자를 돌리는 것이었다. 그러다가 그만 전화가 끊겨버렸다.
다시 전화를 했더니 이때까지 상담원에게 불러 주었던 구매 정보는 사라지고 새로운 직원이 다시 처음부터 확인하는 과정과 함께 담당자를 찾는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약 40분이 지났을까? 상담직원으로부터 백화점에 연락해서 터진 실밥에 대한 조치를 취해 주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 후로 1주일, 아무런 연락이 없어 다시 고객센터에 전화를 해보니 내가 제기한 이슈는 온데 간데 없고, 고객센터에서 담당하는 일이 아니니 직접 판매한 백화점의 판매직원과 얘기해 보라는 것이었다. 하도 기가 막혀서 도대체 고객센터의 업무가 무엇이냐고 항의했더니 미국 고객센터에서 항상 하는 말인 ‘I am sorry’ 만 기계음처럼 돌아가는 것이었다. 한번의 사건으로 모든 것을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미국 고객서비스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한국에는 네트워크·보안 장비업체인 기상시스템이란 곳이 있다. 1990년 설립된 국내 정보기술(IT)벤처의 1.5세대다. 97년 경제위기와 벤처 버블이 붕괴될 때도 이렇다 할 타격을 받지 않고 꾸준히 성장해온 벤처다.
설립 이후 16년간 적지 않은 주변 환경 변화에도 불구하고 기상시스템이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한 비결은 무엇보다 자체 기술력과 독자적 영업력, 그리고 철저한 고객 사후 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 기상 시스템의 사장은 그 회사의 성장과 가장 큰 경쟁력은 철저한 고객관리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고객의 사후 관리를 위하여 기상시스템은 ‘24시간 365일 헬프 데스크’라는 고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라도 고객이 불편을 호소하면 달려가 해결하기 위해서다. 고객들은 구매를 결정하기 전에 성능을 시험해 보고 싶어 한다. 기상시스템은 이 ‘데모 데스트’에 상당한 공을 들인다고 한다.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첫 관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이 회사에서 있었던 일련의 고객서비스가 머리속을 스친다. 지난 2월 한 국제 특송업체에 장비를 납품할 때였다. 장비를 설치해야 할 곳이 중국과 미국이어서 데모 테스트를 직접 할 수 없어 현지 환경을 전화로 듣고 장비를 구성해 중국 상하이와 미국 LA에 발송했다. 그런데 LA와의 시간 차이가 문제였다. LA 현지 고객사 직원이 출근하자마자 작업할 수 있도록 하려면 서울에서는 새벽 2시에 작업을 해야 했다. 고객이 전문지식 없는 상태에서 장비 설정 하나하나를 확인해 가면서 현장을 조정해야 했고,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아 결국 새벽 6시가 돼서야 상황은 종료됐다.
한국이 IMF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그리고 인터넷 열풍을 통하여 성장한 것이 한가지가 있다. 그것은 고객 사후 관리와 체계적인 시스템 경영이다. 이것은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다. 바로 고객을 상대하고 대하는 ‘태도의 문제’다.
오늘도 나는 미국의 고객서비스가 진정 고객을 위해 달라지는지 지켜보기 위해 그 백화점 고객센터와 판매점 양쪽에 전화를 돌리고 있다.
복준영 <힐리오 마케팅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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