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취재 - 한인식당 이대로 좋은가 <1> 위생단속 현장을 가다
한인타운내 유명 순두부 식당의 영업 정지(본보 6월 30일 A-1면) 보도가 나가면서 본보에는 식당들의 위생 실태를 고발하는 한인들의 전화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본보 웹사이트에는 관련 기사에 댓글이 봇물처럼 쏟아지는등 그동안 한인들의 식문화를 주도해온 한인 식당들의 각종 문제점이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본보는 LA카운티보건국 협조로 한인 식당들의 현주소 집중 점검에 나섰다. 조사관과의 동행취재로 시작해 LA시 및 카운티 내 565개 한인식당들의 위생 및 서비스 상태, 등급, 위반 사항 등에 대해 4회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조리된 요리 방치
바닥에 널린 식재료”
1시간반 걸친 점검
위생불량 24점 감점
11일 오후 1시 20분 윌셔가에 위치한 고층빌딩 지하 한인 식당. LA카운티 보건국의 특별 지시로 멀리 샌타클라리타 지구에서 파견된 이경옥(38) 식품위생검사 사무소장은 업소에 들어서자마자 업주에게 실사를 통보한뒤 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위생점검에 돌입했다. 보건국은 본보의 동행 취재를 위해 이 소장을 특별 배정했다.
이 소장은 보건국이 규정하는 위생 점검 리스트(매뉴얼)에 따라 조목조목 점검에 나섰다. 매뉴얼은 5개 섹션에 걸쳐 총 100개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이 식당은 지난 2월 보건국 점검에서 A를 맞은 식당. 그러나 이날 결과는 C.
가장 먼저 지적된 사항은 음식물 보관 및 관리 문제점이었다. 이 소장은 네모난 스테인리스 용기에 담긴 계란말이를 가리키며 “언제 만들어 여기에 올려놓았느냐”고 물었고 업주는 “오전 11시 정도”라고 답했다.
이 소장은 곧바로 6점 감점을 통보했다. 현 규정에 따르면 조리가 끝난 음식은 2시간 이내 화씨 70도, 4시간 이내 41도 이하 온도가 유지되는 곳에 보관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모두 버려야 한다. 그러나 계란말이는 조리된 지 2시간이 지났고, 온도도 72도로 더 방치할 경우 자칫 상할 수 있는 온도 라는 지적이다.
식당내에는 식재료들이 그대로 바닥에 방치돼 있었다. 이 소장은 “식품 재료를 보관할 때는 반드시 바닥에서 6인치 이상 높이에 놔두어야 한다”며 “이 양파처럼 그냥 바닥에 놓여있으면 쥐나 바퀴벌레 같은 질병을 옮기는 매개체가 쉽게 접근,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냉동실에도 식 재료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위아래가 뚫린 선반을 가운데 두고 조리되지 않은 생고기가 위쪽에, 야채 등 다른 재료는 덮개도 없이 아래쪽에 보관돼 유해 박테리아가 흘러 들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이 업소는 1시간 30여분간 실시된 점검에서 24점이 감점돼 90점을 받은 ‘A’ 등급 업소에서 ‘C’등급으로 떨어졌다. 불과 4개월만에 위생 상태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업주는 “이렇게 점수를 주시면 어떡하느냐”고 호소했지만 때는 늦은 상태. 이 소장은 현장에서 ‘A’ 등급을 가리키는 사인을 떼어내고 ‘C’ 등급 사인을 대신 붙였다.
오후 3시. 이 소장과 취재진은 7가의 한 유명 냉면 전문점으로 이동했다. 얼마 전 실시한 점검에서 영업 정지를 겨우 면하는 수준의 73점을 받았던 업소로 재점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별로 위생상태는 달라 진게 없었다. 한인들의 이용이 많은 식당인데도 위생상태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 소장이 들어서자 남성 업주가 한달음에 달려나왔다.
이 소장은 “지난번 점검에서 이 업소의 위생 관리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다시 나왔다”면서 “지금부터 우리가 지적한 사항들이 제대로 시정됐는지 확인을 하겠다”고 말한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 소장은 직전 점검에서 제기됐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더니 “직전 점검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이 시정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동일한 내용의 위반 사항이 반복되면 14일간의 영업 정지 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 식당의 위생상태도 상온 음식보관 규정 위반, 싱크대에 식기류 방치, 청소불량 등등 윌셔가의 지하식당과 유사했다.
이 식당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점검이 실시되며 위반 사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결국 수일간 영업을 정지 당하는 사태를 감수해야 한다.
이렇게 지저분해서야… 이경옥 샌타클라리타 지구 식품위생검사 소장이 한 한인 식당에서 위반 사항들을 일일이 체크하고 있다.
음식 보관법 주인도 종업원도 “몰라요”
많은 한인 식당들의 위생불감증을 실감나게 보여준 동행취재였다. 보건국의 이경옥 소장이 업소에 들어서자 그제서야 이것저것 치우는 모습을 보였고 주방에는 조리하다만 식재료가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고 오븐에 묻은 음식찌꺼기는 식욕을 가시게 할만큼 비위생적이었다. 이날 지적된 한인 업소의 위생 관련 문제는 크게 3가지 였다. ‘위생관리에 대한 정보 부재’ ‘철저한 종업원 교육 등한시’ ‘현지 문화 및 법규정을 무시한 영업 방침’ 등이다.
주방에 식재료·음식 찌꺼기 그대로 방치
종업원 이직 잦아 위생 교육 아예 안해
“위생법 지키면 식당 운영 못해” 핑계도
식품위생사자격 있어도 기초 지식도 없어
점검을 받은 한인 식당 2곳 모두 종업원은 물론이고 업주들조차 올바른 음식물 보관 방법을 모르고 있었다. 이경옥 소장의 지적이 이어질 때마다 사전에 알고 있어야 할 업주들이 “아 그렇게 해야 되는 거였나. 몰랐다. 곧바로 고치겠다”고 대답하는데 정신이 없었다. 알고도 모른다고 하는지 아니면 진짜 몰랐는지가 의심될 정도였다.
특히 상온에 음식물을 보관하는 행위가 주요 지적사항이었다. 업주와 종업원들은 이 소장이 들이닥치자 바짝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널브러져 있는 음식 재료들과 조리 기구들을 치우거나 정돈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이 소장은 “미리 조리한 밑반찬류를 상온에 보관하며 필요할 때마다 덜어내 사용하는 한국 문화에서 연유한 것”이라며 “맛이 떨어진다는 등 어떤 이유도 용납되지 않으며, 영업을 계속 하려면 이곳 법을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외국인이 경영하는 체인 형태의 큰 식당들은 주방장이 위생 관련 조항들을 숙지하고 있어 식품 재료 보관 등 민감한 사항에 대해 철저하다”며 “때문에 업주가 법에 배치되는 방법으로 주방 운영을 지시하면 항명하는 경우도 종종 벌어진다”고 했다.
철저한 종업원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조사관들이 위생 점검을 시작할 때 먼저 보는 것이 종업원들이라고 이 소장은 밝혔다. 화장실에 갔다왔거나 솥 등을 만진 뒤 손을 제대로 씻고 음식물을 취급하는 지, 머리카락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모자를 쓰고 있는 지 등이 이에 포함된다.
실제 이날 점검을 받은 두 군데 식당에서는 이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남미계 종업원들은 시커먼 기름때가 묻은 솥을 만진 손으로 다시 조리를 하거나 모자를 착용하지 않은 채 이리저리 주방을 뛰어다녔다.
냉면 전문점 김모 업주는 “일정 기간 일을 한 종업원들은 자기 사업을 시작하거나 더 좋은 조건의 직장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무리 교육을 시켜놔도 종업원이 자주 바뀌니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나름대로의 고충을 호소했다.
이에대해 이 소장은 “외국 식당들은 종업원을 신규 채용할 때 반드시 사전 교육을 실시해 발생할 여지가 있는 문제점들을 차단한다”며 “이에 반해 한인 식당들은 종업원 교육을 등한시해 많은 손해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현지 문화 및 법규정을 무시한 영업 방침
위생점검이 실시되는 동안 업주들은 까다로운 법규정을 원망했다. 윌셔가 지하식당 업주는 “위생관리 관련법이 너무 까다로워 그 기준에 맞추어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이라고 불평했다.
그는 “한국 음식이 손이 많이 가기 때문에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재료를 꺼냈다 넣었다 하는 행위의 반복은 절대 할 수 없다”며 “허나 이 시간대 조사관이 나와 점검을 벌이면 꼼짝없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호소 어린 업주들의 이 같은 변명에도 이 소장의 의지는 단호했다. “법은 어디까지나 지키라고 있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시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 같은 규정들이 필히 지켜져야 하며, 어떠한 이유도 용납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A등급이 C로 추락
냉동실에도 식 재료들이 이리저리 뒤엉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위아래가 뚫린 선반을 가운데 두고 조리되지 않은 생고기가 위쪽에, 야채 등 다른 재료는 덮개도 없이 아래쪽에 보관돼 유해 박테리아가 흘러 들수 있다는 게 그 이유였다.
결국 이 업소는 1시간 30여분간 실시된 점검에서 24점이 감점돼 90점을 받은 ‘A’ 등급 업소에서 ‘C’등급으로 떨어졌다. 불과 4개월만에 위생 상태가 크게 하락한 것이다.
업주는 “이렇게 점수를 주시면 어떡하느냐”고 호소했지만 때는 늦은 상태. 이 소장은 현장에서 ‘A’ 등급을 가리키는 사인을 떼어내고 ‘C’ 등급 사인을 대신 붙였다.
오후 3시. 이 소장과 취재진은 7가의 한 유명 냉면 전문점으로 이동했다. 얼마 전 실시한 점검에서 영업 정지를 겨우 면하는 수준의 73점을 받았던 업소로 재점검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러나 결과는 마찬가지. 별로 위생상태는 달라 진게 없었다. 한인들의 이용이 많은 식당인데도 위생상태 개선의 조짐은 보이지 않았다는 것도 문제였다.
이 소장이 들어서자 남성 업주가 한달음에 달려나왔다.
이 소장은 “지난번 점검에서 이 업소의 위생 관리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다시 나왔다”면서 “지금부터 우리가 지적한 사항들이 제대로 시정됐는지 확인을 하겠다”고 말한 뒤 주방으로 들어갔다.
이 소장은 직전 점검에서 제기됐던 부분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더니 “직전 점검에서 나타났던 문제점들이 시정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동일한 내용의 위반 사항이 반복되면 14일간의 영업 정지 명령을 받을 수 있다”고 엄중히 경고했다.
이 식당의 위생상태도 상온 음식보관 규정 위반, 싱크대에 식기류 방치, 청소불량 등등 윌셔가의 지하식당과 유사했다.
이 식당에 대해서는 향후 추가 점검이 실시되며 위반 사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결국 수일간 영업을 정지 당하는 사태를 감수해야 한다.
보건국의 이경옥 소장이 점검을 마친 뒤 업소 출입문 유리에 위생등급 ‘C’ 푯말을 붙이고 있다.
조리한 뒤 남은 음식 찌꺼기들이 테이블 위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글 이오현·사진 서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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