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서 겪었던 자신의 문제를 책으로 쓴 토렌 볼크먼.
15세 비음주자의 뇌(왼쪽)와 음주자의 뇌.
미국에서 청소년 음주는 역사가 깊다. 독립전쟁 전부터 어린 도제들에게 맥주를 버킷으로 줬고, 1890년대에 당시 15세였던 작가 잭 런던은 남모르게 어른 선원들과 함께 술 마시며 지냈다고 썼다. 걱정하는 어른들이 아이들의 알콜 소비를 제한한 역사도 그만큼 깊어 1830년대에 금주협회는 학생들에게 평생 술을 입에도 대지 않겠다는 서약을 받았고, 오늘날 공중보건 전문가들도 10대 음주자들은 자동차 사고, 싸움, 기타 볼썽 사나운 일에 연루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하고 있다.
기억력·집중력·충동조절 능력 등 저하
‘기억 일시 상실’현상도 자주 나타나
폭음하는 어른에 비해 훨씬 심각한 영향
그러나 이제 청소년 음주의 폐해는 더 이상 사회적, 도덕적 범주 안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알콜로 인해 틴에이저들의 자라나는 두뇌가 입는 손상은 어른보다 훨씬 심하다는 것을 밝혀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어려서 폭음을 하면 자신을 알콜중독으로부터 보호하는데 필요한 신경의 능력을 손상시킬지도 모른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어린이 및 청소년 의학지에 발표된 전국의 성인 4만3,093명의 상대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4세 이전에 술을 마시기 시작한 사람은 47%가 커서 알콜중독자가 된 반면 21세 이후에 술을 입에 댄 사람은 9%에 그쳤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놀라운 것은 연방정부 자금보조로 한 실험 결과로 폭음 수준의 알콜을 섭취한 소년기 쥐의 뇌는 전뇌와 해마 부위에 상당한 세포 손상을 보였다.
사람의 경우에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지난 8년간 연방정부 자금으로 샌디에고에서 실시된 연구들에 따르면 알콜중독 틴에이저들은 언어 및 비언어 기억력, 지도를 읽거나 서가를 조립하는데 필요한 주의 집중 및 공간기술 시험에서 나쁜 결과를 보였다. “청소년기에 과도한 음주를 하면 장기적인 인지능력 저하라는 결과가 나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듀크대 정신의학과 교수이자 과도한 캠퍼스 음주에 대한 최근 연구의 공동저자인 애런 와이트 박사는 말한다. 알콜이 10대의 뇌에는 어른의 뇌와 다르게 작용한다는 것은 5~10년 전만 해도 몰랐던 일로 임신부들이 술을 마시면 안 된다는 것만큼 널리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고 와이트는 덧붙였다.
알콜의 영향을 받는 뇌의 2개 부위 중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1995년에 와이트 박사 연구진이 살아 있는 소년 쥐의 해마에 정교한 센서를 부착해본 결과 알콜은 이 부위에서 특정 화학물질의 작용을 크게 억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량의 알콜로도 새로운 기억이 효과적으로 형성되도록 돕는 화학물질의 작용이 둔화되고 알콜의 양을 늘리면 거의 모두 정지됐다. 쥐의 경우에도 어른 쥐보다 소년 쥐의 뇌에서 더욱 그 억압효과가 강력하게 나타났다.
이 실험을 주도한 듀크대 신경심리학자 스캇 슈와츠웰더 박사는 그것으로 인간 청소년들이 술을 많이 마신 날, 의식은 있었는데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블랙아웃’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고 말한다. 블랙아웃은 한때 심한 성인 알콜중독자에게나 나타나는 증상으로 여겨졌지만 연구 결과 10대들에게도 마찬가지로 자주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2002년에 772명의 듀크대 학생을 대상으로 한 e메일 조사 결과 술을 한번이라도 마셔본 학생의 51%가 음주 후 최소한 1번은 블랙아웃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조사 대상들은 평균 3번은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블랙아웃은 다행히도 아주 잠깐인 것이 보통이고 일단 지나고 나면 다시 새로운 기억을 형성할 능력이 되살아난다. 그렇지만 어릴 때 폭음시킨 쥐들은 술을 주지 않고 자라게 한 다음에도 미묘한 장기적인 학습 및 기억장애를 보였다. 듀크대 실험에서 술을 마시지 않았을 때는 미로학습을 잘 하던 쥐들도 한두 잔 분량의 술을 먹이면 학습능력이 크게 떨어졌고, 다 자랄 때까지 술을 마시지 않았던 쥐들보다는 상당히 떨어졌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술 취한 소년 쥐들은 기억은 더 손상되고 침착함과 졸음을 유발시키는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반응은 어른을 보다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알콜은 청소년들의 전두 부분에 더 심한 손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두는 충동을 조절하고 의도한 행동이 가져올 결과를 생각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인데 알콜중독자들은 연령불문 이 능력이 결여된 사람이 많다. 2000년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의 신경약학자 풀튼 크루스가 소년 및 어른 쥐들에게 나흘에 해당하는 시간만큼 폭음을 시킨 뒤 뇌를 해부, 전두 부분을 염색해 죽은 뉴런을 살펴보니 모든 쥐의 전두 부분 세포들이 죽어 있는데 소년 쥐들의 경우 어른 쥐보다 2배나 더 심했다.
인간의 뇌는 쥐보다 더 발달됐고 정교하지만 계획, 충동 조절 같은 능력은 모든 종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난다고 크루 박사는 말한다. 인간의 경우 청소년기에 집중하고, 분별하고, 예상하고, 옳고 그름을 유추하는 것 같은 어른들의 결정 능력을 아주 천천히 라도 배워가면서 뇌의 해당부분이 크게 개조된다는데 알콜은 자기통제, 동기 부여 및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부분에 교란을 가져오는데 거기에 기존의 유전적, 심리적 취약성까지 더해지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는 것이 크루 박사의 지적이다.
그러나 성인 알콜중독자의 경우 술을 끊으면 인지 능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회복된다. 그것은 틴에이저들에게도 마찬가지이겠지만 1998년에 UC 샌디에고의 임상심리학자인 샌드라 브라운과 수잔 태퍼트의 실험 결과 100번 이상 술을 마셨다는 15~16세 청소년은 술 마셔보지 않은 청소년들보다 언어 및 비언어 기억력이 현저하게 뒤졌다. 그렇지만 인간의 뇌는 가소성이 크므로 청소년의 뇌도 알콜의 영향을 받기 쉬운 만큼 헤어나기도 쉬울지 모른다고 태퍼트 박사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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