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배우며
▶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이른 새벽 잠에서 덜 깬 몸들을 추슬러 호텔 문을 나섰다. 대기 중인 버스를 타고 넓은 고속도로를 달린다. 들판엔 목동이 이끄는 수많은 양떼들의 행렬이 평화와 낭만을 부르고.언덕에 늘어서 있는 크고 작은 주택들. 붉은 지붕마다 태양열을 이용하는 솔라(Solar) 장치가 특이하다. 간간이 뿌려대던 빗방울도 그치고, 맑게 개인 화창한 날씨가 카파도키아 기암 능선을 평면의 수목화처럼 그려내고 있는 곳에 도착했다.
카파도키아는 문명의 교차로인 소아시아, 터키의 땅 한복판에 자리하고있다. 기암의 절벽 아래를 내려다 보니 ‘와 와’ 탄성소리가 절로 새어 나온다. 카파도키아는 딴 세상이다. 떠돌이 행성 위를 거니는 듯 꿈속이나 만화에서 볼 수 있는 이상한 들판 위에 섰다. 그야말로 공상 속의 풍경 같다. 버섯모양의 바위가 불쑥 솟았고 아이스크림 콘 같은 바위가 떼를 이뤘다. 그 기암마다 스위스 치즈 같은 구멍이 나있는데 이는 창문이고 테라스다.누가 만든 작품이고, 그곳에 살던 이는 또 누구였을까. 질문이 마구 내 마음을 흔들어댄다.
이기괴한 풍경은 1.000만년 시간이 빚은 예술, 화산이 폭발해 용암이 흐르고, 또 다른 화산의 새 용암이 덮고 또 덮어 땅으로 굳어진 것을 바람이 깎고 빗물이 훑어내며 만들어낸 조각들이다. 어떻게 글로, 말로 정확히 표현할 수 있을까.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 자연 복합 유산인 카파도키아의 기암 풍경을 둘러보는 중심지는 괴레메다. 이곳을 중심으로 위르굽, 아바노스 등을 둘러보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 관광코스. 괴레메 야외 박물관은 기암의 모습도 볼만하지만 그 안에 꾸며진 암굴 교회로 유명한 곳. 기암석 교회만도 10여 개에 달한다. 벽화의 특징 등에 따라 애플교회, 뱀교회, 다크교회 등으로 불린다.겉모습 과 달리 실내에 장식된 화려한 프레스코화들이 당시 교인들의 신심을 짐작케 한다.
괴레메의 우치사르 언덕과 비둘기계곡은 기암을 펼쳐놓은 풍경이 장쾌하고 포도밭으로 둘러싸인 파샤바흐의 기암은 꼭 거대한 남근석을 닮아 바라보기도 민망할 지경이다.
카파도키아는 전략적 요충지로 고대부터 잦은 싸움이 일어났던 곳이다. 사람들이 전란을 피해 몸을 숨겼던 곳이 바로 이 기암들이었다. 바위는 사암보다 부드러워 속을 파내기가 수월할 것 같다.
깊은 우물(deep well)이란 뜻의 데린쿠유에 가면 벌판 아래 거대한 지하도시를 만난다. 기암 속이 아닌 땅속에 꾸며놓은 피난처다. 지하8층 구조로 50m까지 내려간 지하도시로 통로가 좁고 천장이 낮고 층계가 많아 오르내리느라 진땀이 흐른다. 호흡도 쉽지 않다. 종교의 박해를 피해 숨어 든 초기 기독교인들의 자취를 둘러보면서 .밝은 햇볕을 한번도 보지 못하고 처참하게 살다간 그들의 삶을 생각하면 가슴에 찡한 눈물이 흐른다.
터키의 역사가 살아 숨쉬는 명소를 둘러보면서, 특히나 카파도키아의 신비로운 풍경에 감탄하며, 본질적인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 주심과 건강 허락하여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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