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드로 윌슨 브리지‘1석2조’
1998년 겨울 버지니아 주와 메릴랜드 주를 연결하는 우드로 윌슨 다리(Woodrow Wilson Bridge)에서 한 사람이 자살소동을 벌일 때 이 소동을 진정시키기 위해 양쪽 주 경찰이 다리에 대거 출동했었다. 소동을 일으킨 사람이 다리의 한 부분에 올라서서 포토맥 강 위로 몸을 던지려 했고 경찰들이 이 사람을 제지하려고 했으나 문제가 생겼다. 이 사람이 서 있던 구역이 바로 워싱턴 DC 관할이었던 것이다. 이 지역 시정부 관리의 허락 없이는 메릴랜드나 버지니아 주의 경찰이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워싱턴DC 관계자에게 연락했다. 그가 현장으로 황급히 차를 몰고 달려오고 있었다. 그러나 교통체증이 심해 다리에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체증이 너무 심했던 것이다. 이 다리를 허물고 새 다리를 넓게 새로 지으려는 24억4,000만달러짜리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건설매니저인 짐 러델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행정적인 문제가 건설의 더 큰 장애물”이라고 했다.
30년 된 기존 다리 교통량 소화 못해 10마일 전부터 게걸음
2000년 착공, 왕복 6차선 첫 구간 개통 2008년 완공 예정
새 다리로 버지니아, 메릴랜드 주민들 출퇴근길 ‘신바람’
공사과정 협조로 공화·민주 고질적인 정치적 마찰도 가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그리고 워싱턴DC는 그리 우호적인 관계에 있지 않았다. 전통적으로 그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업무 협조가 매끄럽지 못했다. 단적으로 다리를 지을 때 설계 과정에서 필수적인 측량단위를 미터로 할 것인지, 피트로 할 것인지에 대해서조차도 합의를 쉽게 도출하지 못할 정도이니 상호 간 시각차가 얼마나 큰 지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여곡절 끝에 왕복 6차선 다리의 두 구간 중 한 구간이 완성됐다. 수많은 운전자들에게 커다란 편익을 제공하게 됐다. 이들에게는 새로운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상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미 동부 해안 지역 주민들이 오랫동안 겪었던 체증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마이애미부터 메인 주까지 이어지는 95번 프리웨이의 이 구간은 지난 30년 간 교통체증의 진원지로 악명을 떨쳤다. 8차선 도로가 6차선 다리를 통과하면서 자연스럽게 엄청난 체증을 불러일으켰다. 운전자들이 이 다리를 지날 때마다 혈압이 상승했다. 다리에 이르기 10마일 전부터 슬슬 차가 서행을 하다 급기야 아예 게걸음 하는 게 ‘정상’처럼 인식됐다.
우드로 윌슨 다리는 1961년 건설됐다. 당초 건설 때 예상했던 것보다 차량 통행이 3배나 늘었다. 도저히 현 상태로는 다리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인식이 팽배해 왔다. 이 지역 다른 다리들에 비해 교통사고도 2배나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 6월 9일부터 11일 사이 다리의 일부 구간이 개통되면서 운전자들은 가슴이 탁 트이는 경험을 했다. 차들이 술술 잘 빠졌다. 새 다리는 만일에 발생할지 모르는 가벼운 접촉사고로 인한 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 옆 갓길을 대폭 확충했다. 만일 2008년 나머지 6차선 구간까지 완성되면 운전자들은 더 이상 체증을 염려할 필요가 없게 된다.
새 다리는 옛 다리보다 약 28피트가 높다. 그러니 강을 지나는 배들을 위해 다리를 들어주던 횟수도 줄어들게 됐다. 연간 200차례 이상 들리던 다리가 앞으론 60차례 정도로 줄어들게 됐다. 다리를 들면서 생기는 교통체증도 그만큼 감소하게 된 것이다.
옛 다리는 이달 중순부터 해체될 예정이다. 새 다리 건설에 가장 큰 암초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의 해묵은 적대감이었다. 최근 완공행사에 참석한 메릴랜드 주의 로버트 얼리히 주지사는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이는 단순히 다리 완공에 그치지 않는다”고 했다.
메릴랜드 주와 버지니아 주의 주지사들이 서로를 좋아하게 됐다고 했다.
다리 건설 프로젝트는 지난 1980년대 이후 줄곧 입씨름의 대상이었다. 예산문제, 건설노동자들의 노조가입 여부 등 에 대한 이견으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2000년 첫 삽을 들었을 때 양쪽 주의 건설관계자들이 합동 기자회견을 계획했었다. 그러나 무산되고 말았다. 기공식 기념행사에 들어갈 내용에 대해서 티격태격하느라 그랬다.
이번 다리 신설에는 연방정부의 재정지원이 전체 예산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6차선 1차 구간 완공 때 노먼 미네타 연방교통장관과 티모시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공화)가 다리 서쪽으로부터 동쪽으로, 얼리히 메릴랜드 주지사(민주)와 앤소니 윌리엄스 워싱턴DC 시장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행진을 하고 중간 지점에서 4사람이 만나 뚜껑 없는 차량에 동승한 뒤 환호하는 주민들에게 손을 들어 답례하는 멋진 내용을 담았다.
우드로 윌슨 다리는 이 지역의 명물이다. 이제 새 다리 건설로 새로운 명물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옛 다리는 연방정부 소유로 돼 있지만 새 다리는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 공동소유로 된다.
한편 다리에서 자살소동을 벌였던 사람은 살아났다. 그는 출동한 경찰이 쏜 스턴 총(stun gun)을 맞고 다리 밑으로 떨어졌으나 구조됐다. 이 일을 계기로 메릴랜드와 버지니아 주, 그리고 워싱턴DC 경찰은 앞으로 이러한 일이 재발할 경우 현장에 먼저 출동한 경찰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개정했다. 관할구역을 따지다보니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는 점을 감안해서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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