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으로 뜨거웠던 6월. 한국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에서도 한국이 겨루는 게임마다 한인타운의 열기는 뜨거웠다. 아쉽게도 16강 진출은 좌절되었지만 월드컵 기운은 신문, 방송에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월드컵 시작 전 TV와 인터넷을 통해 화제가 되며 월드컵에 더욱 관심을 집중시켰던 광고가 있었다. 한국 KBS방송이 한 무선통신업체의 광고를 패러디하여 ‘월드컵의 중심’이라는 테마로 제작한 시리즈 광고로, 기존 광고의 스타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KBS가 월드컵을 중계한다는 사실을 무척 재미있게 전하는 내용이었다. 패러디광고의 전형으로 익살과 풍자를 통해 짧은 시간 안에 효과를 극대화 한 광고였다.
패러디광고는 원작의 표현이나 문체를 자기작품에 차용하여 유쾌하면서도 발랄하게 좀더 임팩트를 주고싶을 때, 흔히, 그러나 쉽지 않게 사용되는 광고형식이다. 월드컵이라는 거사를 앞두고 그것을 제대로 방송하는 자세를 위트 있게 전달한 이 패러디 광고는 이러한 시각에서 꽤나 성공적이었다.
덕분에 월드컵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중계 방송국에 대한 이미지까지 좋아졌으니 말이다.
2004년 칸느 국제광고제에서 상을 받은 아우디 자동차의 광고도 패러디였다. 더스틴 호프만 주연 영화 ‘졸업’의 그 유명한 장면, 교회결혼식에 나타나 신부를 데려가는 신을 나이가 든 더스틴 호프만이 그대로 재연했다. 결혼식 도중에 그만두고 나온 신부는 더스틴 호프만의 딸이고, 아빠가 운전하는 자동차에 딸을 태우고 “니 엄마도 그때 이랬었다”는 아빠의 말과 함께 광고는 끝이 난다. 영화의 한 장면을 차용하여 단번에 시선을 끌어들이며 강하게 제품의 이미지를 기억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패러디 광고가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프랑스의 한 청바지 업체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명화 ‘최후의 만찬’을 광고로 패러디했다. 상의를 벗은 채 뒤돌아 앉은 남자 한 명을 제외하고 예수를 비롯해 제자 11명 모두 여성으로 바뀐 모습이었다. 그러나 이 광고는 프랑스 법원에서 사용금지 판결을 받았다. 아마도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성스러운 그림을 상업적으로 모독했다는 것이 이유가 아니었나 싶다.
웃옷을 모두 벗고있는 12명의 모습이 이미지를 더 좋게 만들기보다는 거부감을 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패러디라고 해서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생각에 일침을 가한 것이다.
패러디는 분명 표절과는 다르다. 표절은 원작이 무엇인지도 밝히지 않은 채 자기 것 인양 슬쩍 넘어가려는 불순한 의도를 지닌 것과 달리, 패러디는 원작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이미지를 추가하는 꽤 솔직한 의도를 지녔다. 효과가 빠른 만큼 광고로서의 생명은 다른 보통의 광고보다는 짧다. 단기간에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순 있지만 한두번 보는 것만으로 쉽게 질릴 수 있기 때문이다.
요즘 패러디는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정치인들이나 사회적인 이슈를 패러디한 내용들이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해 번져나가면서 사람들은 더이상 패러디를 생소하게 보지 않는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이 쉽게 넘기기 힘든 유혹이다. 그러나 패러디라 하더라도 원작과 어떻게 조화될 것인지, 더 좋은 이미지로 상승효과를 이룰 것인지 고민없이 만들어진 것은 비난을 피할 수 없다.
이번 월드컵을 더욱 기분 좋게 기다리게 만든 패러디광고에 박수를 보낸다. 4년 후엔 또 어떤 광고로 월드컵 열기를 불러일으킬지 기대된다.

유정민
텐 커뮤니케이션스
카피라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