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불볕더위 피하기 묘안 백출
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로 남가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난주 시작된 10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에 몬순성 습도까지 가해져 남가주는 불가마를 방불케한다. 이 더위도 이번주말부터는 한풀 꺾여져 예년의 건조한 사막 더위로 다시 회복되겠지만 한인들은 저마다 더위를 피하는 묘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바닷가로 계곡으로, 수영장으로 일부는 에어컨 바람 생생 부는 샤핑몰을 찾거나 시원한 냉면과 콩국수로 더위사냥에 나서고 있다.
“에어컨 빵빵
샤핑몰 간다”
바닷바람이 시원한 남가주의 피서법을 단연 해수욕이 일품. 하지만 방학을 맞은데다가 불볕더위를 피해 몰려드는 피서 인파가 몰려드는 해변가를 피해 시원한 에어컨 바람 쏟아지는 샤핑몰에서 조용히 더위를 식히는 피서법도 인기를 끌고 있다.
세리토스의 김영숙(44·여)씨는 요즘 방학을 맞은 고등학생 딸(15)과 세리토스의 대형 샤핑몰을 찾는 재미에 빠져 더위도 잊고 산다. 딸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샤핑몰을 떠돌 염려도 없어지고 한낮 불볕더위도 슬그머니 피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적극 추천한다.
김씨는 “친구들과 샤핑몰 가겠다는 딸아이를 막기도 힘든데 핑계삼아 딸아이와 샤핑도 하고 더위도 식힌다”면서 “샤핑몰 피서가 제맛”이라고 소개했다.
서점도 피서의 한 방편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반스 앤 노블스와 같이 카페를 갖추고 있는 대형서점의 경우 방학을 시작한 자녀들을 동반한 한인들의 가족단위 나들이가 줄을 있고 있다.
지난 4일 더위를 피해 그로브몰 내 서점을 찾았다는 이모씨는 “서점에서 책도 읽고 커피도 한잔 마시면 어느새 더위가 가신다”며 ‘서점표 피서’ 예찬론을 펼쳤다.
노인들이 코리아타운 플라자 중앙의 분수대 옆에 앉아 시원한 물줄기를 벗삼아 정담을 나누고 있다. 에어컨 나오는 코리아타운 도서관을 찾은 한 한인이 신발을 벗고 양말만 신은 채 책을 읽고 있다.
<신효섭 기자>
“시원하게… 뜨겁게… 먹자”
냉면·빙수·삼계탕·추어탕집 ‘바글’
한인들의 먹거리 피서법도 독특하다.
먹거리 피서의 단연 인기 메뉴는 냉면. 타운 내 위치한 냉면전문점은 점심시간 1시간 대기는 기본일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지난주 6가와 하버드 인근 칠보면옥을 찾은 김모씨는 냉면 한 그릇을 먹기 위해 1시간이 넘는 시간을 투자했다. 김씨는 “식사시간보다 대기시간이 더 길었지만 시원한 냉면 한그릇으로 더위를 잠시 잊을 수 있다면 기다림도 즐겁다”며 만족해했다. 칠보면옥의 낸시 이 매니저는 “하루에 700∼800그릇의 냉면이 판매된다”며 “지난해보다 더워진 날씨로 매출도 30퍼센트 이상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인들의 여름철 점심메뉴로 냉면이 인기를 끌자 일부 한식당들과 중식당들도 너나할 것 없이 냉면을 메뉴판에 올리고 있다. 한편 아이스크림과 팥빙수를 판매하는 카페들은 식사 후 시원한 디저트를 즐기려는 한인들이 몰려 자리가 없어 손님을 못 받을 정도다.
이열치열 피서법도 인기다. ‘더위는 더위로 잡는다’는 한인들만의 피서법으로 삼계탕집 문턱도 붐빈다. 삼계탕은 보양식품. 자칫 허해지기 쉬운 여름철 건강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전통 피서법이기도 하다.
인삼과 대추를 넣고 찰밥을 섞어 영계 한 마리를 푹 고와 낸 뽀얀 국물에 소금을 얹어 훌훌 마시고 보송보송 살을 발라내 먹는 삼계탕은 여름철 건강에 최고 식품으로 꼽힌다.
‘3가 닭곰탕’은 초복인 7월20일께면 삼계탕의 인기가 하늘을 찌를 거라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보양식품으로 손꼽히는 미꾸라지 전문점 ‘남원골 추어탕’의 제니 채씨는 “한인들이 날씨가 더우면 더 뜨거운 음식을 찾는 이열치열 피서법을 선호한다”며 “오후 4시까지도 빈자리가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나가면 고생
‘방콕’이 최고”
모든 외출을 취소하고 주말을 집에서 보내는 ‘방콕’ 피서도 인기다. 주말 골퍼 김모씨는 지난주말 패사디나에서 골프를 쳤다가 혼쭐이 난 케이스. 아침 일찍 티오프를 했지만 오전 10시가 넘으면서 내리쬐는 불볕더위에 스코어 만큼이나 몸과 마음이 다 녹아내렸다고 하소연했다. 김씨는 차라리 집에서 조용히 선풍기 켜놓고 오수나 즐길 것을 땀빼고 더위먹었다며 후회하는 눈치다.
회사원 김모(30)씨는 지난 주말 집에서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더위를 피했다. 김씨는 “매주 주말 친구들을 만나러 외출하곤 했는데 이번 주는 너무 더워 그냥 집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하고 “그 동안 바빠서 못 본 영화와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는데 생각보다 유익한 시간이었다”며 즐거워했다.
20/20 비디오 글렌데일 지점의 조셉 리바 매니저는 “본격적인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비디오 대여가 지난달 대비 20퍼센트 정도 늘었다”고 말하고 “아무래도 낮이 길다보니 퇴근길 비디오 점을 찾는 사람들도 함께 늘고 있다”고 밝혔다. 20/20 비디오 글렌데일 지점의 경우 여름을 맞아 요일별로 대여 갯수에 따라 무료로 비디오를 대여하는 이벤트를 실시해 고객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있다.
‘방콕’ 피서덕분에 냉방용품 판매 가전업소도 희색이 만면하다.
한 가전업소 매니저 최영규씨는 “한동안 경기가 안 좋아 매출이 많이 줄었는데 지난 달 월드컵 특수로 TV류가 많이 팔리더니 이번 달에는 더위 특수로 냉방용품이 효자품목이 됐다”며 즐거워했다.
<심민규 기자>
본격적인 불볕더위를 피해 공공 수영장으로 몰린 주민들이 물놀이를 즐기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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