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전 한국에 혼쭐난 4팀이
4년뒤 한국을 놀리듯 4강에
이상한 ‘코리아 커넥션’
28팀이 떨어지고 4팀만 남았다. 60게임이 지나가고 4게임만 남았다. 1라운드 조별리그와 스위트 식스틴(16강), 엘리트 에잇(8강) 고개를 차례로 넘어 파이널 포(4강) 고지까지 살아남은 팀은 통산 4회 우승을 노리는 개최국 독일, 역시 4회 우승꿈에 부푼 이탈리아, 8년만의 챔프고지 탈환의욕을 불태우는 프랑스, 사상최초 정상정복을 꿈꾸는 포르투갈이다. 남미월드컵 남미강세, 유럽월드컵 유럽강세의 전통 또는 징크스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그 마각(?)을 드러내 남미의 초호화 스타군단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의 득세를 8강고지까지만 허용했다.
그런데 4강의 면면, 아니 이들의 02월드컵 인연이 흥미롭다. 준우승을 차지했던 독일만 빼놓고 4년전 한일월드컵에서 약속한 듯 죽을 쑤거나 이변의 희생양이 된 팀들이다. 이들의 부진 내지 수모의 뒤안에는 꼬박꼬박 태극전사들의 전설이 서려 있는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98월드컵 우승의 여세를 몰아 ‘못해도 4강, 잘하면 2연패’를 노렸던 프랑스는 조별리그에서 단 1승도 못거둔 채, 그 이전에 단 1득점도 못올린 채 일찌감치 짐을 쌌다. 세대교체 실패니 선수기강 해이니 별별 뒷말이 많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중원의 곡예사 지네딘 지단의 부상결장. 그런데 그는 02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한국에서 한국을 상대로 한국잔디 적응 등을 겸해 벌어진 몸풀이 평가전 도중 김남일의 거친 태클에 허벅지와 발목을 크게 다치는 바람에, 벤치신세로 전락한 것이다(팀이 탈락위기에 몰린 스웨덴전에 출전하긴 했으나 그때의 지단은 지단이 아니었다).
유럽의 브라질로 불리던 포르투갈의 몰락도 충격이었다. 미국과의 첫판을 어이없는 2대3으로 내준 포르투갈은 폴란드와의 둘째판에서 4대0 대승을 거둬 되살아난 듯했으나 마지막 희망을 한국이 짓밟아버린 것이다. 한국은 당시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올라가고, 더욱이 조2위가 되면 16강 고지에서 이탈리아를 피해 멕시코를 상대할 수 있었으나, 에누리없는 강공으로 1대0(박지성 득점)으로 눌러이겨 우승후보 포르투갈에 “뒤로 돌아 집으로” 명령을 내려버렸다.
(포르투갈이 아니라) 한국을 만나게 돼 속으로 웃던 이탈리아가 16강전에서 태극전사들에게 어떻게 당했는지는 새삼 설명이 필요없는 전설. 안정환의 골든골로 한국의 연장전 2대1 역전승. 실은 독일도 한국에 당할 뻔했다. 이천수의 발리샷 등 한국의 초반 파상공세에 쩔쩔매던 독일은 올리버 칸 골키퍼의 기막힌 선방으로 간신히 위기를 수습한 뒤 후반중반 미카엘 발락의 결승골로 겨우 코리아 터널을 벗어났다. 칸 수문장과 함께 독일팀의 모든 것이라던 플레이메이커 발락이 그날 문전을 파고드는 이천수를 사이드태클로 저지했다 경고누적으로 결승에 못뛰게 되고 결과적으로 브라질에 0대2로 완패당한 것까지 감안하면 독일이 한국의 늪을 지나면서 입은 상처도 상당한 것이다.
4년뒤. 태극축구에 그토록 혼비백산했던 이들 4팀은 위풍당당 4강, 이들을 그토록 골탕먹였던 한국은 조별리그 탈락했다. 승부세계 먹이사슬은 정말 알가다도 모를 일이다. 역시 공은 둥글다. 누군가의 재미삼은 해석처럼 한국이 스스로 땅에 떨어져 이들의 구원을 풀어주고 있다면 좋으련만. 독일월드컵 4강전은 4일과 5일 1게임씩 벌어진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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