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대만, 홍콩 출신 부유층 주종
최근엔 중국 본토 출신 서민·중산층 주류
중국서 고교교장하다 미국에서 병원경비원
공무원·대중교통관리자가 잡역부·공장노동자로
‘바닥 일’ 전전하는 화이트칼라 초기이민자들 애환
돈 없고 영어 몰라 하루하루 그야말로 ‘서바이벌 게임’
LA동부 중국커뮤니티 교회, 신분 묻지 않고 보듬어
차량제공·통역 서비스는 기본, 직업알선도 적극
초기이민자에 장려금 지급…대가로 신앙 강요 안 해
주안 더와 그녀의 남편은 중국에서 좋은 직장을 갖고 있었다. 그러나 자본주의 물결이 거칠게 몰아치는 상황이라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리고 틴에이저 딸이 대학입학 시험 준비하느라 심한 고생을 하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걱정했다. 고민 끝에 이들 가족은 지난해 미국에 왔다. 아시안 이민자가 밀집해 있는 LA동부에 자리 잡았다. 직장도 없고 영어도 못했지만 미국행을 결행했다.
주안은 미국에 와 중국에서는 하지 않던 일을 시작했다. 교회에 다니는 것이었다. 기독교인은 아니지만 중국침례교회의 신입신도그룹에 가입했다. 정기적으로 출석했다. 고참 신도들이 주안을 잘 인도했다.
이제 주안은 중국에서와 마찬가지로 대가족의 일원이 된 느낌이다. 주안은 “닫힌 병 속에 사는 것 같았다. 영어를 모르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며 교회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고 했다. 사는 데도 별로 불편한 게 없다.
몬터레이 팍 인근의 알함브라와 LA 동부 인근 지역은 중국이민자들의 주거지다. 대만과 홍콩 사람들이 대거 이주해 와 리틀 대만, 그리고 대만인과 홍콩인들의 베벌리힐스로 불리기도 했다. 이들이 가져온 현금으로 집을 사고 벤츠를 몰고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근래에는 중국본토에서 평범한 사람들이 대거 이민 온다. 교육수준은 높으나 영어를 못하고 수중에 수백 달러만을 쥐고 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주안처럼 상당수 중국인 이민자들은 자동차도 없다. 그렇지만 이들에겐 동네 교회가 있다. 신규 이민자가 병원에 갈 일이 생기면 이웃이 차를 태워준다. 영어통역도 해준다. 신규이민자들은 ‘사랑의 선물’로 불리는 비상 장려금을 받는다. 그리고 교회의 1,600여 신도들이 앞장서 일자리를 알선해 준다.
이 교회의 조수아 팅 목사는 “우리는 누구든 교회를 찾는 사람들을 환영한다. 동기를 따지지 않는다. 물론 신앙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도록 권유한다. 그러나 그저 교회에 찾아와 도움만을 청한다고 해서 외면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신규이민자들이 교회에서 구하려는 것은 아주 기본적인 것들이다. 사회봉사기구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신규이민자들의 고충을 적절히 덜어주지 못하는 현실을 감안해 그 공백을 교회가 메워주고 있는 것이다. 이교회의 고참들은 대만출신이다. 그러나 신참들은 중국 본토출신이 대부분이다.
중국에서 (대중교통관리자로 일한 주안과 같이 화이트컬러 잡을 갖고 있던 사람들이 동등한 수준의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은 너무 어렵다. 봉제공장에서 일하거나 청소를 하면서 짬을 내 영어공부도 해야 한다. 이렇게 수년을 보내야 겨우 그럴듯한 일을 얻을 수 있다.
5년 전 미국에 온 롱 첸은 노인들을 돌보는 ‘바닥 일’에서부터 시작했다. 지금은 병원 경비원으로 시간당 8달러50센트를 받는다. 중국에서 수학 석사학위를 갖고 고등학교 교장까지 지낸 롱이지만 영어를 못하니 이런 수모를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이민자에 대한 연구를 해온 헌터 칼리지의 피터 퀑 교수는 “초기이민자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신적인 갈등을 겪게 된다. 종교에 대해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들도 교회에 관심을 갖게 된다. 공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휴 히스패닉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에는 약 25-30만의 중국계 불법이민자가 있다. 전국의 1,100만 불법이민자 가운데는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다. 그러나 교회에서는 신분에 대해 일체 묻지 않는다. 불법이민자가 다른 신도들에게 개인적으로 자초지종을 말하기는 한다. 세례를 받으려면 우선 3개월간 성경공부를 해야 한다. 이는 의무다. 그렇다고 신앙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예전엔 일부 불법이민자들이 교회를 찾아와 종교망명을 신청하는 도와달라고 해 사인해주면 곧 사라지고 말았던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 교회를 찾은 이민자들은 진득하게 붙어 있지 않는다. 좋은 일자리를 찾아가거나 좀 더 생활비가 싼 곳으로 떠난다. 교회로서도 붙잡을 일이 아니다. 아직 미국에 정착하지 못한 사람들이라 어찌 보면 당연한 움직임이라고 여긴다.
그래도 교회는 신규이민자들을 잘 보듬는다. 경제적으로도 도와주고 정신적으로도 편안하게 해 준다. 영육간의 양식을 모두 대주는 셈이다.
주안은 지금 놀고 있다. 사무직을 구하기 위해 열심히 영어를 배우고 있다. 주안의 남편은 중국에서 공무원이었지만 지금은 잡역부로 일한다. 그래도 이들 부부는 낙담하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면 보다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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