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들 행사 전무, MLB, NBA 시들, 비디오점 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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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열기에 파묻혀 한인사회가 축구 이외에는 다른 어떤 이슈도 먹히지 않고 있다. 축구 이야기가 아니면 대화의 축에 끼지도 못하고 사람들의 마음은 온통 한국 대표팀의 16강 진출 사활이 걸린 23일 정오 대 스위전에 쏠려있다.
이에따라 한인단체들은 모두가 개점휴업상태이다. 6월 한달동안 한인회와 체육회, 상공회의소 등은 공식행사가 전혀 없다. 있다면 축구협회가 본보 등 언론기관과 공동 실시하는 합동응원전이 있을 뿐이다. 한 단체 임원은 “원래 여름철은 동포사회에 행사가 적지만 올해 6월에는 아예 어떤 이벤트도 계획하지 않고있다”면서 “열어봤자 관심도 없고 참석자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월드컵은 블랙홀처럼 축구 이외의 다른 스포츠에 대한 관심도 앗아가 버렸다. NBA 챔피언십 시리즈에서 마이애미 히트가 2패 후에 4연승을 올려 20일 팀창단 후 첫 우승을 일궈낸 것도, 메이저리그 야구(MLB)도 한인들에겐 관심 밖이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김병현과 박찬호가 선전해 승리한 것 등 미 스포츠계에서 한국선수가 선전하는 것이 평소같으면 큰 관심거리가 됐을 뉴스였지만 한인들은 오히려 그날 그날의 월드컵 축구경기 결과에 훨씬 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비디오 대여점들도 월드컵 때문에 여름 성수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월드컵에 시선이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드라마 등 비디오를 빌리는 빈도가 그만큼 줄어든 것. 그나마 얼마전 시작한 드라마 ‘주몽’의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고, ‘진실게임’ ‘상상 플러스’ 등 단골 오락프로그램이 빈 부분을 간신히 채워주고 있다.
한국팀의 선전은 한인들의 생활패턴까지 바꿔놓고 있다. 직장인이나 사업자들은 근무시간에도 월드컵 시청에 열중하느라 정상적인 업무가 당분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건축업자인 김모씨는 “한국팀을 응원 안할 수도 없고, 일에 집중하자니 마음은 콩밭에 가있고... “ 김씨는 한국 경기가 있던 13일 아예 일을 그만두고 하루종일 월드컵 경기만을 시청했다. 다행히 18일 프랑스전은 일요일이라 일을 안해도 됐지만 오는 23일 스위스전은 단체응원 참가를 위해 하루를 공칠 생각이다.
자영업자들은 자신의 근무시간을 그나마 조금씩 조정할 수 있지만 일반회사에 근무하는 한인들은 대부분의 경기가 근무중에 열리는 관계로 인터넷 중계를 통해 경기를 보고 있다. 미국회사에 근무하는 박모씨는 “업무중 인터넷을 자주 보는 관계로 일에 지장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궁금증을 이기지 못해 자주 보게 된다”며 “당분간은 월드컵 신드롬에서 빠져나오기 힘들 것같다”고 말했다.
히스패닉계 종업원을 고용한 한인업주들도 멕시코나 아르헨티나 등 남미팀 경기가 열리는 날은 아예 단체시청을 하도록 배려하는 등 업무시간을 조정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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