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민주주의 국가는 국민의 여론을 기초로 정치를 하지만 공산주의 국가나 전체주의 국가는 권력자에 의해 조작된 여론을 바탕으로 공작정치를 한다. 요즘 한국의 국내외 동향을 보면 국민들이 조작 속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북한의 6자회담에 대한 태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알 수 없는 방북, 경제적 양극화 해소를 위한 압박, 아리송한 제1야당 대표 살인미수, 5.31 선거대패를 ‘민심의 흐름’ 현상 정도로 아는 무반응 등등 답답하기 짝이 없다. 혹시 월드컵 열기에 묻히기를 바라는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이같은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간과해서는 아니 되는 중요한 문제는 북한이 북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을 미북 양자 회담으로 몰아가기 위해 대포동 2호 발사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북한의 위협적 행위는 한반도의 운명을 재촉하는 불장난이다.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남북한 및 미·중·일·러 등 6개국이 참가하는 베이징 6자회담이 2003년 8월 제1차 회담, 2004년 2월 제2차 회담, 2004년 6월 제3차 회담, 2005년 7월 제4차 회담 등 4차례에 걸쳐 힘들게 개최되었지만 해결의 실마리는 풀리지 않고 한계에 다달았다.
현재 회담의 상황은 공신력이 없는 북한이 속이 들여다보이는 핵무기 개발 및 보유를 위장한 평화적 핵 이용권을 고집함으로써 작년 7월 26일부터 8월 7일까지 열린 베이징 회담에서 합의를 못 보고 휴회에 들어가 언제 재개될지 모른 채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1998년 5월 인도와 파키스탄이 핵 실험을 강행함으로써 공식적으로 핵무장 국가로 국제사회에서 공인된 바 있다. 이에 대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심각한 비판과 우려를 표명하고 나아가 경제제재 등을 가했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공식적 핵보유국으로 인정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스라엘과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은 핵실험을 하지 않고 핵무기 보유국가로 인정된 경우를 북한은 잘 알고 밀어부치고 있다. 그러나 핵실험은 국제사회에 큰 충격을 주어 외교적 고립과 경제적 압박은 물론 군사적 공격을 자초하여 북한체제 유지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에 섣불리 핵실험을 못 할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그래서 6자회담을 자신들의 의도대로 유리하게 이끌어 갈 목적으로 핵실험 대신 택한 것이 대포동2호의 실험발사의 위협카드로 추측된다.
현재 북한 미사일 실상을 간추려 보면 첫째, 스커드 C(Scud-C)미사일은 사거리 500km로 한국 전역을 때릴 수 있으며 36기 600여발을 보유하고 있다. 둘째, 노동1호 미사일은 사거리 1,000km~1,300km로 오키나와까지 때릴 수 있으며 27개 200발을 보유하고 있다. 셋째, 대포동1호 미사일은 사거리 1,500km~2,000km로 일본 전역을 때릴 수 있다.
지난 1998년 8월 일본열도를 가로질러 태평양상에 낙하하여 일본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넷째, 대포동2호 미사일은 사거리 4,300km~6,000km로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때릴 수 있다.
얼마 전에 미국 정보위성에 발사 준비 작업이 포착된 것이 바로 이 미사일이다. 다섯째,대포동3호미사일은사거리 12,000km~15,000km로 미국 서부지역을 때릴 수 있게 개발 중에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전 지구적 미사일 방어(MD)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육상에는 페이트리어트, 해상에서 이지스, 공중에서는 레이저 요격체제로 적의 미사일 위협에 대한 전역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구축 중에 있다. 태평양쪽은 일본과 유럽 쪽은 이탈리아, 독일 등과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한국은 주한 미 제2사단의 페이트리어트 1개 대대에 의존하고 있을 뿐이다.
한국 정부는 고압적이고 위협적인 북한에 끌려 다니는 근본적 원인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에 있음을 인지하고 균형자 역할이란 착각을 버리고 대미 안보 외교에 공신력을 쌓아야 생존할 수 있음을 지각해야 한다.
박종식/예비역 육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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