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CLA의 한 학생이 시험도중 부정행위를 했다. 이 학생은 강의 내용을 휴대용 이메일 전송기에 담은 뒤 시험장에 갖고 들어가 강의 내용을 보면서 시험을 치렀다. 그런데 동료 학생이 이 모습을 보고 학교당국에 신고했다. 샌호제 주립대 언론학과 학생들이 시험에서 랩탑의 영어단어 기능을 이용하다 적발됐다. 이 시험은 영어 단어를 제대로 쓰는지 파악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어 랩탑으로 영어단어를 찾아보는 것 자체가 부정행위에 속한다. 네바다대학에서는 시험을 치르는 학생이 시험지를 셀폰으로 사진촬영한 뒤 사전모의로 시험장 밖에 대기하던 사람에게 이메일로 전송한 뒤 그 답을 다시 이메일 문자메시지로 받다가 잡혔다. 이런 일이 있는 뒤 대학에서는 시험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아이디어 짜내기가 한창이다.
셀폰으로 시험지 사진 찍어 이메일 전송 후 답변 받아
스펠링 시험에서 랩탑으로 사전 기능 활용 실질적 커닝
첨단기기 보편화, 성적 강박관념… 대학생 3분의2 경험
대학 측, 시험 전 셀폰 수거· 인터넷 임시 단절 조치
학생들을 모니터 앞에 일렬로 앉힌 뒤 뒤에서 감시
컴퓨터 대신 ‘종이에 펜으로’ 구시대 방식 사용하기도
대학관계자들은 “학생들이 부정행위를 하느라 머리를 짜는 대신 학업에 열중한다면 모두 A학점을 받을 수 있을 텐데,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무튼 요즘 젊은 학생들은 첨단 기기를 아주 잘 다루는 덕(?)에 시험 부정행위를 손쉽게 한다. 학교 당국도 질세라 나름대로 ‘이에는 이’의 방식으로 대한다. 각종 첨단 기기를 동원해 부정행위에 맞선다.
랩탑을 사용할 경우 인터넷 기능을 제거하거나 시험 전에 셀폰을 모두 반납하도록 한다. 아니면 아예 전통적인 방식으로 시험을 치른다. 시험지에 펜으로 답을 작성하는 방식 말이다. 페퍼다인 대학 3학년을 막 마친 라이언 데프리몬트(21)는 “종이에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다”고 했다.
데프리몬트는 이어 “첨단 기기로 부정행위가 심해지긴 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인터넷에 올라 있는 남의 글을 마구잡이로 표절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학생들은 최근 학생들의 시험 부정행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첨단 기기 때문이 아니라, 학생들의 사고방식에 기인한다고 했다.
UCLA 3학년 린지 니콜라스는 “일부 학생들은 취업을 할 때 성적이 좋으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에 부정행위를 한다. 그리고 취업을 하지 않더라도 대학원 진학을 위해 부정행위를 해서라도 성적관리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해서는 안 될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럿거스 대학 돈 매케이브 교수가 지난 4년간 전국 96개 대학의 학생 약 6만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이 부정행위를 한 것을 시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팅 컬터’(Cheating Culture)의 저자 데이빗 캘러맨은 요즘 학생들이 대학원 진학, 취업 등을 위해 성적 관리에 더 압력을 느껴 부정행위에 대한 유혹을 받게 된다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요즘 세상살이가 학생들로 하여금 도덕률을 지키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유가 어디에 있든 대학 측으로서는 부정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UCLA 학생 부처장 브라이언 칼라일은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이 소수이지만 학교 측으로서는 이러한 부도덕한 행위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셀폰이나, 이메일 기기로 부정행위를 하는 학생들이 있는 한편, 계산기에 중요한 공식을 미리 입력시켜 놓은 뒤 시험을 치르는 학생들도 있다. 또 구닥다리 방식이긴 하지만 종이에 미리 내용을 빼곡히 적은 뒤 살짝 살짝 들여다보고 학생들도 있다. 요즘은 iPod에 내용을 입력해 부정행위를 하려다 적발된 학생도 있다.
샌호제 주립대학은 언론학과 리처드 크레이그 교수는 스펠링 체크 시험에서 치팅을 한 학생을 적발한 뒤로 시험을 볼 때 학생들을 모니터 앞에 일렬로 앉힌 뒤 자신은 뒤에서 학생들의 뒤통수를 보면서 감시한다.
교수가 학생을 감시하는가 하면 학생이 학생을 감시하기도 한다. 네바다 대학에서 이러한 방식을 장려하다 보니 학생들이 서로를 의심하는 묘한 기류가 형성되기도 한다. 그러나 교육적인 의미보다는 당장에 부정행위를 근절하는 게 더 시급하다는 게 학생과 학교 당국의 생각이다. 그만큼 치팅이 만연해 있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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