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에퀴티에 대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한 한인남성이 자동차 구입에 앞서 모델을 살펴보고 있다.
미국차 소유자 29% ‘네거티브 에퀴티’ 발생
할부 기간 끝날때까지 차 안바꾸고 계속 타야
0% 이자율과 장기할부 프로그램이 자동차 판매를 촉진하고 있는 가운데 ‘네거티브 에퀴티’(negative equity, 담보물의 가치 하락으로 발생한 채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네거티브 에퀴티란 새 차로 교체하려는 중고차의 가격이 여전히 남아있는 할부금 보다 낮은 경우를 말한다. 즉, 중고차 가격은 5,000달러에 불과한데 앞으로 더 갚아야할 잔여 할부금은 8,000달러가 남아 있는 경우다.
지난달 미국 자동차 구입 소비자의 29%가 이처럼 잔여 할부금이 중고차 가격을 역전하는 현상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잔여 할부금의 평균치도 평균 중고차 가격보다 높은 3,789달러로 조사됐으며 이는 지난 2004년 9월이래 가장 높은 것이다.
융자 전문가들은 세가지 이유 때문에 네거티브 에퀴티를 부정적으로 정의하고 있다.
첫째, 잔여 할부금을 신차 구입을 위한 신규할부로 전환할 때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원래보다 더 높은 이자를 적용받게 되기 때문이다.
둘째, 더 높아진 페이먼트 부담으로 인해 다음 차 구입을 위한 비용을 저축하기가 힘들어진다.
셋째, 잔여 할부가 신차 할부로 전환됨으로 인해 소비자들은 과중한 채무의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장기할부 프로그램이 소비자들을 네거티브 에퀴티의 함정에 빠지는 주요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자동차에는 장기할부 평균 개월수가 60개월이었으나 현재는 64개월에 이르고 있다. 최근엔 자동차 업체들이 72개월의 장기할부도 앞다투어 내놓고 있다.
에드먼즈닷컴의 제시 토랙 수석 디렉터는 “72개월 할부는 이미 보편화됐으며 앞으로 다운페이할 현금을 따로 마련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네거티브 에퀴티 발생을 피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무이자 할부 또한 또 다른 원인이 된다. 모든 페이먼트가 이자를 지불하는 대신 원금을 줄이는 데에 집중되므로 좋아 보인다. 그러나 무이자할부를 선택한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전체 할부금의 규모를 줄여줄 수 있는 리베이트 적용은 받지 못한다.
때문에 5,000달러의 리베이트 대신 무이자 할부를 선택했다면 할부가 끝나기 전에 자동차를 교체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이는 곧 5,000달러의 손실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많은 융자프로그램들은 초반에 이자를 먼저 내고 나중에 원금을 내는 방식을 택하고 있지만 이 또한 소비자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새차 구입 후 첫 2년은 자동차 가치가 급락한다. 특히, 새차 구입 계약서에 사인하고 자동차 딜러를 나서는 순간 벌써 25%의 감가상각이 발생한다.
중고차 가격이 오를 경우 잔여 할부를 신차 할부로 전환하려는 소비자들도 증가한다. 반대로 중고차 가격이 내리면 할부 전환 소비자들은 더 큰 폭으로 위축된다. 따라서 중고차 가격의 상승효과를 누리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또한 크라이슬러 앨런 해프먼 리버오크 부사장은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소비자들은 산수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저렴한 월 페이먼트에만 치중하다 보면 출퇴근 전용의 저렴한 자동차를 선택, 5년 정도의 장기할부에 계약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입비용은 저렴한 자동차가 만일 고장이 난다면 그 수리비 지출은 더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다시 말해 새 트랜스미션을 사는 것보다 한 달치 월 페이먼트를 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설명이다.
일부 사람들은 자동차를 리스하는 것이 구매보다 더욱 경제적이라고 말한다. 리스가 유리한 경우는 단지 허용 주행거리가 많이 필요치 않은 경우에만 국한된다. 허용 주행거리를 초과할 경우 마일당 25센트가 넘는 추가 비용이 부과된다. 만일 총 5년의 리스 계약기간 중 채 3년이 되기도 전에 5년간의 허용 주행거리 6만마일을 소모했다면, 차를 운행하지 않고 세워둘 것인지 마일당 막대한 추가 비용을 부담하면서 운행을 계속할 것인지를 선택해야하는 난감한 상황에 빠지고 만다.
결국 재정전문가들이 말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에 귀를 기울일 수 밖에 없다. 이는 의외로 간단하다. 바로 한번 구입한 자동차는 총 할부금을 갚을 때까지 타는 것이다.
<김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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