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골을 터뜨린 뒤 응원단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는 한국선수들. <연합>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터뜨린 이천수가 환호하고 있다.
한국‘월드컵 해결사’ 안정환 원정 첫 승 축포
토고 뒤집었다 2-1
이천수 동점골 환상 프리킥
독일월드컵 서전을 장식한 승리. 더구나 한 골을 먼저 내주고 거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타국에서 벌어진 월드컵에서 기록한 첫 승이라는 것도 큰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겨서 안도한 경기였지, 마냥 환호할 만큼 시원한 경기는 아니었다.
13일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G조 예선 1차전에서 한국은 토고를 맞아 전반 31분 선취골을 내줬으나 후반 9분 이천수의 그림같은 프리킥 동점골과 27분 안정환의 통렬한 중거리슛 역전골로 2-1 역전승을 거두고 한국 밖에서 벌어진 월드컵에서 사상 첫 승리를 맛보며 16강행 청신호를 밝혔다. 하지만 대회를 앞두고 보너스문제로 심지어는 감독이 ‘가출’했다가 돌아오는 등 적전분열 중이었던 토고를 상대로 잦은 패스미스와 공격리듬 실종 등 전혀 예리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리드를 잡은 뒤 마지막 15분여를 볼 돌리기로 일관해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승리는 승리. 한국은 이제 최대 남은 프랑스(18일)와 스위스(23일)전에서 1승만 보태면 16강에 오르는 유리한 고지를 확보했다.
이날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부임 후 도입해 태극호를 조련했던 포백시스템 대신 한국팀의 오랜 전형인 스리백카드를 들고 나왔다. 스리백에 김진규-김영철-최진철, 미드필더에 이영표-이을용-이호-송종국을 포진시키고 스리톱에는 조재진을 축으로 이천수와 박지성을 좌우에 배치했다. 하지만 한국선수들은 1998 프랑스월드컵이후 8년만에 처음으로 외국에서 벌어진 월드컵 본선경기에 다소 긴장한 듯 패스미스와 볼트래핑 미스를 연발하며 좀처럼 경기의 리듬을 타지 못했고 오히려 경기의 주도권을 뺏긴 뒤 토고의 기습적인 롱패스 한 방에 허를 찔려 선제골을 내줬다. 전반 31분 미드필드 왼쪽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받은 토고의 모하메드 카데르는 한 번의 볼트래핑으로 중앙수비 김영철과 최전철 사이를 뚫은 뒤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한국의 네트를 출렁인 것. 한국은 41분에도 페널티아크 정면에서 토고에 프리킥을 내줬고 이를 야오 세나야가 강력한 오른발슛으로 연결했으나 이운재가 다이빙하며 간신히 처내 추가골 위기를 모면했다.
좀처럼 경기가 풀리지 않자 아드보카트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수비수 김진규를 빼내고 공격수 안정환을 투입한 뒤 이영표와 송종국은 후방으로 끌어내려 포백시스템을 전환했다.
특히 안정환이 조재진이 있는 최전방이 아니라 공격형 미드필더 겸 처진 스트라이커로 활동하며 공격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후반 8분 승부의 터닝포인트가 찾아왔다. 토고진영 중앙에서 볼을 잡은 박지성이 수비수 2명 사이로 전광석화 같은 돌파를 시도하자 다급해진 토고주장 장-폴 아발로가 깊은 태클로 박지성을 넘어뜨렸고 이미 경고 1개가 있었던 그는 2번째 옐로카드와 함께 퇴장의 비운을 맞았다.
이날 박지성의 활약은 기대에 못 미쳤으나 이 돌파 하나로 동점골로 연결된 프리킥을 얻어냄과 동시에 상대수비의 핵을 필드에서 쫓아내는 결정적인 돌파구를 열었다.
이어진 프리킥은 ‘프리킥 스페셜리스트’ 이천수의 몫이었다. 그가 오른발로 감아 찬 킥은 토고 수비벽 위를 멋진 커브를 그리며 넘어가 골 네트 왼쪽 상단에 그림처럼 꽂혔다. 골키퍼 코시 아가사가 엉거주춤하다 뒤늦게 몸을 날려봤으나 이미 볼은 네트를 흔든 뒤였다.
사기가 오른 한국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공세를 강화했고 결국 27분 안정환이 페널티박스 외곽 오른쪽에서 오른발 터닝슛으로 토고 골문 왼쪽 상단에 미사일처럼 꽂히는 결승골을 뿜어냈다.
안정환은 곧바로 2분 뒤에도 토고 왼쪽에서 결정적인 왼발슛을 시도했으나 골키퍼에 걸려 쐐기골 찬스를 놓쳤다.
한국은 이후 토고의 반격에 두세 차례 위험한 상황을 맞은 뒤 조재진을 빼고 수비수 김상식을 투입, 굳히기 작전으로 1골차 승리를 지켜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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