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인은행들의 성공적 발전에 따른 주식 옵션의 행사로 돈을 많이 번 은행 이사들과 간부들이 많아지면서 이제 한인사회에서는 가정주부들도 주식 옵션이란 말을 친숙하게 생각할 정도가 되었다.
주식 옵션이 무언지 모르고 초창기에 배당금 수표만 챙기고 주식 옵션은 휴지로 알고 버린 한인은행 투자자 몇 분들은 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혈압이 올라 기분이 나빠지는 분들도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사실 미국에서 주식 옵션은 원래 최고 경영자들이 단기간 영업이익에 치중하지 말고 멀리 장기적 성장과 회사 이익을 생각하고 일해 달라는 의미로 80년대 중반부터 널리 쓰였다.
그전까지는 최고 경영자들의 보너스 산정에서 장기적으로 회사의 주식가격이 얼마나 오르는가에 대한 비중이 적었다. 당기 순이익이 얼마인가 보고 퍼센티지로 중역들의 보너스 산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경영자들이 회사에 장기적으로 도움이 되지만 당기 순이익에는 마이너스 효과가 큰 직원훈련비, 제품개발비 등에 돈을 쓰지 않는 경향이 생겨서 주식 옵션을 최고 경영자 급여 산정에 도입하는 회사들이 늘게 된 것이었다.
주식 옵션은 이렇게 된다. 어느 한인은행에서 유능한 행장 한 분을 영입하기 위해 주식 옵션 10만주를 주기로 계약했다고 치자. 올해 6월1일 기준으로 이 은행의 주가가 한 주당 17달러라고 하고 주식 옵션 행사가 가능한 3년 후 경영을 잘해서 27달러로 오른다면 이 행장은 170만달러로 270만달러 시가의 주식을 사게 되는 것이다. 현금 100만달러가 생기는 셈이다.
그런데 사실 오늘 주식 옵션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엔론과 월드컴 등 최고 경영자들의 윤리의식 결여가 부른 회계부정들이 여론의 질타를 받는 와중에 또다시 이번에는 여러 회사들에서 주식 옵션에 관련된 회계부정들이 있어서 사회의 지탄이 되려하고 있다. 주식 옵션의 backdating이 문제가 된 것이다.
간단히 얘기하면 이렇다. 위의 한인은행장의 주식 옵션 기준날짜를 이렇게 바꾼다고 해보자. 6월1일이 아니라 몇 달 전의 낮은 주가가 14달러였고 그 날로 기준날짜를 친다면 이 행장은 170만달러가 아니라 140만달러만 가지고도 270만달러에 해당하는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30만달러의 추가이익은 행장에게는 좋으나 결국 주주들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워낙은 주식 옵션 기준 일을 정하는데 룰이 있어서 이 룰을 충실히 따르면 문제가 없다. 그런데 이 기준 일 정하는 것에서 오는 이익이 워낙 유혹적이다 보니 여러 회사의 최고 경영자들이 재주를 피워왔고, 감독 당국에서도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서” 적발을 못해 오다가 이번에 우직하게도 이 한 연구에만 여러 해 동안 매달린 어느 대학 교수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이 스캔들이 증권감독 당국의 철퇴를 맞게 된 것이다.
이 우직한 교수의 연구가 가능했던 것은 1992년부터 감독 당국이 최고 경영자에게 준 주식 옵션에 대한 보고의무를 강화했고, 인터넷으로 온라인 데이터 추출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이제 SOX란 회계기준이 주식 옵션을 이틀 안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면서 이 backdating은 힘들게 되었다. SOX가 필요 이상으로 기업들의 내부통제 코스트를 높인다고 엄살떠는 이들의 논리가 왜 말이 안 되는가 이 사건들이 다시금 우리에게 증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종열
페이스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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