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리나로 주인을 잃고 거리를 배회하다 만난 새 주인 해리스의 농장에서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는 몰리(왼쪽).
▲루이지애나 주립대에서 말을 연구하는 키 모텐슨이 몰리의 의족 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케이 해리스는 루이지애나 세인트 로즈에서 조랑말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어느 날 오후 케이가 집에 당도할 때였다.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케이는 너무 놀랐다. 공포가 엄습했다. 영국이 원산지인 억센 근육질의 투견이 그녀의 조랑말들 가운데 한 마리에게 달려드는 것이 아닌가. 북아메리카의 승용마 애팔루사종인 조랑말 몰리에게 쏜살같이 내달리는 게 아닌가.
카트리나 루이지애나 덮치자 주인이 버려 거리 배회
새 주인이 ‘몰리’로 부르며 동물농장서 끔찍이 사랑
‘같은 식구’투견의 돌변으로 온몸 죄다 뜯겨 사망 직전
루이지애나 주립대 병원에 급송, 의족 끼우기 수술 성공
투견은 몰리의 턱을 물었다. 턱이 단숨에 찢겼다. 투견은 이어 몰리의 복부를 물어뜯었다. 배가 크게 상처를 입었다. 몰리의 네 다리도 심하게 물렸다. 그야말로 몰리는 만신창이가 됐다. 해리스는 애마 몰리에게 달려갔다. 몰리의 머리를 자신의 무릎에 보듬었다. 해리스는 “몰리가 곧 숨을 거둘 것 같았다. 상처 때문이 아니라 투견에게 순식간에 공격을 받은 데 대한 충격 때문에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몰리를 안락사 시켜야 할 것 같았다. 투견에게 물린 네 다리 가운데 한 쪽이 감염돼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것 같았다. 주인 해리스는 몹시 괴로웠다. 아끼던 애마를 잃을 것 같아 잠이 제대로 오지 않았다.
해리스는 정신을 차렸다. 포기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몰리를 살려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해리스는 가까운 친구인 말 전문가인 앨리슨 바카 박사에게 달려갔다. 바카 박사는 몰리의 상태를 보더니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했다. 그리고 몰리가 감염된 사실을 확인하고는 루이지애나 주립대학 수의병원으로 달려갔다. 해리슨과 바카 박사는 의사들에게 몰리를 살릴 방도를 찾아달라고 애원했다.
처음엔 고개를 젓던 의사들이 해리스의 정성에 탄복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수의병원 지렉터인 러스틴 무어 박사는 며칠간 몰리의 상태를 점검했다. 몰리가 상태가 비교적 양호한 두 다리에 몸을 싣고 버티는 것을 보고는 의족을 만들어 끼울만 하다고 여겼다.
무어 박사는 의족 제작사에 연락했다. 몰리를 위해 의족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이 회사는 동물 의족을 만들어 보지 않았다면 난색을 표명하다가 이내 제작에 착수했다. 부상 부위가 심하게 감염된 앞다리를 절단하고 의족을 만들어 끼우는 수술이다.
무어 박사는 각 분야 전문가들과 상의했다. 의족을 끼웠을 때 성한 다리에 실리는 체중을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또 수술 후 예상되는 부작용도 면밀히 검토했다. 지난 1월 대학이 겨울방학에 들어갔을 때 무어 박사팀은 몰리의 다리를 절단했다. 그리고 의족을 끼웠다. 의족을 몰리의 앞다리 무릎 아래부위에 맞춘 것이다. 긴장의 시간이 흘렀다.
수술 후 몰리는 의족을 딛고 일어섰다. 의사들은 성공했다. 바카 박사는 “이런 수술은 처음”이라며 “비용이 많이 들고 어려운 수술이며 시도한 다른 의사들도 실패한 수술”이라고 했다. 해리스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감격의 순간이었다.
수술비는 5,000달러. 의족비용은 제작사의 선심으로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수술 후 몰리는 의족재활센터에 보내졌다. 쇠로 만든 의족으로 당당히 버티고 서 있는 몰리의 모습은 해리슨의 구경거리만이 아니다. 허리를 다쳐 교정기구에 의지하고 있는 어린이들이 몰리 주위에 몰려들어 신기한 듯 쳐다보았다.
몰리의 스토리는 사실 지난해 여름부터 회자되기 시작했었다.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루이지애나를 휩쓸었을 때 주인 잃은 조랑말이 세인트 찰스 지역을 배회하고 있는 것을 해리스가 발견한 때부터였다. 동물보호팀이 해리스에게 이 조랑말에 대해 얘기를 했고 해리스는 이 조랑말을 자신의 농장으로 데려갔다. 해리스의 농장에는 조랑말 17마리와 주인 잃은 동물들이 함께 살고 있었다. 해리스은 이들 말을 동네 어린이들의 파티에 빌려주기도 했다.
주인 잃은 동물 가운데 투견도 있었다. 이 투견은 몰리가 나타나기 전에는 전혀 공격성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래서 해리스는 안심했다. 투견이 몰리를 물어뜯기 시작했을 때도 해리스는 현장에 없었다. 이미 시간이 흐른 뒤 나타났던 것이다. 별 문제 없을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해리스가 현장에 나타났을 때는 이미 몰리는 피를 많이 흘려 사선을 넘나드는 지경에 처해 있었다. 해리스는 “투견이 마치 고기를 가는 기계처럼 몰리를 물어뜯고 있었다”고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전했다. 해리스는 이번 참극으로 투견을 안락사 시키려 하지는 않는다. 허리케인으로 사람 뿐 아니라 동물들도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문제 있는 동물들을 다룰 줄 아는 전문가들이 있는 보호소에 투견을 보낼 생각이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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