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공예 한글서예 헝겊인형 보자기장식 연꽃만들기…
예술적 손맵씨에 “원더풀 코리아” 메아리
보광 스님 등 ‘전등사 사람들’
31일 SS지청서 우리문화 홍보
리치몬드 소재 연방사회보장국 서부지청 청사는 그곳에 근무하는 이미영 소셜워커 말마따나 교도소 같다. 별 장식도 모양도 없는 무뚝뚝한 6층 벽돌건물에다 주차장에 둘러쳐진 드높고 빼곡한 쇠막대기 울타리는 정나미를 뚝뚝 떨어뜨린다. 겨우 찾아 들어서면 1층 로비만 오가는데도 정복 경비원들이 눈을 번득거리며 신상을 체크한다. “이 사람 저 사람 소셜번호들이 널린 곳이라 보안을 위해 그렇게 한다”는 이미영 씨 설명이다.
그곳에서 31일 “원더풀 코리아” 소리가 쉼없이 터져나왔다. 인간문화재급 한지공예 전문가인 보광 스님(샌리앤드로 전등사 주지)을 비롯한 ‘전등사 사람들’이 펼쳐보인 예술적 손맵씨에 모두들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본보 5월16일자 A5면 참조>
이날 오전 11시쯤부터 오후 1시30분쯤까지 청사 로비에서 열린 한국문화 맛보기 행사는 5월 한달동안 이어진 보광 스님 등의 공예품 전시회를 마무리하는 자리. 하와이 원주민의 레이(꽃수술 달린 목걸이) 만들기 등 타민족 문화뽐내기도 섞였지만 사람들 눈길과 발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한국문화 체험테이블이었다.
동고리 부채 탑전등 서랍장 보석함 등 “이게 정말 종이로 만든 것이냐”는 질문을 수없이 들었던 작품들을 선보인 보광 스님은 로비 안쪽 테이블에 앉아 ‘그게 정말 종이로 만든 것’임을 입증하는 보석함만들기 출행(바깥나들이 시범)을 했다. 중국계 아이비 동 씨는 조심조심 이리 살펴보고 저리 만져보며 “원더풀”을 연발했다. 리사라고 밝힌 백인여성은 그래도 못믿겠다는 표정을 짓다 결국 원더풀 합창에 가세했다.
한복을 차려입은 혜등 보살(새크라멘토)과 한옥 씨(월넛크릭), 박은애 씨(레드우드시티)는 허리 한번 펼 겨를도 없이 종이컵 종이꽃 종이잎을 붙여 연분홍연꽃 보라색연꽃을 만들고, 눈이 휘둥그래진 손님들에게 직접 만들어보도록 현장교육을 했다. 히스패닉계 도라 씨는 천주교인이라면서도 그 연꽃을 “방안에 걸어놓겠다”고 옥이야 금이야 가져갔다. 역시 전등사 불자인 서예가 이지관 씨가 즉석에서 한글로 써주는 이름을 받아가려는 사람들이 꼬리를 물었고, 이영민 씨가 만든 보자기공예품도, 조희옥 씨가 선보인 헝겊인형들도 뭇 시선을 끌었다. “여기서 팔면 안되냐”는 주문성 질문도 잇따랐다.
이 행사가 이뤄지도록 다리를 놓은 이미영 소셜워커에게도 감사와 칭찬이 쏟아졌다. 연방사회보장국 피트 스펜서 서부담당 커미셔너는 “한국문화가 이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고, 행사장을 둘러보다 이 씨와 마주친 스티븐 브린 어시스턴트커미셔너는 인사 대신 “땡큐 사라(이미영 씨의 영어이름), 당신은 한국의 문화대사야”라고 말한 뒤 느낌을 묻는 질문에 “내 코멘트를 들으려 말고 이렇게 몰려들어 즐기는 사람들이 보라”며 활짝 웃었다.
이 씨는 “우리 직원들(약 1,600명)이 하도 신기해하고 궁금해해서 오늘 말고도 수시로 내려와서 안내원 노릇을 했다”며 “내년 5월에도 다도회나 도자기전시회나 한국문화 전시회를 할 수 있도록 알아보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등사에서 3개월코스 금요 꽃꽂이반(현재 방학중)을 운영하는 등 종교를 떠나 우리문화 보급에 손맵씨를 보태온 보광 스님은 9월께 꽃꽂이반과 한지공예반(전화문의 510-483-3301)을 함께 열어볼 생각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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