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맥 칼럼
▶ 문석호 <한국무엽협회 미주본부장>
월드컵 8강에서 우리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극적으로 성공시킬 때 국민 모두가 열광했던 순간을 회상하면서 이번 월드컵에서도 유사한 장면이 펼쳐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처럼 극적인 순간에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소리를 ‘Emergency Cry’라고 합니다. ‘Emergency Cry’는 나라마다, 문화마다 다른데 예를 들면 불교신자는 “관세음보살”이라 조용히 말하고 회교도는 “알라”를 외칩니다. 찰스 다윈은 아프리카 원시림에 들어가면서 그 신비함에 자신도 모르게 “Oh My God” 이라고 했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습니다. 육당 최남선 선생은 백두산 천지를 처음 접했을 때 자기도 모르게 “애고머니”라고 감탄사를 터뜨렸다고 기행문에서 서술했습니다.
한국인들은 반갑고 놀라울 때 대개 “어머머” 또는 “어마나”라고 감탄합니다. 어머니를 가장 많이 찾는 민족이고, 종교가 있건 없건 최후의 구원을 어머니에게서 찾는 ‘모성국가’의 속성을 갖고 있는 모양입니다.
왜 어머니일까요. 과거 1930년대 조사된 바에 따르면 한국 어머니들의 노동량은 한국 아버지들의 1.76배, 일본 어머니들의 1.82배, 그리고 미국 어머니들의 3.3배나 됐다고 합니다. 우리 어머니들은 첫 닭이 울 때 깨어나 달이 서편에 질 때까지 일했고, 엄동설한에 아기에게 젖을 물리느라 어깨를 드러내고도 워낙 피곤해 잘 주무셨다고 합니다. 이렇게 과로가 겹치는 생활 중에도 남편에게 순종하고 화를 내는 일도 거의 없이 사셨고, 자식 때문에 고생한다고 불평하는 법 또한 적었습니다.
권리부터 찾는 요즘 젊은 어머니들과는 달리, 희생과 봉사로 인고의 세상을 살아왔으며 가혹하고 어려운 처지에 단련돼 휴식은 생각조차 못했고, 또 처지 때문에 비굴해지는 법 없이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겸손하게 사셨던 것이 한국의 어머니였습니다. 이 같은 어머니상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배달민족은 어머니부터 부르는 속성을 갖게 되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6월5일 워싱턴에서 시작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차 협상을 앞두고 한국에서 원정 시위대가 와서 한인 단체들과 규합해 시위를 계획하고 있어 한국은 물론 미국 주류사회에서도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평화적 시위라면 의사표현이라는 차원에서 수용할 수 있지만, 분신 등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한다면 미국인들은 “오 마이 갓”을 외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며, 한국이란 국가 브랜드에 큰 손실을 안길 것입니다.
각기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효과적이란 사실을 우리는 2002년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구호를 통해 확인했습니다. 이뤄질 수 없을 것 같았지만 목소리를 모았을 때 우리 자신도 놀라게 만드는 위대한 결실을 거둘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한미 FTA를 무조건 반대해 국제사회에 ‘FTA 고아’로 남을 것이 아니라 성공적인 타결로 한국의 국가경쟁력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한국은 GDP의 70%를 무역에 의존하는 나라로서 상호주의에 입각한 대외 개방의 확대를 통해 무역을 증대시키는 길만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길입니다.
FTA 협상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한국에 대한 미국 기업의 직접투자와 기술투자가 활성화되면서 대미 수출로 이어지고 고용 창출로 이어질 것입니다. 미국의 대 한국 수출도 증대돼 미국 각 지역 한인 기업의 사업도 성장할 것입니다. 모든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윈-윈 효과를 보면서 한인사회의 위상도 올라갈 것입니다.
한국 협상팀의 고초는 반대시위 참여자들의 마음 고생보다 더 클 수 있습니다. 한국의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짜여진 협상안을 갖고 협상에 임할 190여명의 한국 협상단에게 우리가 국가대표 축구팀에게 보내는 것과 같은 성원을 보냄으로써 협상이 성공리에 마무리되고,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기를 기대합니다.
시위대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FTA 협상안을 연구해 조목조목 이것은 이렇게 저것은 저렇게 수정해 달라고 건의할 수 있어야, 올해 말 협상이 마무리될 쯤에는 우리 모두가 “어머나, FTA 협상에 성공했구나”라고 외칠 수 있을 것입니다.
문석호 <한국무엽협회 미주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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