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파슨스 타임워너 회장은 이탈리아에 20에이커 포도농장을 소유하고 있다. 이곳에서 1병에 80달러 하는 포도주가 생산된다. 1년에 2번 이 농장을 방문할 때 그는 회사 비행기 4대 중 1대를 이용한다. 사용료는 타임워너 주주들이 부담한다. 로버트 라이트 GE 부회장이 플로리다 팜비치의 별장에 날아갈 때마다 타는 회사 비행기 사용료도 주주들의 몫이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의 찰스 기포드 명예회장이 보스턴 등 여러 곳에 있는 저택을 방문할 때 타는 회사 비행기 사용료에 대한 부담도 마찬가지다.
외국에 보유한 농장, 국내 별장 등 방문 때 당당히 사용
천문학적 액수 연봉 받으면서 비행기 운행비 주주들에 전가
퇴직 후에도 지속적으로 혜택 누리려 포괄적 협상 선호
“경영 효율성 제고·신변안전에 필요” 주장에 서민들 “씁쓸”
CEO들의 봉급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는데 더해, 이들이 회사 비행기를 사적으로 이용하고 그 부담을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관행이 문제점으로 부각하고 있다. 그야말로 사치의 극을 달리는 행동으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전 현직 CEO들에게 후한 인심을 베풀고 있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시티그룹 회장을 지낸 샌포드 웨일은 회사 비행기를 마음대로 사용한다. AT&T의 에드워드 위터커 전 CEO, 뉴스코퍼레이션의 피터 셔닌 전 회장도 이러한 혜택을 누리고 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경영진이 회사 비행기를 타고 다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동시에 특권층의 ‘호사’로도 표현된다. 안보 차원에서 불가피하다는 설명이 있는 반면, 일종의 중독이라는 지적도 있다.
한 CEO는 “내 스톡옵션을 갖고 이리저리 만지작거리는 것은 용인할 수 있지만 내 비행기는 건드리지 말라”고 할 정도로 비행기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아니, 자신을 위해 항상 대기하고 있는 비행기의 매력에 대한 중독이라고 하는 게 옳다.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2005년 CEO들이 회사 비행기를 사용한 데 대한 비용이 전년에 비해 45%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들의 부담 증가를 말한다. 또 회사 비행기를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한 경우가 있다고 보고한 기업이 전년도 60개에서 67개로 증가했다. 사용에 따른 비용은 1,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들었을 것으로 지적됐다.
그리고 기업은 CEO의 회사비행기 사용에 대한 비용을 세제혜택으로 커버했다. 2004년까지는 그러했다. 그러나 의회가 발끈했다. 유권자들의 원성을 반영한 것이다. 업무와 무관한 일에 비행기를 사용했을 경우 세제혜택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을 입법했다. 타임워너 파슨스 회장은 이탈리아 농장 방문 비용으로 6만 달러에서 최고 17만 달러까지 세제혜택을 보았다. 법인세 25%를 상정하면 최고 4만2,500달러의 세금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젠 다르다. 세제혜택 대상으로 인정하는 액수가 하한선으로 조정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혜택 축소의 액수가 아니다. 일반 노동자들의 힘든 하루하루와 넉넉하지 않은 봉급에 비해, 일부 특권층의 과도한 혜택이 사회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합리적인 조정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이다. CEO들은 돈을 많이 버니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위해서는 제 돈으로 비행기를 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CEO들의 비행기 사용은 쉽게 수그러들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많은 CEO들이 퇴직 후에도 이러한 혜택을 누리길 바라고 협상한다. 뉴스코퍼레이션의 셔닌 회장은 2009년 임기가 끝난다. 그러나 은퇴 후에도 회사를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면 연간 50시간 회사 비행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계약에 합의했다.
팩슨 매니지먼트 코퍼레이션의 CEO 로웰 팩슨은 내년까지 NBC 유니버설이 팩슨 커뮤니케이션을 인수할 수 있도록 합의를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팩슨 매니지먼트 코퍼레이션과 팩슨 커뮤니케이션의 이면계약으로 자신이 팩슨 회사 비행기를 사용할 수 있단 조항을 삽입했다. 다만 개인적인 용무로 사용할 경우, 조종사 봉급과 기름 값은 자신의 부담으로 하기로 했다. 휼렛 패커드는 CEO뿐 아니라 가족의 사용도 허락함으로써 주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세간에 말이 많아지자 일부 기업은 무절제한 비행기 사용은 제한하기로 했다. 천문학적 규모의 연봉을 받는 CEO들이 회사 비행기를 거저 사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여론을 의식한 듯하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개인용무로 회사 비행기를 사용할 경우 기존에 제공하던 혜택을 축소할 방침이다.
그러나 CEO들의 비행기 사용은 ‘최고경영자의 안전’이라는 대의명분으로 힘을 받는다. GE, 타임워너, 모토롤라, 뉴스코퍼레이션 등 상당수 대기업은 CEO의 안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아무튼 회사의 이익증대와 CEO에 대한 배려, 그리고 일반 서민이 바라보는 특권층이 누리는 ‘지나친 특혜’를 둘러싼 설왕설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