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토맥 칼럼
▶ 이인자 <몽고메리 칼리지 교수>
살아가는 동안 가끔씩은 그 어느 쪽을 둘러보아도 어떻게 해볼 여지가 없는 막다른 골목에 봉착한 듯이 느껴지는 힘든 시기가 있다. 팔자를 한탄하기도 하고 나라나 제도를 탓하거나 가족이나 친구를 원망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람에 따라 이러한 시기를 피해갈 수는 없을지라도 어떻게 이 시기를 보내느냐 에는 선택의 여지가 있다.
조선 사회에 팽배했던 주자학 일변도에서 벗어나 선진 유학을 창조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천주교 교리와 접맥하여 유교 경서에 새로운 시각을 부여했던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은 청년기에 접했던 서학(천주교)으로 인해 18년이라는 세월을 귀양살이로 보내야만 했었다. 그러나 그는 실망과 좌절로 세월을 보내는 대신에 지방 관헌의 윤리적 각성과 농민경제의 정상화를 위하여 정치 기구를 새롭게 고칠 것과 지방 행정제도의 개혁, 농민에게 토지를 공평하게 나누어 줄 것과 노동력에 의한 수확의 공평한 분배, 노비제의 폐기 등을 내용으로 하는 실용과 애민정신에 입각한 목민심서를 완성시켰다.
소련의 작가 솔제니친(Alexander Solzhen istsyn)은 2차대전 때 포병대위로 근무하던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스탈린을 비난하는 글을 썼다 하여 강제노동수용소에서 8년, 추방 3년형을 언도 받았다. 유형생활을 하는 동안 그는 수용소의 비참한 현실과 사회주의 사회에 현존하는 모순과 비인간성을 그린 책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발표하여 소련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로 부상하여 1970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 받았다.
또 트란스케이의 수도 움타타의 한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만델라(Nelson Mandela)는 남아프리카 흑인들의 비참한 현실을 깨달으면서 흑인인권운동에 적극 참여하여 인종분리 정책에 대항해 싸우다가 반역죄로 기소되어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이라는 세월을 감옥에서 보내야만 했다. 열악한 환경과 중노동, 철저하게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면서 기나긴 세월을 보내면서도 그는 자유를 위한 투쟁을 중단하지 않았으며 도덕성과 품위를 지켜 같은 동지들 뿐 아니라 백인 간수들에게까지 존경을 받았다. 석방 후, 그는 복수가 아닌 대화와 타협을 통해 남아공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전세계에 용서와 화해의 참뜻을 깊이 새겨주었으며 그 공로로 노벨 평화상을 받았고 1994년에는 남아공에서 최초로 흑인이 참여하는 자유 총선거를 통해 남아공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3년 동안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에 있으면서 죽음의 고비를 넘나들었던 신경정신과 교수이며 실존분석적 정신요법인 로고테라피를 창안하여 정신의학의 새 장을 연 빅토르 프랑클(Victor Frankl)은 자신의 체험을 통하여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인간내면의 심리 현상과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한 책을 통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도 삶이란 각각의 개인들에게 모두 의미 있는 것이며 어떤 극한적인 상황도 자신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한 주어진 여건을 의미 있게 활용하는 인간의 자유를 완전히 구속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어떤 이들은 가난한 환경 때문에 자신의 삶이 망가졌다고 말을 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가난을 이겨내기 위하여 힘겹게 노력하다보니 성공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가난이란 여건은 우리의 삶을 망가지게 하는 것인가 아니면 성공시키는 도구인가? 나에게 주어진 책임은 무겁게 느껴지고 자신감을 잃었을 때 우리는 환경의 제약을 한탄하지만 주어진 여건 안에서 불안이나 공포, 분노나 원망들 때문에 좌절하고 말거나, 그런 가운데서라도 내 꿈을 위하여 도전하는가는 나만의 선택이다. 이 세상 그 아무 것도 구속할 수 없는.
그러나 정말 문제는 내가 내 삶을 통하여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자 <몽고메리 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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