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주 레드우드 시티의 IAMS 센터에서 개를 진단하는 직원들.
레드우드 시티의 IAMS 센터에서 조시블룸이 MRI 검사를 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 사는 캐롤 칼리노스키는 15년간 키운 고양이 헨리가 다리를 질질 끌고 다니기 시작하자 수의사에게 데리고 갔다. 스테로이드 주사도 소용이 없자 수의사는 자기공명사진을 한번 찍어 보자고 했다. 1,200달러를 내고 사진을 찍었지만 성과가 없자 의사는 애완동물 전문 촬영소에 가서 다시 MRI를 찍어 보라고 권했다. 1,200달러를 더 들여서 다시 사진을 찍으니 종양이 발견됐고 칼리노스키는 헨리를 안락사부터 3,200달러를 들여 성공확률 50%에 불과한 수술까지 몇 가지 방안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하게 됐다.
병원 치료비용 만만치 않아 ‘안락사’ 종종 가슴아픈 선택
‘월 평균 30달러에 코페이까지’ 평생 보험 커버땐 적지 않은 부담
칼리노스키도 거의 안락사를 선택할 뻔하다 수술을 시키기로 했지만 애완동물의 생사를 가르는 결정을 앞에 놓고 번민하는 사람들은 상당히 많다. 애완동물을 살리느라 큰 빚을 진 사람, 안락사시키고 평생 죄의식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상담해온 브루클린의 심리학자 월러스 사이프는 “애완동물의 목숨을 앞에 놓고 돈 생각을 하는 것이 잘못된 일은 아니다. 순전히 주관적으로 결정해야할 그 문제에 관한 한 정답은 없다”고 말한다.
애완동물에게 돈이 많이 드는 치료가 필요할 경우 애완동물 보험 또한 심리적 위로는 될지언정 완벽한 금전적 해결책이라 하기도 힘들다. 동물의 치료비도 만만히 볼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 애완동물제품제조사협회에 따르면 미국 사람들이 올해 애완동물 건강을 위해 지출할 돈은 94억달러에 달한다.
물론 동물의 치료비가 사람의 치료비만큼 비싸지는 않지만 이것저것 더하다보면 그렇지도 않다. 10일 동안 투석을 하면 1만2,000달러, 암 치료를 하면 4만달러까지도 나올 수 있다. 이런 것은 특별한 상황이고 보통 사람들은 그렇게 큰 액수를 부담하지 않으며 애완동물 소유주들은 동물에게 들어가는 돈을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하는 일이 잦다. 그렇지만 법정에서 동물의 가치에 대해 증언하는 일이 잦은 펜실베니아주 야들리에 사는 수의사 제임스 윌슨에 따르면, 올해 완결된 연구 결과 중간크기 개를 평생 돌보는데 드는 비용은 1만400달러나 된다. 작은 개는 그보다 조금 덜 들고 큰 개에게는 조금 더 든다. 고양이의 경우 평균 1만600달러가 든다.
조금 더 자세히 계산을 해보면 동물을 자식처럼 아끼는 사람의 경우 그 비용은 쉽게 두배가 된다는 것이 윌슨의 말이다. 애완동물의 생일을 챙기는 사람이 580만명이나 될 정도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개주인 중에는 밥보다 간식을 더 많이 사는 사람들도 많아 중간 크기 개를 키우는데 10만달러를 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윌슨은 중간크기 개를 돌보는데 드는 비용 중 건강관리가 차지하는 비율은 40% 정도라고 말하는데 큰 개는 조금 더 들고 작은 개는 조금 덜 들어 33%를 차지한다. 고양이의 경우는 25%가 의료비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자기가 그 만큰 큰 돈을 쓰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이라고 덧붙인 윌슨은 그래서 애완동물 보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00달러짜리 개가 아니라 5만달러짜리 투자라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애완동물 보험을 든다고 크게 절약이 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미국 최대의 애완동물 보험사인 ‘VPI 펫 인슈어런스’에 2세짜리 고양이 보험을 들면 월 보험료가 28달러75센트니까 한해에 345달러가 든다. 만일 그 고양이가 18년을 산다면 16년 동안 내야 할 보험료는 총 5,136달러로 만일의 경우 고양이 진료비로 쓸 최고액과 비슷하다.
보험에는 방문당 50달러인 코페이 같은 추가비용도 든다. 통계에 따르면 고양이들은 연 평균 2.3회 수의과 병원을 찾으므로 연간 115달러씩 16년이면 1,840달러가 더 든다. VPI는 또 치료비의 40~80%를 커버해 준다.
유럽에서는 애완동물 보험이 대중화됐지만 미국인들은 별로 가치가 없음을 이미 깨달았는지도 모른다. VPI는 1982년부터 보험을 팔아왔지만 가입자는 36만9,000마리에 불과하다. ‘펫케어’와 ‘펫스헬스’라는 다름 보험도 있지만 VPI의 시장 점유율이 80%라니 미국 사람이 소유한 9,050만 마리의 고양이와 7,390만마리의 개중 보험에 든 것은 1%도 안 되는 것이다.
수의사 입장에서 보험이 있으면 치료비를 더 많이 청구할 수 있고, 더 과감한 치료를 할 수 있긴 하지만 애완동물 보험은 마음의 평화를 위한 것이지 보상을 위한 투자는 아니라고 인디애나주 코코메어의 수의사 로버트 메이슨은 말한다. 만일 동물의 치료비 때문에 금전적으로 크게 어려워질 것 같으면 안락사가 현명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VPI 대변인 브라이언 이야네사도 보험에 들어 있으면 만일의 경우 주머니 사정이 아니라 마음으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좋은 점이라고 말한다. 최소한 경제적인 이유로 정 들여 키우던 동물을 안락사 시키지는 않을 수 있으니 애완동물 보험은 사실상 주인의 기분을 위한 보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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