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마비된 부인 최혜현씨(오른쪽 두 번째)를 남편 최형철씨가 9년째 병수발을 들고 있다. 왼쪽은 아들 케빈군과 오른쪽은 막내딸 이레인양.
메사추세츠 최형철씨 감동의 순애보
9년동안 병수발·집안 일·자녀 양육
6시간이상 집 안비우고 ‘극진한 간호’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진 사람들의 숨결은 아직도 건재하다’
삶이 괴롭다며 자식까지 죽이는 요즘. 9년이 넘도록 전신마비 부인을 병 수발하며 세 자녀를 훌륭하게 길러낸 한인 아버지의 이야기는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듯한 반가움과 감동을 선사한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 토요타를 상대로 9년간의 힘겨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최혜현(47·본보 2005년 10월 6일 보도)씨의 남편 최형철 씨가 감동스토리의 주인공. 친척이라고는 없던 최씨였기에 지난 1997년 차 사고로 어깨이하 전신이 마비 된 아내의 병 수발과 당시 3세, 5세, 12세였던 세 자녀 뒷바라지를 고스란히 자신의 몫으로 받아들였다. “긴병에 효부 없다”는 옛 말도 최씨 앞에서는 무색하다.
“남편은 매일 아침 5시 반에 일어나 오전 6시와 낮 12시, 오후 6시와 밤 11시 하루 4번 제 배설물을 처리해요. 식사준비는 말 할 것도 없고 아이들 교육, 주말이 되면 빨래, 청소, 제 목욕 등을 도맡아 하지요. 골프대신 불고기를 재고 김치를 담그며 한국 마켓에 가는 게 취미가 된 사람이예요”
부인 최혜현씨는 남편 이야기를 꺼내면 목이 메인다. 서울대 기계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박사학위를 2년만에 끝낸 능력 있는 남편이지만 출세도 잊은 채 9년 동안 꼬박 부인 병수발을 해 왔다. 직장에 나가면서도 점심시간이면 어김없이 집에 돌아와 부인 배설물 처리 및 식사준비를 했으며 9년간 단 하루도 6시간 이상 집을 비운 일이 없다.
“그냥 무의식적으로 모든 일을 한다”는 남편 최씨에게서 아무런 원망도 불평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힘든 상황에서 빚어질 수 있는 가정불화를 막고 싶었다”며 “매사에 긍정적인 자녀들을 볼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아버지의 희생 때문일까. 예일대학에 재학중인 첫째 딸 다인(21)이와 최씨의 병간호를 맡아주는 중학생 아들 케빈(13)과 막내딸 이레인(11)모두 밝게 잘 자라줬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괜찮다”고 말하는 아버지에게 자녀들은 ‘That’s Okay’라는 별명까지 지어줬다.
어지러울 만큼 혼탁한 세상에서 최씨의 이야기는 이세상 모든 남편, 아버지들의 귀감이 될 만하다.
<홍지은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