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강세에 우는 미국 취업 회사원
“앗, 내 돈이 허공에서 날아가네…”
강한 원화 현상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며 1달러가 920원으로 곤두박질치자 한인들의 얼굴이 연신‘붉으락 푸르락’이다. 대부분 한인들이 약달러 현상에 몸을 움츠리고 있는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한국행을 해야 하는 이들, 원화로 환산된 고소득을 믿고 미국에 취업한 이들은 ‘강원화’에 배가 아프다.
지난 6일 결혼식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회사원 이모(32)씨는 2년 전 한국 방문때와 달리 꽁꽁 얼어붙은 자신의 돈지갑 경기를 온몸으로 느껴야 했다. 미국에서 알뜰살뜰 돈을 모은 이씨는 “부모님께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결혼경비를 직접 마련했는데 달러가 폭락하며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출하게 됐다”고 울상을 지었다.
부인이 태국인인 덕분에 태국과 한국에서 결혼을 두 번 치르는 이씨는 고유가로 인한 비싼 비행기값과 달러 가치 하락의 직격탄을 맞아 미국에서 모은 적금통장을 고스란히 털어야할 지경까지 몰렸다.
또 다른 회사원 이모(31)씨는 한국의 불경기 속에 미국 취업의 문턱을 넘어 한국의 친구들에게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대졸 취업자인 이씨는 도미 전 2003년 기준(1달러당 1,200원)으로 봉급이 한국 돈으로 4,100만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 한국에서 취업한 대학 동기들보다 높은 봉급에 쾌재를 불렀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에 하락을 거듭해 이씨의 봉급은 이제 한국에서 같은 기간 취업한 대학 동기보다 못한 수준으로 밀려나 버렸다.
이씨는 “미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한국보다 돈을 못 받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달러가치가 떨어질수록 한숨도 깊게 나온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을 방문한 한국 관광객들은 ‘잘 만났다. 원화강세’를 외치고 있다. 4일 LA를 방문한 전문직 종사자인 민모(32)씨는 “언제 다시 미국 휴가를 올 지 모르는데 때마침 원화가 세져 기쁘기 그지없다”며 10일 안팎의 미국 방문기간 동부와 서부, 중부 등의 4개 도시를 순회하는 강행군에 나섰다.
<이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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