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이란계 중년의 축구사나이들
구슬땀 솔솔 우정의 주단을 깔았다
마린카운티 오버40 첫 경기
공의 속도나 방향으로 미뤄 보나마나 아웃. 그러므로 우리(SF상록수)는 뛰다 말았다. 그런데도 그들(페르시안 유나이티드)은 뛰었다. 돌연 멈춰선 공은 그들몫이 됐다. 6년동안 그곳(산라파엘 매키니스구장)을 제집처럼 드나든 그들은 운동장 속성을 속속들이 알았고 그날(6일) 아침 지도를 더듬어 처음 찾아간 우리는 까막눈이었다.
70년대 초반부터 이란 국기를 달고 청소년대표로 국가대표로 그라운드를 누볐던 하지 라히미푸르 선수(1골 2어시스트)는 쉰 다섯 나이를 잊고 게임을 능숙하게 조율했다. 그러나 우리는 믿음직한 더블 플에이메이커 이상호-구세홍 선수가 사정이 생겨 못뛰는 바람에 중원의 지휘관 없이 맞싸웠다.
더욱 문제는 예비군 병력-. 나이가 나이인지라(전원 40세이상) 교체선수가 풍부해야 하는데, 그쪽은 예닐곱 벤치멤버들이 수시로 주전멤버들의 지친 다리를 쉬게 해준 반면, 우리쪽은 대신 싸워줄 사람이 없어 취재기자까지 뛰게 하는 고육지책을 써야 했다.
결과는 뻔했다. SF상록수 2대5 패. 지난달 29일 산호세서 열린 제12회 실리콘밸리 상록 축구대회에서 파죽의 3연승(9득점 1실점)으로 B그룹 챔프고지를 점령했던 SF상록수(회장 이병철)가 6일 산라파엘 매키니스팍 구장서 벌어진 ‘마린카운티 오버40 리그’ 데뷔전에서 전후반 90분동안 사력을 다해 싸웠으나 전력차이 이전에 예습차이를 실감하고 물러섰다.
그 속에서도 상록수의 믿는도끼 신성재 선수의 득점감각은 빛났다. 상록대회 2관왕(MVP 겸 득점왕, 7골) 신 원톱은 0대1로 뒤진 전반 25분쯤, 상대수비수 2명을 간단히 따돌리고 문전으로 돌진한 뒤 쫒아나온 골키퍼의 키를 넘겨 왼쪽 골네트 상단에 꽂히는 멋진 칩샷을 찍어올려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다시 한골을 내줘 1대2로 끌려가던 전반 42분쯤에는 조행훈 선수가 상대수비수의 백패스를 가로채 동점골을 터뜨리는 투혼을 발휘했다. 이후에는 줄곧 페르시안U 페이스. 백종만 감독 겸 선수가 리드하는 수비라인과 골키퍼 루이스 칭 선수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 혹심한 골우박을 맞을 뻔했다.
그러나 이날 승부의 진정한 전리품은 교류는커녕 교감조차 없었던 한국계-이란계 축구중년들이 흥건한 땀방울 속에 우정을 나눈 것. 경기뒤 서로 통성명을 하고 부상선수 치료법을 일러주고 친하게 지내자는 다짐 속에 다함께 웃으며 기념촬영을 했다. 1패를 안은 뉴커머 SF상록수는 13일 파르스FC를 상대로 첫승사냥에 나서고, 지난 6년동안 2차례 우승 등 막강화력을 과시해온 페르시안U는 같은날 3연승에 도전한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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