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근로자다. 오늘은 행진을 하지만 내일은 투표를 한다. 우리가 미국이다’-. 온갖 구호가 춤을 춘다. LA 시청에서 라브레아에 이르는 윌셔 길. 4마일에 이르는 그 구간이 이민자들로 넘쳐 났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다. 그 가운데 한인들의 모습이 간혹 눈에 띈다. 그러나 보이느니 온통 라티노다. 끝이 안 보일 정도다. 라티노 대행진이 펼쳐진 것이다.
2006년 5월1일 메이데이. 65만여명의 라티노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온 그 날은 아침 출근길부터가 한산했다. 올림픽 거리는 뻥 뚫려 있었고 다운타운 한인상가는 아예 철시를 했다. 한인타운의 기능이 사실상 정지된 것이다. 극명히 대조되는 메이데이의 풍경이다. 그 자체가 상당히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라티노의 파워를 절감했다. 한인 사회의 반응이다. 이민법 개혁은 더 이상 이슈가 아니다. 라티노의 목소리가 이슈다. 라티노 커뮤니티에서 나오는 소리다. 다른 말이 아니다. 반이민법 저항운동으로 시작된 시위였으나 제2의 민권운동으로 확대 발전시켜 나가겠다는 얘기다. 메이데이 대행진은 이런 면에서 라티노의 정치적 파워를 과시하고, 동시에 라티노 시대를 알리는 중요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새삼 되돌아보게 되는 게 있다. 한인과 라티노의 관계다. 라티노는 한인의 이웃이다. 지역적으로 바로 이웃해 살고 있다. 경제적으로도 그렇다. 업주와 소비자의, 또 노(勞) 사(使)와의 관계다. ‘이민자 없는 날’ 다운타운의 한인 상가가 철시를 할 수밖에 없었고 외곽의 많은 한인 운영 마켓들이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둘 다 이민그룹이고, 때로 같은 아젠다를 공유할 수밖에 없는 소수계란 점에서 그렇다.
문제는 서로를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리 곱지 않다. 부정적이다. 노와 사의 갈등에, 인종적 편견이 겹쳐서다. 이를 불식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한인 업주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치적 연대도 강화해야 한다. 관련해 절실히 요구되는 게 있다. 한인 커뮤니티의 응집된 정치력이다. 라티노 대행진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한인 사회도 정치력을 가다듬을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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