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헌정 사상 최초로 한국에서 여성 총리가 탄생하였다. 굴곡 많았던 우리나라의 근대사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이정표가 찍힌 셈이다. 총리 내정 시점부터 이런 저런 기대와 우려 속에서 결국 최초의 여성 총리 시대를 맞게 된 것이다.
수십년 전부터 지금까지 남녀평등의 문제는 한국에서 사라지지 않는 사회적 이슈 중에 하나였다. 여러 가지 논쟁들이 있을 수 있지만 위와 같은 논의 속에서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와 역할이 실제로 상당히 성장했음을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 기회의 증가와 남녀평등은 결국 여성은 노동력을 사회에 적극 참여시킴으로서 궁극적으로는 인류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게 된다는 진보적 학자들이 주장이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분야에서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여성 국무총리의 등장은 참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으며, 국정수행의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가 남녀평등의 문제에 있어서 진정한 선진국으로 한걸음 다가설 수 있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대학시절 역사 관련 교양 수업을 많이 수강한 편이었는데, 그 중 기억에 남는 수업중의 하나는 전 러시아 대사를 지내셨던, 학계에서는 많은 존경을 받고 계신 여성 교수 이인호 선생님의 ‘서양사의 이해’라는 수업이었다.
소수의 수강생들이 일주일 동안 한 권의 책을 읽고 서로 의견을 주고 받는 수업이었는데, 그 학기 중 토론을 위해 처음으로 읽어야 했던 책이 바로‘시몬 드 보브와르’의 ‘제 2의 성’이었다.
이 책은 여성이 남성의 종속물로서의 제2의 성에서 벗어나 남성과 대등한 자유로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것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 녀가 그 자연의 구별을 초월해서 진정한 우애를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즉 남 녀의 두 개체로 나누어 생각하기에 앞서 같은 인간으로 만나야 한다는 것이다.
15년이 지났는데도 이 수업이 내 기억 속에 남는 것은 수업 중 여학생이 던진 질문에 교수님이 답해주신 일종의 ‘우문현답’ 때문이다. 직장에서 커피를 타야 하는 신입 여사원들의 신세 등을 토론 하던 중 한 여학생이 교수님께 “선생님께서는 옥스퍼드와 하버드를 졸업하신 앨리트이신데, 남자 교수님들과 차를 마실 때, 선생님께서 커피를 타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드세요?”라고 질문 하였다.
선생님께서는 가만히 웃으시며 “나는 기분 좋은 마음으로 커피를 탈 것 같아요. 스스로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한국 여성으로 살아왔고, 아직도 한국에서는 손이 투박한 남자가 커피를 타는 것 보다는 내가 타는 게 보기 좋지 않겠어요? 그리고 계속해서 내가 커피를 탄다고 해도, 남자 선생님들도 날 도와주려 않겠어요?” 최고의 지성을 갖춘 여성의 자신감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 그 선생님의 말씀이 내 기분을 참 좋게 만들어 주었다.
흔히들 법과 제도의 개선이 남녀문제, 인종문제를 궁극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는 인간 사회의 진정한 존경과 평등은 타인을 있는 그대로 한 인간으로서 존경할 때만 스스로도 존경 받을 수 있으며, 진정한 화해를 도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은 우리의 어머니이며, 딸이며, 연인이며, 동료였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에서는 국민들이 믿고 따라야 할 제 2의 권력자이기도 한 것이다.
신항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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