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핑을 하든, 영화를 보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다음에 반드시 따라줘야 하는 것이 있다면 다름 아닌 ‘맛있는 식당에서 회포 풀기’다. 맛있는 걸 먹으며 그날을 정리해야 샤핑도, 영화도 그 만족도가 높아지니까. 그래서일까. 한국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는 동네에는 어김없이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점이 즐비한 먹자골목이 생겨난다. 한국처럼 미리 만들어둔 음식들을 한껏 쌓아두고 오가는 사람의 미각을 유혹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이곳에도 엄연한 먹자골목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지? 맛있는 거리로 불리는 웨스트LA의 소텔 거리(Sawtelle Blvd)에 다녀왔다.


소텔 거리의 인기 레스토랑 중 하나인 미주 투원투(MIZU 212)에서 일본식 샤부샤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왼쪽) 세 블럭정도에 걸쳐 다양한 레스토랑이 몰려 있는 ‘먹자골목’ 소텔 거리.

일본식 레스토랑
30여곳 ‘오밀조밀’
젊은이들 몰려들어

“소텔 거리를 따라 세 블럭 정도에 걸쳐 레스토랑만 해도 30여개가 죽 늘어서 있으니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먹자골목인 셈이죠. 어떤 사람들은 이곳의 음식을 먹으러 일부러 이 거리를 찾기도 한답니다”
소텔 거리에서 오랫동안 샤부샤부 전문점인 미주 투원투(Mizu 212)를 운영해온 박동윤 사장의 설명이다.
소텔 블러버드와 올림픽이 만나는 지점부터 세 블럭 정도에 걸쳐 많은 레스토랑이 들어서 있는데, 주로 일식 레스토랑들이 대부분. 이미 백인들 사이에서도 대중화된 일본음식인 스시와 롤을 맛볼 수 있는 곳은 기본이고, 일본 라면과 커리는 물론 일식으로 만든 프랑스 요리까지 다양한 일본의 맛을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일 저녁시간이나 주말, 이곳의 유명하다는 레스토랑 입구에는 차례를 기다리기 위해 길게 늘어서 있는 손님들을 보는 것도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다.
이곳 사람들 스스로도 ‘샌타모니카 지역의 작은 일본 타운’이라고 스스럼없이 부른다니, 다양한 일본식 먹거리를 맛보고 싶다면 한번쯤 찾아도 좋을 것 같다.
그러나 최근에는 한인들이 운영하는 레스토랑도 생겨나 눈길을 끈다. 한인 운영 레스토랑들은 일본식 샤부샤부를 맛볼 수 있는 ‘미주 투원투’, 한국식 일본 스시와 롤이 주 메뉴인 ‘집 퓨전’ 레스토랑, 정통 일본식 라면을 맛볼 수 있는 ‘아사히 라면’(Asahi ramen), 퓨전이 아닌 100% 한식으로 미식가들의 입맛을 공략하는 ‘토푸 야’(Tofu Ya) 등.
음식점이라기보다 모던한 바(bar)처럼 꾸며놓은 미주 투원투에서 맛볼 수 있는 샤부샤부는 푸짐한 야채와 함께 최상급 고기가 어우러진 건강 음식으로 주로 백인들이 많이 찾는다. 특히 1인용 전골 냄비가 구비되어 있어 깔끔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의 맛을 가미한 스시와 롤을 맛볼 수 있는 집 퓨전은 소텔 블러버드와 올림픽이 만나는 올림픽 컬렉션 몰에 자리잡고 있는데, 젊은이들에게 특히 인기 있는 곳. 호텔에서나 볼 수 있는 세련된 담음새와 맛이 어우러진 멋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또한 한국 노래는 물론 일본 노래와 미국 팝송까지 두루 갖춘 가라오케 룸도 구비되어 있어 생일파티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가장 최근에 생긴 토푸 야는 한국식의 얼큰한 순두부 찌개를 즐길 수 있는 곳인데 돌솥 비비밤과 갈비 등 대표적인 한국 음식도 맛볼 수 있다. 과연 ‘이런 한식집이 될까’하는 의문도 잠시, 일본 젊은이들은 물론 머리가 노란 백인들까지 스스럼없이 한국 음식을 젓가락으로 먹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글 성민정 기자·사진 진천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