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가주 한인사회 경조사에 화환이나 부조금을 사양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다. 아직은 노부모의 생신잔치나 출판기념회등 정성으로 마련한 뜻 깊은 행사를 중심으로 조용히 자리잡아가고 있는 중이다. 하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행사의 참된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라고 당사자들은 겸손하게 말한다. 환영할만한 새 문화다.
축의금과 조위금을 주고받는 부조행위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원래 상부상조하는 우리의 미풍양속에서 비롯된 경조비는 관혼상제를 빚내서 치러야했던 어렵던 시절엔 큰 힘이 되었었다. 그러나 그 취지가 세월과 함께 변질되어 허례허식과 민폐의 표본으로 지탄의 대상이 되어왔다. 오죽했으면 군사정부시절 상가 앞에 세워놓는 조화의 숫자를 10개미만으로 제한시키라는 해외토픽 감 가정의례준칙이 마련되었을까. 경조사의 낭비 폐단은 남가주 한인사회에도 정착한지 오래다. 결혼과 장례는 물론이고 아기와 노인의 생일잔치, 출판기념회에서 단체장들의 취임식에 이르기까지 빈손으로 가기 힘든 온갖 행사의 초청장들이 ‘고지서’처럼 부담스럽다는 불평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부조금보다 더 심한 것은 화환이다. 장례식이나 단체장들의 취임행사장 입구마다 즐비하게 늘어선 수십개의 대형 화환들이 당사자들의 ‘실세’를 경쟁적으로 과시하는 듯 보여 추모나 축하보다는 개탄을 자아내게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물론 아직도 친지의 도움이 절실한 경조사도 적지 않다. 장례비용을 위해 조위금이 꼭 필요한 유족도 있을 것이고 가난한 젊은 부부의 새 출발에 큰 도움이 되는 축의금도 있다. 그러나 이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상류층에서는 바람직한 경조사 문화의 시범을 보일 때가 되었다. ‘축의금과 화환은 사양합니다’라고 명시한 초대장은 이런 문화의 정착을 위한 확실한 첫 걸음이 될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조위금은 워낙 관례가 아니었고 요즘은 조화도 거의 보내지 않는다. 대신 부고에 흔히 ‘in lieu of flowers (꽃 대신에)’라는 구절과 함께 자선단체의 연락처가 명시된다. 추모의 뜻을 표하고 싶다면 꽃 대신에 자선단체로 도네이션 해달라는 부탁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신문에 부고가 실리는 한인사회에서도 도입해 볼만하다. 장례식 뿐 아니라 각종 축하와 추모행사의 주최측도 시도해 볼만한 아름다운 관행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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