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사이에 무려 4건이나 발생했다. 하나같이 가족 동반자살 사건이다. 10명이 숨졌다. 그 중 5명은 어린 자녀들이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또 믿어야 할 아버지이고 어머니다. 그 부모들에게 삶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비명에 간 것이다. ‘오죽했으면’ 하는 연민보다는 분노가 앞선다. 불 속에서 ‘살려 달라’고 외치는 남매, 또 아빠를 찾아갔다가 영문도 모른 채 총에 맞은 다섯살배기 등 어린 생명들의 그 비명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다.
너무나 끔찍하다. 비극적이다. 그 죽음 앞에 그러므로 말이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원인분석도 그렇다. 가정폭력의 문제점이 새삼 부각된다. 대화부족이, 언어폭력이, 또 한인 남성의 중년의 우울증이 문제로 제기된다. 비뚤어진 한국적 가족관에, 가부장제도의 병리가 해부된다. 그뿐인가. 분노조절이 서툰 한국형 멘탈리티가 지적되고 이민생활의 어려움이 파헤쳐진다. 잇단 참극과 관련해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점들이고 처방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라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건의 파장이, 그 충격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다. 공동체로서 한인 이민사회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한 때 돈을 꽤 벌었다. 그러다가 사업이 기운다. 가정불화가 쌓이고 스트레스는 가중된다. 별거다. 이혼이다. 그러던 어느 날 파멸이 몰아닥친다.” 비극의 가정들이 보인 공통점으로,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가치관에 있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했다. 그런데 잘못된 드림이었다. 돈으로 모든 걸 평가해서다. 그러므로 돈이 사라지면서 꿈도 좌절됐다. 순간 ‘살아 남아봐야 고생이다’라는 악마의 속삭임에 빠져 온 가족이 함께 목숨을 끊은 것이다. 이 동반자살 증후군의 이면에는 이 같이 잘못된 가치관이 숨어있는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문제는 이 ‘돈 지상주의 삶의 방식’에 모두가 젖어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번 사건이 주는 충격이 여간 큰 게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충격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살을 방지하는 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LA시와 카운티 정부가 돕겠다고 나섰다. 기대가 크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올바른 가치관 정립에 있다. 그건 다름 아니다. 절망 가운데에서도 희망을 발견하는 이민자 정신의 회복이다. 이번 사건을 가치관 재정립의 계기로 삼아야겠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