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십년간 LA 한인타운에 별별 사건이 다 일어났지만 지난 주말 발생한 두 남매 살인 사건만큼 끔찍한 일은 없었던 것 같다. 친아버지가 10살 남짓한 두 아들딸을 강제로 차에 태우고 불을 질러 태워 죽게 했다니 인간이 이런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참혹한 일을 벌인 아버지는 정작 불이 자기 몸에 옮겨 붙자 차 밖으로 나와 지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한다. 차라리 같이 죽었으면 ‘오죽 했으면 그랬겠느냐”는 소리라도 들었을지 모르지만 그랬더라도 동반 자살은 용서받을 수 없는 범죄이다.
가족 동반 자살은 자식들에 대한 집착이 유달리 강한 한국 사회에서 종종 발생한다. ‘자식은 부모의 소유물’이라는 전근대적 의식과 ‘내가 세상을 떠나면 누가 이 아이들을 돌보겠는가’하는 잘못된 책임감이 뒤섞여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이 찢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에는 그나마 일말의 동정을 받았을지 모르나 지금, 더더군다나 저소득층 자녀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이 갖춰진 미국에서는 전혀 맞지 않는 생각이다.
인생을 살다 보면 누구나 한 때는 사방이 막막하고 절망뿐인 순간을 겪게 된다. 당장은 출구가 없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다 보면 반전의 계기가 찾아오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하면 다시는 재기의 기회를 갖지 못한다.
아직도 많은 한인 가정이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음에도 의외로 많은 여성이 맞으면서도 참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참고 쉬쉬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건 정도로 잔인한 행위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올 수 없다. 그 전에 수많은 크고 작은 폭행과 폭언이 있었을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지만 좀 더 일찍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더라면 하는 아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다시금 강조하지만 동반 자살은 살인이다. 사업에 실패했다고, 자신의 앞날에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걸 이유로 자식의 생명을 빼앗을 권리는 누구에게도 없다. 다시는 한인사회에서 이런 끔찍한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염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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