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살며 배우며
▶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춥고 칙칙했던 긴 겨울을 밀어내고 소리없이 봄은 왔다.
봄은 정녕 기쁨에 싸인 계절이며 생명이 약동하는 계절이다. 흠뻑 물오른 수양버들은 가지마다 온통 연둣빛으로 휘감은 채 불어오는 봄바람에 살랑살랑 춤을 추며, 꽃샘추위 속에서도 본격적인 봄기운을 뿜어대는 대자연의 법칙을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자연은 어김없이 빨, 주, 노, 초, 파, 남, 보의 예쁜 색깔과 눈부시도록 하얀 꽃들을 피어내며 봄 향기에 마냥 젖는 즐거움을 주고있다.
봄을 맞아 한층 경쾌해진 새들의 합창소리가 멋스럽게 들려오고, 아이들의 재잘거리는 소리에 딸네 집에서 첫 아침을 맞이한다. 네 아이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며, 어느새 서툰 걷기운동에 뒤뚱거리는 돌 잡이 손자는 당연 1위의 인기를 끌며 웃음꽃을 피어준다. 여섯 살, 네 살, 두 살의 형, 누나들의 극성스러움에도, 귀찮게 동생이 귀엽다고 볼에 뽀뽀하며, 한데 엉켜 뒹굴고 서로 좋아라 깔깔대는 모습들, 싸우다가도 한쪽이 울면 자기 것이라 우기던 장난감도 선뜻 내주는 양보심, 달랑 외동일 때보다는 어울려 노는 모습에서 다정함을 본다. 형제 많은 아이들이 정서면에 뛰어나다니, 그래서 딸들은 저마다 아이 많이 낳기에 열을 올리나 보다.
문득 그 옛날 나의 어린시절, 부모님의 한없는 사랑을 받으며 나의 6형제가 한데 어울려 낄낄거리며 뛰놀던 그 시절이 그리워짐을 숨길 수 없으며, 애틋한 수많은 추억 속에 한참을 빠져서 서성거려본다. 이제는 모두 가족을 이루고 제가끔 삶에 충실하다. 열심히 살아간다는 것은 행복을 말하는 것이고 기쁨을 만드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모두가 건강함 속에서, 부지런히 살아가는 즐거움처럼 여유있는 인생은 없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
가족이 지니는 의미는 그냥 단순한 사랑이 아니라 지켜봐 주는 누군가가 거기 있다는 것, 바로 정신적인 안정감을 느껴가며 행복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닐까. 가족말고는 그 무엇도 그걸 줄 순 없다고 생각한다. 더 나아가 자라나는 어린아이들에게는 끊임없는 사랑과 관심 속에서, 그리고 모든 일에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를 보인다면 어른들이 모르는 사이에 성숙하고 슬기롭게 강인하게 자랄 것이라 생각해본다.
긴 겨울을 벗어나 봄이 온 것 같이 내 몸 안에 어디엔가 숨어있을 싱그러운 기운 같은 것이 몸 안 가득 고이도록 애써야 할 것이다. 이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세월도, 기쁨도, 슬픔도 구름처럼 지나가리라. 그러나 나는 인생의 무상함을 아는 나이가 된다고 해도 내 인생의 봄을 향하여 힘차게 나아가리라. 모든 생명이 빛과 따사로움을 향하여 나아가듯이.
그리고 봄의 향기와 함께 내가 살아온 시간 속에 추억들이 그리움의 파도가 되어 출렁출렁 정겹게 밀려오고 또 밀려 올 것이다.
유설자 <워싱턴 여류수필가협회>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