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 비 쉬는 틈에 쓸고 닦고 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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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줄기는 제법 굵었다. 바람 또한 여간 아니었다. 그 전날도 그랬고 그 전전날도 그랬다. 온종일 비바람. 꼽아놓은 그날 일기예보도 그랬다. ‘그곳’에 가려면 안그래도 교통편이 보통 불편한 게 아닌데…. 팔순의 최봉준 회장 등 SF한미노인회 회원들은 걱정이 태산이었다.
4월1일(토) 아침. 간밤에도 새벽에도 지붕을 창문을 쉼없이 두들기던 비가 거짓말처럼 그쳤다. 아주 그친 게 아니라 잠시 쉰 것이었다. 비야 오든 말든 바람이야 불든 말든 그곳에 모일 참이었던 노인들의 그때 그마음을 최 회장은 이렇게 표현했다. “…비가 내리기도 하였으나 하나님께서 돌보아 일기가 개여…”
지난 22년동안 월요일 아침마다 금문공원에서 청소봉사를 해 베이지역 커뮤니티 영웅상을 받고 또 노무현 대통령의 표창을 받은 SF한미노인회원 약 50명이 토요일인 지난 1일 오전 10시쯤부터 약 2시간동안 SF페리공원의 한미수교 기념 조형물(조각가 최만린 작 ‘움직임 : 그 첫 100년’)과 주변청소를 했다.
계절을 잊은 듯 끈질기게 내린 비 덕분에 조형물이 지난 가을 대청소 때보다는 깨끗한 모습이었지만, 걸레와 빗자루에다 혹시 몰라 우산 우비까지 챙겨들고 모여든 노인들의 정성스런 손길로 더욱 깨끗해졌다. 조형물을 벽삼아 처마삼아 비에 젖은 잠을 자는 노숙자들이 버린 담배꽁초와 술병 헝겊조각 등 등 쓰레기도 말끔히 치워졌다. 녹은 SF공원관리국에서 특수약물을 이용해 벗겨냈다. 청소뒤 도시락점심은 SF한인회(회장 김홍익)가 준비했다.
“(비가) 그렇게 사납게 오더니만 이렇게 요시간에 딱 그쳐주니까 참 묘하네.” 잠시 멈춘 비를 화제로 유쾌한 농담을 주고받으며 청소에 열중하는 이들을 보고 인근 아파트에 산다는 백인노파는 “정말 좋은 일을 하신다”고 몇번이나 고맙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진치고 있던 노숙자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다섯명인가 있었는데 우리가 가니까 벌떡 일어나더니 (청소를) 거들어주지 않았겠어.”
최 회장은 덧붙였다. “그런데 말이야. (남들도 그러는데) 우리가 그걸 내버려두면 되겠냐 말이야. 애들한테 말만 가르칠 게 아니라 그런 곳에 가서 현지답사 측면에서 교육도 시키고 그래야 되는데 어디 붙어있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태반이니 참.”
한미수교 기념조형물은 1883년 구한말 선각자 민영익을 단장으로 한 보빙사절단이 샌프란시스코에 첫발을 내딛고 한미수교통상조약을 맺은 것을 기념해 1993년 5월 세워졌으며 사절단의 출발지인 제물포(인천) 자유공원에도 기념비가 서 있다. SF한미노인회는 개천절(10월3일)을 앞둔 오는 9월말 적당한 때 또 이곳을 찾아 대청소를 할 예정이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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