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느님은 아침부터 분주하시다.
이발을 하고 풀빛 옷을 차려 입고
나이보다 한 스무 살쯤 젊어 보이는
치열이 고른 하느님은 분주하시다.
남루한 겨울을 싣고 청소차가 떠난 자리
그늘 진 빈곳까지 가득가득 채워주시는
나이보다 스무 살쯤은 더 젊어 보이는 하느님
첫 아이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돌아오는 날
헤실헤실 입가에 새어나오는 웃음으로
있는 사람이나 없는 사람이나 조금도 내색하지 않고
한 주먹 더 집어주는 것도 덜 주는 것도 없이
싱싱한 바람이 잔뜩 들어 볼록볼록한 봄을
집집마다 날라주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 봄에도 하느님은 공평무사하시다.
김석규 ‘입춘대길’전문
산뜻하게 이발을 하고 풀빛으로 단장한 젊으신 하나님은 이 해도 봄맞이에 무척이나 바쁘시다. 겨울을 싣고 청소차가 떠난 자리를 채우느라 바쁘시고, 부자나 가난한 자 가리지 않고 집집마다 공평하게 봄을 날라주기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다. 첫 아이 입학시키고 돌아오는 부모의 그 싱글거리는 가슴 같은 봄이 우리를 위해 마련되고 있으니 우리 또한 바빠야겠다.
문인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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