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사람 손자병법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불패”라는 말이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백전백승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즉 남을 먼저 알고 나를 알면 전쟁에서 언제나 이길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아직 100번 싸워보지 않아 잘 모르지만.
그런데 그 다음 말이 더 흥미를 준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이 더 좋은 일이다, 즉 상책이라는 말이다. 서로 피를 흘리지 않고도 어느 쪽이 이길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뜻이다. 내 생각으로는 나 자신을 먼저 알고 그 다음 상대방, 즉 적군을 깊이 분석, 연구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고 느낀다. 즉 이쪽이 강하거나 저쪽 정보를 다 알고 있으면 상대방이 덤벼들 수가 없으니 말이다.
나는 이 미국 땅에 발을 디딘 지가 어언 22년이 지나고 있다. 내가 보고 느낀 미천한 지식(경험)을 몇 번에 나누어 써보려 한다.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를 가슴에 새기면서 말이다.
우선 지미지한, 미국(미국인)을 먼저 알고 우리(한민족)를 알자는 뜻이다. 내 기억에 초등학교 4학년쯤 여름 경상도 산골 우리 집에 미국 평화봉사단원 2명이 한달 정도 기거했다. 큰 형님이 마을 이장이라 우리 작은 방에서 먹고 자고 했던 것이다. 일찍 일어나 체조하는 법, 마을 청소 같이 하는 법, 아픈 사람을 위한 간단한 처방약(옥도정기 등), 미제 초콜릿 등도 나눠주기도 했다. 한 달 정도 있다가 다른 곳으로 갔던 것 같다. 물론 두 젊은 청년은 간단한 우리말을 사용했다.
내가 두 번째 미국사람을 본 것은 서울에 올라온 1966년이다. 가끔 길거리에서 미국사람(미군 포함)을 만나기도 했지만 미8군이 있는 용산 부근을 지날 때면 미국사람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해 가을 무렵이었다. 린든 존슨 미 대통령 부부가 월남참전 지원을 요청하러 서울을 방문했다. 이때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환영행사가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과 구경하러 갔다. 내가 선 위치는 사진촬영용 대형 전기형광등 불빛 바로 아래쪽이었다. 연설 때 대낮보다 더 밝은 형광 빛이 얼마나 강렬한지 모자 쓴 내 머리와 뒷등이 뜨끈뜨끈했다. 내가 살던 성수동 집에는 껐다 켰다 스위치 전구뿐이던 시절이었다.
나는 군 생활 때 춘천 부근에서 미국 군인을 가끔 만날 기회가 있었다. 군 제대 후 구로공단에 위치한 외국투자회사인 컨트롤 데이터 주식회사에 근무하게 되었다. 그때 본사 부사장인 McDonald 라는 덩치 큰 미국인이 몇 달간 상주하였다. 물론 그 때는 간이식당인 맥도날드에 대해 알지도 못했다. 매주 목요일 오후에 생산회의를 하는데 영어로 브리핑을 하는 것이다. 짧은 영어실력으로, 수요일이 되면 걱정이다. 퇴근 후 대학 도서관에 가 영한사전 2개를 펼쳐놓고 다음날 브리핑 예행연습을 하는 것이다.
나는 외국 언어 중 영어가 제일 어렵다고 지금도 느낀다. 우리 동양 언어와 문맥(Syntax)이 서로 다르며 비슷한 단어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말도 잘 못하는데 그들(미국인)의 문화(언어, 습관, 태도 등)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고, 아직도 서투르긴 마찬가지다. 또한 남들과 쉽게 어울리지 못하는 국민성, 나아가 타민족에게는 심한 배타심을 우선 가지는 편견도 남을 알지 않으려고 하고, 쉽게 사귈 수 없는, 즉 ‘Get along with others’가 쉽지 않은 동기(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해본다.
<계속>
정상대 <훼어팩스, VA>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