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인테리어에
최고급 담배 망라
초콜릿 술과 함께 판매
시카고에 최근 오픈
직장은 물론 식당, 운동장에서도 마음대로 담뱃불을 붙일 수가 없게 된 요즘, 흡연자들은 서럽다. 특히 비오는 날, 집이나 사무실 바깥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는 모습은 보기만 해도 을씨년스러운데 흡연자들만을 위한 공간- 고급 담배방이 시카고에 새로 생겨 관심을 모으고 있다.
예술적인 디자인의 재떨이와 라이터, 오래된 담배 선전 포스터로 가득한 이 담배방 ‘마샬 맥기어티 토배코 라운지’에 가득 찬 것은 물론 담배 연기. 노스 사이드의 멋쟁인 동네 밀워키 애버뉴에 자리잡은 이곳에서는 시카고에 흡연 제한 조례가 실시됐는지 따위는 알 필요가 없다. 두꺼운 유리통 안에 담긴 담뱃잎들을 하얀 종이에 덜어서 사랑스럽게 마는, 커피 샵의 바리스타에 해당하는 직원들의 손길만 분주하다.
지난 주부터 시카고의 기차역, 운동장, 식당에서의 흡연이 금지됐지만 R.J. 레이놀즈 담배회사는 미국 최초의 고급 흡연장인 ‘마샬 맥기어티 토배코 라운지’의 그랜드 오프닝 준비로 바빴다. 술과 치즈, 에스프레소 음료등도 팔지만 주로 R.J. 레이놀즈의 다양한 담배 제품을 취급하는 소매점이므로 새로운 금연 조례의 제재를 받지 않는 이 담배방의 개장이 금연조례 실시와 때를 맞춘 것은 순전히 우연이라고 이 회사의 시니어 마케팅 디렉터인 브라이언 스테빈스는 말한다.
짙은 색깔의 나무와 대리석 소재 테이블, 벽난로 옆에는 편안한 좌석을 놓았으며 선별된 최고급 브랜드의 담배와 최고급 맥주, 포도주, 초컬릿과 제과류를 갖추고 있는 ‘마샬 맥기어티’에 대해 금연 운동에 앞장 서는 사람들은 못마땅한 표정이다. 1998년에 20여개주 정부와 합의한대로 광고는 제한하면서도 특히 젊은층을 상대로 담배 제품을 글래머러스하게 판촉하려는 담배업계의 새로운 책략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18~25세 연령층에게 흡연이 마치 비밀 클럽에 가입하는 것처럼 매력적이고 바람직한 일처럼 보이게 하고 있다”고 ‘아메리칸스 포 논스모커스 라이츠’의 사무총장 브론슨 프릭은 말한다.
어쨌든 ‘마샬 맥기어티’에서 자기가 평소 피우는 ‘카멜’보다 고급스러운 (이곳의 담배는 한갑에 8달러로 일반 브랜드보다 2달러 비싸다) ‘오리엔털 로즈’의 연기를 깊숙히 들이마셔 본 션 파히(29)는 “이런 곳이 더 많이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가 금지한다고 담배를 끊는 사람은 없을테니 담배를 차라리 알콜처럼 따로 즐기게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마샬 맥기어티’를 만든 사람들이 2년전부터 염두에 두어온 일이다. 9가지 종류의 담뱃잎을 고객이 원하는대로 섞어 주면서 ‘가볍고 부드러운’ ‘달콤하고 맛있는’ ‘풍요롭고 깊은’ 세가지 종류의 맛을 낸다고 안내하는 이 라운지는 R.J. 레이놀즈의 연구개발실 고참 직원 제리 마샬과 이 회사의 담배 광고를 맡아온 필라델리아의 광고회사 ‘자이로 월드와이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래리 맥기어티의 합작품이다. 독특하고 신비한 분위기 속에서 세계 최고급의 담배맛을 걱정없이 즐길 수 있는 흡연자들의 성역을 만드는 것이 그들의 의도였다.
그런데 도대체 오랜 논란 끝에 막 금연 장소를 지정한 도시에서 흡연자들의 성역이라는 것은 가당치도 않아 보이지만 시카고의 시 조례는 매출의 65% 이상을 담배나 담배 부속품이 차지하는 담배 소매상의 경우는 흡연금지 구역에서 제외시키고 있다. 뉴욕을 비롯한 많은 시들은 흡연에 관한 조례에서 이와 비슷한 예외조항을 인정하고 있다.
과거 담배 소매점이라면 이름 없는 작은 담배 가게거나 구식 시가 가게였지만 ‘마샬 맥기어티’처럼 고급 담배에 알콜, 음식과 커피까지 파는 곳은 없었다. 금연운동 단체 ‘센터 포 토배코 프리 뉴욕’의 러셀 시안드라 사무국장은 “손님들이 술과 음식까지 사면 담배가 총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금방 달라질 수 있으므로 정부 관계자들이 판매 내역을 단단히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 라운지의 매니저들은 전혀 걱정할 것이 없다고 느긋하다. 대부분의 손님들은 술이나 음식이 아니라 담배를 사러 온다는 것이다. 게다가 1998년의 합의조항을 위반하지 않도록 21세 이상만 입장할 수 있도록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직접 간접적으로 미성년자들에게 광고하지 않는다는 조항을 확실하게 지키려 매우 진지하게 노력한다”고 R.J. 레이놀즈사 커뮤니케이션 디렉터 캐롤 크로신도 재차 강조했다.
법적 조항은 지키고 있는지 모르지만 그 합의의 진정한 의도를 지키고 있는지는 과연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흡연을 미화시키면 현재 담배를 피우는 젊은이들은 계속 피우게 하고, 피우지 않는 젊은이들에게는 멋있으니까 피우기를 권장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캠페인 포 토배코 프리 키즈’의 윌리암 코어 사무총장은 주장한다. <김은희 객원기자>
그러나 노스이스턴 대학 교수로 토배코 컨트롤 리소스 센터 회장인 리아츠 데이나드는 이 라운지가 성공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과연 5년후까지 장사를 하고 있을지 의문이다. 요즘 흡연자는 비싼 돈 내고 멋부리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가난한 노동자 계층이 다수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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