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기자
최고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는 어떤 곡들이 있을까? 혹자는 멘델스존의 e단조, 혹자는 브람스의 D장조, 혹자는 차이코프스키의 D장조를 꼽기도 한다. 작품 선호도는 개인 성향에 따라 다르기 마련이지만 한때나마 깊이 몰입될 수 있는 음악이라면 역시 예술성이 깊은 작품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바이올린 협주곡으로는 브람스의 것이 가장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멘델스존은 너무 달콤하고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은 튀는 선율미를 과시하고 있지만 역시 어딘가 너무 대중적이다. 브람스는 바하의 전통을 이어받은 가장 예술적인 협주곡을 남겼다. 오케스트라의 장중한 맛도 일품이고 선율적인 미, 형식적인 미를 골고루 갖춘, 가장 기품있는 작품이다.
바이올린 작품 중에서 다소 소품에 속하는 ‘지고이네르바이젠(사라사테작)’ 또한 기교적인 면과 작품성을 골고루 갖춘 다소 무게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집시들의 노래를 집약시킨 이 작품은 눈부신 선율미와 이글거리는 열정을 과시하고 있어 바이올린 작품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다. 마치 고독한 야생마의 울부짖음 같다고나할까, 자유로 향한 몸부림, 야성의 광기, 폭발적인 기교는 바이올린 사상 큰 획을 긋고 있다.
음악의 이상적인 형태란 어떤 것일까? 가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0번 2악장(알비라바디간)을 듣고 있다보면 음악의 가장 이상적인 형태를 보곤 한다. 저녁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한 폭의 그림같다고나할까? 소녀의 그리움을 담은 한 편의 시같다고나할까?
무한한 시상… 상상의 나래를 펼수 있는 음악이 이상적인 음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교적인 면에만 치우친 음악은 자칫 천박할 수 있다. 음악은 역시 영혼에서 우러나온 음악일 때, 진정한 명곡이자 영원히 사랑받을 수 있는 음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대단히 기교적인 작품이 서정적인 미까지 갖추고 있는 경우를 볼수 있는 데, 쇼팽의 ‘즉흥환상곡’, 사라사테의 ‘지고이네르바이젠’등이 그 한 예이다. 이 두 곡은 테크닉상의 눈부신 역량은 물론, 시적인 서정미 조차 갖추고 있어 보기 드문 인기를 독차지 하고 있는데, 가히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대표하고 있는 작품들이라 할 수 있다.
즉흥 환상곡의 경우 쇼팽이 살아생전 발표하기를 거부할 정도로 작곡가의 역량이 최고로 표출되어 있는 작품이다. 마치 그 만(천재)을 위한 작품, 독창적인 카리스마가 휘몰아치고 있다고 할까. 카리스마하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바로 사라사테(스페인, 1844-1908)의 ‘지고이네르바이젠’이었다. 바이올린 사상 이처럼 신기에 가까운 선율이 표출된 예는 없었는데 사라사테(10세 때)의 연주를 들은 스페인의 여왕은 명기 스트라디바리우스를 즉각 하사할 정도였다고 한다. 브르흐는 사라사테를 위해 협주곡 2번과 스코틀랜드 판타지, 생상은 협주곡 3번과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랄로 등은 스페인 교향곡등을 헌정할만큼 사라사테는 당대의 전설적인 존재였다. 그의 연주는 음질이 맑고, 기교가 뛰어나 거의 신에 가깝다고 평가 받았는 데 당대 요하임, 비니엡스키등과 더불어 최고의 명성을 누린 바이올리니스트였다.
사라사테는 주로 스페인풍의 작품들을 ‘스페인 무곡’등에 집약시켰고 특히 그 대표작으로 꼽히는 ‘지고이네르바이젠’은 선율상 비범한 기술을 요하고 있어 사라사테 살아 생전에는 이 곡을 완벽하게 연주해낸 사람은 없었다고 한다. 마치 쇼팽의 ‘즉흥 환상곡’이 바이올린으로 표출된 경우라고나할까. 즉흥환상곡이 다소 여성적인 서정을 표출하고 있다면, 지고이네르바이젠은 남성적인 정열이 과시되어 있다. 마치 한여름의 태양, 짙은 신록의 서정을 표현하고 있다고나할까? 넘치는 열정은 가히 예술의 진면목, 표본적 역량을 엿보는 것 같다.
3부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사라사테가 헝가리 지방을 여행할 당시 집시들의 노래를 듣고 작곡한 작품이라고 한다. 주로 오케스트라와 협주로 연주되며 매우 세련된 애상과 열정이 녹아져 있다. 제 1, 2부는 장중하면서도 짙은 우수가 감돌고 있고 3부는 열정적인 춤곡으로, 거침없는 테크닉이 유감없이 발휘되어 있다. 한마디로 사라사테라고하는 불세출의 바이올리니스트의 초상화 같은 작품으로 볼 수 있겠는데, 연주시간 8분의 소품에 불과하지만 인생의 희노애락을 이처럼 극단적으로 압축한, 단편소설같은 작품도 없다. 혹자는 베토벤의 장려함, 쇼팽의 멜랑콜릭이 동시에 녹아있는 최고의 작품으로 꼽기도 하며 듣는 이에 따라서는 심도 깊은 애수, 테크닉 상의 열정에 이끌려 큰 감동을 받기도 한다. 기교적으로 대단히 어려운 작품이지만 작품속에 녹아져 있는 로맨틱한 감상은 바이올린 사에 그 어떤 작품도 따를 수 없을 만큼 널리 사랑받고 있는, 바이올린 최고의 명곡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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