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닙니다. 음악도 정크 푸드가 있고 영혼에 좋은 것이 있지요. 클래식 음악은 그 중에서도 좋은 유기농 음식이에요. 몸에 좋은 음식은 맛이 없다지만 클래식 음악은 맛도 좋아요”
최근 한 클래식 음악 래디오 방송이 실시한 기금 모금 프로그램 진행자의 말이다.
‘기부의 계절’인 연말을 맞아 공영 방송들의 기금 모금 활동이 한창이다. 광고 수입에 의존하지 않는 공영 TV나 래디오들은 가능한 한 시청자·청취자들의 기부금을 많이 모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설득력 있는 호소가 필수적. 이 음악 방송은 음식에 비유해 클래식 음악의 우수성을 내세웠다.
바하나 베토벤, 모차르트 같은 음악이 얼마나 맛이 있는지는 개개인의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한가지 일반적인 효과가 최근 입증되었다. 지갑을 여는 힘이다.
연말이 되면 식사 모임이 잦아지는 데 간혹 아차 싶은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유쾌하고 기분 좋게 식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음식값이 너무 많이 나온 경우들이다. 즐거운 기분에 젖어 고급 포도주에, 평소 같으면 들여다보지도 않을 디저트까지 마구 시키다 보니 생긴 결과이다.
이때는 식당에서 어떤 음악이 흐르고 있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베토벤이나 비발디, 혹은 모차르트가 범인일 수가 있다. 이들 클래식 음악이 흐르면 사람들은 왠지 스스로 품위 있게 느껴져서 고급스런 음식들을 시키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있다.
영국의 연구진이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 의하면 사람들은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식당에서 특히 비싼 커피, 고급 포도주, 호화로운 디저트를 주문하는 경향이 있다.
연구진은 한 식당을 무대로 음악과 매상을 비교했다. 하루는 아무런 음악도 틀지 않고, 그 다음날은 대중음악, 그 다음날은 클래식 음악을 틀기를 반복하며 손님들이 얼마나 돈을 쓰는 지를 18일 간 조사했다.
그 결과에 의하면 음악이 없으면 손님들은 가장 돈을 쓰지 않는다. 손님 1인당 평균 식비는 35달러. 그 다음 팝 뮤직을 틀었을 때 평균 식비는 36달러 75센트. 음악이 흥겨우면 조용할 때보다 아무래도 많이 먹게 된다는 해석이다.
그런데 클래식 음악이 흐르면 손님들은 비싼 음식을 시키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 평균 식비는 40달러로 고급 커피, 디저트, 포도주, 애피타이저로 인해 식대가 많이 올라갔다.
왜 그럴까.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분위기에 젖어 있으면 자신도 모르게 더 부유한 것 같고, 문화적인 것 같고, 교양 있는 것 같이 느끼게 되는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한다. 연말 대목을 맞은 식당들이 고려해볼 만한 아이디어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클래식 음악이 흐르는 식당에 가면 냉정을 잃지 않을 필요가 있다 - 이게 내 분수에 맞는 주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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