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업무 출장차 거의 1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게 되었다. 해외에서 살고 있는 동포들이 고국을 방문하면 누구나 한번쯤 느껴 보았겠지만 한국은 참 바쁘고 빠른 나라다. 그래서 그런지 오랜만에 고국을 찾아온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적응이 잘 안되는 점들도 있다.
가장 당황스러운 것은 서울 시내에서의 운전이다. 4차선 도로가 있다면 오른쪽 차선 보다는 중앙선쪽 차선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여기 저기 주정차 되어 있는 차들로 한 차선은 거의 무용지물일 때가 참 많다. 또한 끼어들기에 능숙해야 한다. 차선이 막히거나 했을 때, 미국에서처럼 그 차선이 소통되기를 기다리거나 옆 차선의 차들이 오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후 차선을 변경하여 전진하려 하다가는 지각을 하거나, 약속된 시간에 목적지에 도달하지 못하는 일들이 허다하기 때 문이다. 그래서 모두들 끼어들기를 하고 또 그런 얌체 같은 운전자들을 심하게 비난하지도 않 는다.
한국사람들에겐 꽤 익숙해 진 것인데, 미국에서 1년 동안 울릴 횟수의 자동차 경적을 열흘 만에 울릴 수도 있다는 사실도 각오해야 한다.
신호가 없는 횡단보도에서도 참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진다. 내가 한국에 살았을 때는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한국에서는 자동차든 사람이든 먼저 도착한 주체가 먼저 지나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국에서 사람이 나타나면 무조건 멈추는 것에 반해 한국의 보행자와 운전자 간에는 눈으로 말하는 암묵적인 신호가 있고, 그 텔레파시 같은 신호로 보행 또는 자동차 전진의 순서를 결정하는 것이다.
한국에 온지 얼마 안 되는 외국인이나 나처럼 외국생활에 몇 년 동안 익숙해 진 사람들이 이러한 암묵적 신호를 무시한 채 횡단보도를 건너려 하다가는 가슴이 철렁한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이러한 생활 속의 차이점 이외에도 한국은 미국과는 참으로 다른 나라다. 단일민족이기 때문인지 한국은 법치국가 이면서도 예절과 도덕을 중시해서, 미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치안 인력을 가지고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치안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가정이 또한 소규모의 집단들이 법으로는 할 수 없는 교육과 감시를 암묵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프리웨이에서 과속을 하였다고 경찰차가 쫓아 와서 운전자가 차에서 내릴 때까지 총구를 겨누는 광경은 어찌 보면 세계 최대의 강대국 미국이 가진 가장 아픈 모습일 수도 있다.
미국으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으로 오는 차 안 라디오에서는 교육학 박사가 최근 우리나라의 도덕 교육의 문제점을 이야기 하고 있었다.
5공 시절에 만들어진 대학의 윤리교육과 출신 교사들이 가르치는 도덕 교과서에는 어른과 강자에 대한 예의만 강조되어 있고, 연장자와 강자가 가져야 하는 젊은이와 약자에 대한 예의는 없다는 것이다. 참으로 공감이 가는 말이었다.
어린 시절 모두들 예의 바르기만 하던 우리나라의 사람들은 성인이 되면서 또 나이를 들어가면서 그 상황에서 갖추어야 할 도덕과 예의를 잃어버리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현대의 민주주의 사회에서 법은 그 사회를 구성하고 존속시키는 근간일 것이다. 하지만 또한 법은 그 사회를 유지시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소한 실수로 인해 경찰이 무리하게 제압하여도 “너만한 동생이 있다”라고 큰 소리 한번 칠 수 없는 캘리포니아에서 가정교육과 사회 그리고 국가에 대하여 생각해 본다.
신항우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미국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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