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 부동산 피닉스 김석환 지사장이 다운타운에서 30여마일 떨어진 곳에 건설되고 있는 단독주택단지 현장에서 부동산 시장 호황을 설명하고 있다. 10번 프리웨이에 근접한 이곳에는 30만∼100만달러 단독주택 1만4,000여채가 들어서게 된다.
메사-던롭가에 한인 2대 상권 형성
30년전의 LA와 흡사
■피닉스 한인타운
피닉스 지역은 대략 두곳에 한인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현지 한인들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상권은 피닉스 던롭 길에 자리잡고 있는 ‘코리아 플라자.’ 주류사회 상권 가운데 뉴스타 부동산, 일식당 고송, 서울마켓 등이 입주해 있는 스트립 몰 입구에는 한인 간판문화의 상징인 백색 아크릴 간판이 우뚝 서 있다.
뉴스타 부동산 피닉스 지사장 김석환(애리조나 한인회 이사장)씨는 “올림픽 길에 마켓, 상점 몇 개 있던 30년전 LA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템포가 LA보다는 조금 느리다”고 말했다. 김 지사장은 “LA에도 글렌데일 있지만 그 곳보다는 이곳이 더 살기가 좋다”는 말을 빼놓지 않았다.
다운타운 피닉스에서 30여분 떨어진 거리에 있는 메사에는 또다른 한인 상권이 있다. 새로 지은 몰에는 호돌이 순두부, 아시아나 마켓, 코리아나 비디오/서점 등이 입주해 있다.
지난해 LA다운타운 원단사업을 정리하고 피닉스로 이주해 호돌이 순두부를 개업했다는 양영수(63)씨는 “고객 80%가 타인종인 실정에 한인 손님이 찾아오면 무척 반가운 것이 LA에서는 못 느끼던 기분”이라며 “며칠 전에는 영업 끝날 시간쯤 찾아온 고객과 가게문을 닫고 나서도 2시간 가량 이야기했다”며 LA 한인들에게는 꿈만 같은 ‘비화’를 들려주기도 했다.
세탁·의류업 종사 많아
■한인경제
피닉스 지역에 있는 한인 업소들의 종류는 48여가지. 가나다라 순서로 정리된 한인업소록에는 가구에서 회계사까지 다양한 업종의 업소들의 연락처가 수록돼 있다. 노동분업이 이뤄진 복잡한 한인사회의 복잡한 구조를 가늠할 수 있는 증거다.
피닉스 한인들의 대부분은 경제적으로 자리잡은 중산층에 속한다는 것이 현지 한인들의 설명이다. 어디를 가더라고 근성을 발휘하는 억척같이 일하고 근검 절약하는 우리네 민족성 때문이라고 한인들은 대답했다.
한인 종사자들이 많은 자영업 분야는 세탁업이며, 의류업에 종사하는 한인들도 많은 실정이다. 전문직 종사 한인들도 있다. 특히 이민법, 상법 등 법률을 다루는 한인 변호사 4명이 개업하고 있다.
LA코리아타운 상권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유흥업소는 피닉스 한인사회에서 찾아보기 힘든 실정이다. 가라오케 업소로 등록된 아리송 카페가 유일한 LA수준의 유흥업소. 노래방이 아직 들어가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식당에서 한잔 걸친 한인들이 식당에 마련된 이동 가라오케 기계를 이용해 한 곡조 뽑는 것이 고작이다.
9 ·11후 소비문화 변화 포착
초대형 식품마켓 사업 ‘대박’
윤기명 아시아나마켓 대표
“애리조나는 제2의 기회를 주는 곳입니다.”
LA출신의 한인 사업가가 피닉스에서 초대형 마켓을 운영하며 아메리칸 드림을 이뤄가고 있다.
아시아나마켓 대표 윤기명(50)씨. 90년대 초순 미 육군 복무를 마치고 LA에 정착해 무역업에서 막일까지 안 해 본 것이 없는 윤씨가 피닉스로 이주한 것은 지난 2000년이다.
‘쓰러지면 죽는다’는 각오로 일에 매달린 윤 사장은 9·11테러참사 이후 지역경제가 위축되며 소비문화까지 사그라졌지만 가족단위 모임이 많아지는 것을 관심 있게 관찰했다. 평소 심리학에 관심이 많던 그는 사회적 불안으로 구매력이 위축될 때 사람들은 식욕으로 불안감을 떨쳐 버린다는 이론을 머리에 떠올렸고, 주변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확신을 얻었다.
가진 것을 올인한 윤 사장은 메사 시에 아시아나 마켓 1호점을 개점해 신선한 식품을 싸게 판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영세한 소매점 수준의 한인 마켓에서 탈피한 영업전략은 피닉스 한인들에게 먹혀 들어가 사업은 번창했다.
자신이 생긴 윤 사장은 올해 중순 타인종과 주류사회를 목표로 한 아시아나마켓 2호점을 개업했다. 한인 상대 영업에는 한계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글렌데일에 있는 아시아나마켓 2호점의 매장 크기는 4만스퀘어피트다. 미주 최대 한인사회인 LA코리아타운 내 있는 한국 마켓들보다 큰 규모다. 한국 식품을 위주로 한 식료품은 물론 소위 말하는 ‘미국 마켓’에서 다루는 상품까지 모두 진열돼 있는 매장에서는 인종 전시장 미국을 엿볼 수 있다.
윤 사장은 “LA에서 집 팔아 피닉스에 오면 더 좋은 집을 구입하고 사업체까지 하나 살 수 있다”는 식으로 피닉스 사업환경을 설명하며 “피닉스는 도전한 대가를 반드시 되돌려주는 곳”이라고 강조했다.
윤기명 아시아나마켓 대표가 자신의 마켓에서 피닉스 예찬론을 펼치고 있다.
자고나면 뛰고 또 뛰고 ‘부동산 열풍’
단독주택 1년평균 44% 올라… 토지 두배 뛴 곳도
“10만달러 땅 수년만에 300만달러에 팔았다” 소문
내집 마련 LA에 비하면 반값… 투자매력 부추겨
한 한인이 10에이커의 땅을 10만달러에 구입한 뒤 수년 뒤 300만 달러에 되팔았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부동산 거래를 중개했던 한인은 “고객이 신원을 밝히기 싫어해 정확한 것은 이야기 할 수 없다. 거짓말은 절대 아니다”고 주장했다.
피닉스에 부동산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여름 피닉스를 강타하는 폭염의 열기보다 더 뜨겁다는 것이 현지 부동산 업계 전언이다.
애리조나 주립대학 산하의 애리조나 부동산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역 내 평균 단독주택가격은 지난 1년 사이에 18만달러에서 26만달러로 44%나 뛰었다. 5년 전과 견주면 140% 정도나 급등했다고 한다.
현지 부동산 업계에서는 대학 당국의 통계가 “상당히 보수적인 수치”라고 한다.
뉴스타 부동산 피닉스 김석환 지사장은 “단독주택가격 인상만을 가지고 부동산 경기를 이야기 하기는 힘들다”며 “토지의 경우 1년반 사이에 100% 정도 인상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비교 대상에 상관없이 쩔쩔 끓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분위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동산 시장이 ‘핫’하다보니 부동산 에이전트의 수도 급증했다. 피닉스 한인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수년전까지만 해도 8명이 채 안되던 에이전트가 80여명 가까이 늘어났다. 한 피닉스 한인은 “피닉스 한인사회에 얼굴을 내비치는 사람들 중 절반은 부동산 에이전트라고 보면 된다”고 현지 실정을 전했다.
LA와 마찬가지로 저금리가 부동산 호황의 최대 동력이 되고 있지만 LA같은 대도시와 비교할 때 ‘터무니없이’ 낮은 가격 또한 내집 마련의 꿈에 잠 못 이뤄하는 사람들을 끌어들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피닉스의 괜찮은 지역에서는 3,000스퀘어피트 규모의 단독 주택을 30만달러대에 구입할 수 있다. 1950년대 지은 1,600스퀘어피트 규모의 단독주택을 60만∼80만달러에서 구입해야하는 LA실정과 비교할 때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피닉스로 속속 이사 들어오는 이베이, 구글, 인텔 같은 굴지의 대기업 또한 부동산 호황의 동력 역할을 하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들은 “피닉스의 부동산 호황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고, 지금 살고 있는 곳에서 못다 이룬 아메리칸 드림을 부동산 투자를 통해 이룰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며 “더워서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이란 선입견을 버리라”고 강조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다보니 사막 같은 오지를 헐값에 사들인 뒤 작은 필지로 나눠 되파는 부동산 투기까지 성행하고 있다. 이 같은 투기 열풍은 부동산 가치가 계속 상승하기 때문에 당장 땅을 사지 않으면 손해라는 투자자들의 심리와 이를 부추기는 부동산 업자들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글 김경원·사진 신효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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