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이 현저하게 달라진 현 시점에서 두 나라의 동맹 관계를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워싱턴 DC 소재 헤리티지 재단에서 열리고 있는 한미안보 학술대회에서 6일 발비나 황 헤리티지 재단 연구원은 “9.11 테러 사건 이후 미국은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 속에서 외교 정책을 수립하고 있고 한국은 반미주의가 팽배해 있어 더 이상 ‘함께 갑시다’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한국 정치의 역학 변화’를 주제로 열린 패널토의에 발표자로 나선 황 연구원은 “한국 언론에 보도되는 수많은 반미주의 성향의 기사들을 매일 접해야 하는 상황에서 한국 내에 반미주의가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은 불성실한 관찰에 지나지 않는다”며 “미국은 더 이상 이런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데이빗 스타인버그 조지타운대 교수도 “두 나라가 실재하는 반미주의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은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이 문제가 단순한 미군 철수 주장 이상의 것임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모든 언론이 간과하고 있는 것은 노무현 정부가 박정희 군사 정권과 김대중 정부에 이어 또 하나의 혁명적인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수도 이전, 친일세력 척결, 재벌 길들이기 등으로 구 엘리트 세력을 몰아내고 새로운 세대를 교육하는 과정에 있다”고 한국 정치 상황을 설명했다.
스타인버그 교수는 그러나 “이 실험이 기대한 것 만큼 성공하리라고는 보지 않는다”며 “어쨌든 미국이 전과는 다른 새로운 그룹을 상대하고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여론조사에 의하면 한국민의 반미주의는 상황에 따라 그 정도가 달라지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며 “요즘은 특히 좌파적 이론가들의 급진적인 주장이나 현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 위협적인 북한의 존재 등이 원인이 돼 반미주의 성향이 많이 수그러든 편”이라고 말했다.
한미안보연구회(한국 회장 김재창·미국 회장 잔 틸렐리)가 주최한 이날 회의는 ‘북한의 미래’ ‘남북한 관계 및 미국의 대북정책’ 등을 주제로 이어져 오공단 IDA 연구원, 전인영 서울대 교수, 데니스 핼핀 하원 국제관계소위 연구원, 정일화 대진대 교수 등이 발표했으며 7일은 ‘한미의 향후 전략적 비전’ ‘주한 미군의 미래’ ‘동북아 경제 전망’ 등을 주제로 패널토의가 있게 된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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