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초 김진태
“아 그놈의 신문 고만 좀 뒤적이고 뒷 마당의 잡초나 좀 뽑아요” “잡초는 얼어죽을 무슨 잡초가 있다고 야단이야?” “민들레가 잔치를 벌이고 있는데 영감눈엔 안보이슈?” “
어디 뭐가 있다고 그래?” “자- 여기요. 그리구 여기도 저기, 또 거기” “히야- 돋보기 써야 나 보일까 말까하는 걸 잘도 본다. 할망구가 눈하나는 끝내준다니까”
“잡초 다 뽑았소, 허 그놈의 날씨하군, 가을 다 된 줄 알았더니 다시 여름 날씨네. 어 덥다. 여보- 시원한 냉커피 한잔 주시게나” “여기 냉장고 안에 있어요. 드세요” “아니 이사람 어떻게 미리 알고 그랬지?” “그 정도 같이 살았으면 영감 머릿 속에 내가 들어가 앉았네요” “허긴 그래. 당신 눈치는 젊을 때도 구단이었으니 지금이야 십단도 넘은지가 한참이겠지” “비행기 그만 태우고 어서 커피나 드세요” “커어- 시원하다. 그것 참 꿀 맛일세”
“꿀 넣었으니 꿀맛일 수 밖에요” “어쩐지…” “다 드신 다음에 잠 좀 봐다 주세요” “그러지 뭐, 그런데 여기 있던 신문들 어디 갔지?” “내가 내다버렸어요. 난 다 드신줄 알았지” “아직 반도 안 봤는데” “뭘 그렇게 샅샅이 보세요? 그리구 젊은 애들 벗고 설쳐대는 연예난은 제발 그냥 지나치시구랴, 며느리 애 한테라도 들키면 어쩔려구…” “보라는 신문인데 유난스럽긴…” “환갑지난 노인네가 체통 좀 지키세요” “아 듣기 싫어, 제발 그 노인네 소리 좀 뺄 수 없소?” “아무리 마음으론 이팔 청춘이라도 남들이 노인이라면 그러려니 해야지 혼자만 아니라구 바둥거려야 별 수 없다구요”
“허 이거야 참, 임자 마저도 날 완전히 고물 취급하는구먼” “ 당신 은퇴하고 나서부터 조금씩 이상해지는거 알아요?” “아니, 내가 이상해지다니, 내 머리가 돌았단 말이요?” “그게 아니라, 조그만 일에도 얼굴 잘 붉히고 한마디만 하면 언성 높이고 그러는게 예전같지가 않아서 하는 말이에요. 남자들도 갱년기가 있다더니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네요, 그렇게 늘 느긋하던 분이 달라지는걸 보니” “갱년기 소리가 나왔으니 말이지만 임자도 갱년기 시작때는 볼만했었지” “그래도 난 딴집 여자들 같지는 않았네요” “딴집 여자들이 더 심했다면 딴 집 남자들은 어떻게 살아남았노?” “남의 떡은 다 커 보이는 거라구요, 내 손에 있는 떡 감사할 줄 알아야해요” “그럼 그렇구 말구, 당신이야말로 내 손안의 꿀떡이지”
“지금 내 갱년기 얘기하셨는데 우리 막내낳고 얼마있다가 당신 피임수술 결정했을 때의 그 얼굴은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거에요” 온세상의 고뇌를 혼자서 짊어진 듯한 그 얼굴은 정말로 심각했었는데 그 때 정말로 그렇게 괴로웠던가요?” “아니 그럼 남자로 태어났다 인생 반도 못살고 남자구실도 못하는 ‘씨없는 수박’이 되는데 즐거운 표정이 나오겠소?” “그래서 한동난 씨없는 수박만 사오면 손도 안대고 퉁퉁거리셨구만요?”
“그러는 임자는 내가 ‘궁빈마마(자궁분실 뗀 후의 부인들)’로 책봉한 후 그렇게도 보들보들하셨던가요?” “그럼 내가 항상 보들보들했지, 언제 거칠게 군 적이 있나요?” “그럼 이만 저만 부드럽게 굴었나? 엄겅퀴풀로 짠 담요처럼 보드보들(?)했었지” “그만 느물대시고 어서 장이나 봐 오세요. 그동안 부엌이나 치우게” “아까 얘기한 것 말고 더 필요한 건 없나?” “아참, 씨없는 수박도 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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