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학교가니? 나도 간다.” 요즘 아이들은 백 투 스쿨과 함께 책과 백팩만 가지고 가는 것이 아니라 아빠 엄마도 함께 달고 간다. 아직 도심이나 시골지역 학교에서는 학부모 자원봉사를 구하지 못해 “거, 누구 없나요? ”라며 애걸(?)이지만 대도시 인근 중산층 및 부유층 교외지역에서는 넘쳐나는 학부모 자원봉사로 학교당국이 오히려 골치를 앓고 있다. ‘학부모가 자녀의 학교행사와 클래스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학생의 성적향상과 성공적인 학창생활을 위해 중요하다’며 학부모를 교육하던 지난 60∼70년대와는 풍속도가 완전히 달라졌다. 이런 모습을 최근 월스트릿 저널지가 보도했다.
넘치는 자원봉사자에 제비뽑기 등 ‘진풍경’
자녀 성적 향상에 도움커녕 주눅 부작용도
금요일 오후 1학년짜리 딸 아이가 자신의 담임교사가 2주 후 있을 동물원 필드 트립에 같이 따라갈 샤프런(chaperones)을 구한다는 말을 듣고 이 학부모는 월요일 아침 학교로 달려가 사인 업 시트(sign-up-sheet) 제일 첫 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딸의 담임교사는 주말에 벌써 여러 명의 학부모들이 e-메일로 신청해왔기 때문에 그들 중에 제비뽑기로 샤프런을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네소타주 이간에 소재한 레드 파인초등학교에서는 9월 초 오픈 하우스 때 5학년들이 르네상스 페스티발에 갈 때 함께 따라갈 학부모 자원봉사 30명을 모집하는데 70명이 사인했으며 인디애나주 웨스트필드의 워싱턴 우즈 초등학교에서는 발레극장에 따라갈 학부모 22명을 찾고있는데 무려 175명이 자청하고 나섰다.
이런 현상은 미 전국 대도시 인근 교외지역 사립학교나 공립학교에서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으로 대부분의 학교들은 넘쳐나는 학부모 자원봉사자에 희색이 만연하지만 한편으론 점점 심각해지는 이런 현상에 돌파구를 찾기 위해 제비뽑기, 쿼터 정하기, 돌아가면서 순번제로 하기 등 대안을 모색하는가 하면 심지어 “왜 나를 뽑아주지 않느냐”고 불평하는 학부모들의 진정을 잠재우기 위해 웍샵까지 개최하고 있다.
학부모들이 이처럼 자녀들의 학교에 자원봉사자로 많이 참여하게 된 사회적인 이유로는 지난 10년간 집에서 자녀를 양육하는 풀타임 엄마들이 꾸준히 증가한데 기인한다. 2003년 센서스 자료에 의하면 최근 30년간 풀타임 엄마들이 계속 감소 추세에 있다가 지난 10년간 이 트렌드가 역전되면서 ‘풀타임 마마’들이 꾸준히 증가추세에 있다. 게다가 기업의 문화도 변해왔다. 9개 주와 디스트릭 오브 콜롬비아에서는 연간 4∼40시간까지 자녀의 학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무급외출이 가능하다. 여기에 학부모의 학교행사 참여도와 자녀의 학과성적 상관관계에 대한 줄기찬 보고서 발표도 단단히 한몫하고 있다.
이에 대해 뉴욕교육대학 시니어 컨설턴트인 앤 앤더슨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밖에서 학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어떻게 시간을 보내느냐는 것이다.”라며 학부모들의 지나친 학교참여에 쐐기를 박고 있다. 또 학부모들의 지나친 참여로 인한 부작용도 서서히 대두되고 있다. 부모들은 클래스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면서 은근슬쩍 그러나 집요하게 자신의 아이가 어떻게 하고 있나에 눈독(?)을 주기 때문에 아이가 오히려 주눅이 들기도 하고 교사는 교사대로 언제든지‘클래스룸 스파이’로 둔갑할 수 있는 학부모를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이다.
늘어만 가는 학부모 자원봉사자에 교사들은 이제 학생만 상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학생의 엄마, 아빠, 형제들 심지어 조부모까지 ‘패키지 딜’을 해야할 판이다.
<정석창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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