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입을 때 첫 단추를 균형있게 잘 맞추어 끼워야만 옷의 가치가 살아나듯 사람의 첫 출발에서도 어떤 방향을 선택하느냐에 자신의 길이 보람을 맛볼 수도, 없을 수도 있다고 본다. 특히 직장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중요하다.
본인은 서울에서 첫 출발부터 무역 업무에만 20, 30년간 종사해왔기에 수출입 업무에 관한 노하우도 갖고 무탈하게 직장생활을 했다. 여기에 와서도 꿈과 야망을 품고 동분서주하면서 미국 신문에 무역사원 구직광고란을 깡그리 훑었지만 잡다한 일 뿐이었다. 결국은 실의와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기 시작했고, 왜 여기에 왔는가 회의도 느끼고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무역사 자격증을 태워버리고 훌쩍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맡겨버릴까 하면서 2개월 반 이상 이 생각 저 궁리하면서 허송세월만 보냈다. 날이 갈수록 좋았던 서울의 직장생활이 나를 괴롭혀갔다. 그러나 교회 장로님 추천으로 미국인이 경영하는 상점(주식회사)에 면접을 보고 취업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떠올라 이제부터는 과거의 모든 것을 잊고 새 각오로 이 곳의 환경에 맞게 일에만 몰두하기로 하고 몸바쳐 일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다짐했다. 상점 내부의 모든 곳과 앞, 뒤 넓은 주차장을 청소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주문 배달차량 내부를 깨끗이 닦고, 접시도 닦고, 잡다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묵묵히 불평불만 없이 주어진 업무와 그 이외의 일을 아주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했다. 6개월이 되던 날 사장과 총지배인이 이 일은 그만하고 카운터와 손님 접대하면서 주문을 받으라고 했다. 하지만 인사관리규정에 의해 필기시험에 합격해야만 일을 할 수가 있다기에 미국인 2명과 함께 시험에 응했는데 나만 통과되었다. 미국인을 제치고 일어섰다는 자부심으로 기뻤고, 이렇게 작은 일이라도 소리 없이 애국할 수 도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았다.
매일 카운터 일을 보면서 끝날 때 판매액과 현금을 맞추어 보고하는데 한번도 실수 없이 일을 수행했고, 고객으로부터 주문도 친절하게 성의를 다해서 깍듯이 했기에 손님들로부터 칭찬도 많이 듣고 팁도 자주 받았다. 직장 동료와도 적을 만들지 않고 서로 도와가면서 친구처럼 했기에 일에 능률도 올라갔다.
물론 언어문제와 문화적인 차이로 의견대립도 있었고, 설명이 안 될 때는 매우 곤란한 처지가 되기도 했다. 언어문제에 있어 표준말은 거의 알아들을 수 있는데 은어, 속어, 방언, 줄인 말, 그리도 흑인들 말은 이해가 잘 안되어 실수 아닌 실수도 많이 했고 고심도 했다. 그러나 시간이 이것들을 해결해주었기에 나중엔 애로가 없었다. 그리고 인내심도 많이 키워갔다.
이런 체험이 미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일을 만나도 단순하리만큼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믿음과 신용과 신임을 얻을 수 있다는 생활철학도 갖게 되었다.
여지껏 몸바쳐 열심히 일했기에 그 행복이 자식들에게까지 돌아가 아들은 지난 5월 대학을 졸업하고 국가공무원에 합격되어 연구원으로 달 다니고 있고, 딸은 간호학과 졸업반에 있다. 아내와 나도 각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한 결과 목표했던 미국인 상대 음식판매 상점을 소유할 수가 있었다.
자영업을 하면서 손님에게 친절 제일주의, 맛 제일주의, 애프터서비스 제일주의를 원칙으로 내세우고, 종업원들을 자식처럼, 형제 자매 같이 예우하면서 함께 발맞추어 가니 나날이 가게가 번창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처음 직장에서부터 좋은 성과를 얻은 결과라고 생각하며 언제나 최선을 다하면 자신을 구할 수 있다고 본다.
내년이면 미국 온지 11년째,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반문해본다.
홍병찬/워싱턴 문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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