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올리언스에 대한 주민 소개령이 내려진 7일 다운타운에서 비즈니스를 운영해온 한 한인 가족이 약탈로 엉망이 된 업소에서 마지막 짐 정리를 하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다. 이곳 한인들은 강한 재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뉴올리언스 김병기 특파원>
한인들 강제 소개 앞두고 가재 챙기기 비지땀
<뉴올리언스 김병기 특파원>
“반드시 돌아와 수마가 삼켜 버린 아메리칸 드림을 다시 일으키겠다”
7일 피해지역에서 70마일 떨어진 루이지애나주 주도 배이튼 루즈를 비롯해 잭슨시와 버밍행시 등에 머물고 있던 뉴올리언스 한인들은 하루종일 눈코 뜰새 없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이른 새벽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자신이 살던 집과 비즈니스로 향한 한인들은 강제 소개령으로 오늘이 지나면 최소 2주간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에 필요한 가재도구와 중요 서류 등을 챙기고 가능한대로 집안을 정리하는데 비지땀을 흘렸다.
평소 1시간정도면 도착할 거리를 4-5시간이나 걸려 시내로 진입했지만 하이웨이는 복구차량만 통행이 허용됐고 시내도로는 비슷한 처지의 이재민들 차량으로 극심한 교통체증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다운타운으로 향하던 일부 한인들은 발걸음을 되돌려야 했다. 어제만 해도 출입이 허용됐던 이 지역은 이날 주방위군이 철저히 차단했기 때문이었다.
일부 외곽지역에서 신호등이 작동하고 시를 삼켰던 물의 양이 줄어든 것을 보며 복구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곳곳에 널린 쓰레기 더미는 여전했고 특히 코를 찌르는 악취는 참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날 3일째 매타리 지역 자신의 아파트를 찾은 권오수씨는 숨쉬기도 힘들 정도로 심한 냄새가 진동하는 집안에 들어가 냉장고부터 손을 댔다.
전기가 끊긴 냉장고 안에는 육류와 야채 등 모든 음식이 모두 썩어 있었다. 또 자신의 무릎정도 높이로 물이 차 있던 탓에 책과 가구 등이 훼손됐고 습한 날씨 때문에 집안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있었다.
하루종일 집안을 정리하는 동안 권씨는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가급적 생리현상을 줄이기 위해서다. 다른 이웃 한인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권씨가 집안의 오물을 들고 밖에 나오자 때마침 주방위군들이 트럭을 타고 지나가다 차를 멈춘 뒤 내려와 식수와 비상식량을 건네주곤 다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권씨는 뉴올리언스 대학 입구에 위치한 자신의 세탁소는 대피 이후 단 한번도 가보지 못했다. 그 지역은 1층높이로 물이 차 있기 때문이었다. 이미 포기했지만 허탈감은 가시지 않았고 참담한 생각만 들었다.
권씨는 “막막하다”며 한숨을 내쉬면서 “이번 일은 인재인 만큼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피해자들을 법률적 자문을 해줄 사람이 가장 필요하다”며 한인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배이튼 루즈에서 한인 이재민 지원활동을 지휘하고 있는 김성대 배이튼 루즈 한인회장은 “많은 한인 이재민들이 직장을 찾아 대도시로 이동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그들은 뉴올리언스에 대한 애착이 크며 ‘반드시 돌아오겠다’는 의지도 버리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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