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초 우리는 경험했다. 원유가의 급등으로 석유파동과 인플레이션, 이자율 상승(금리가 18% 정도),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 하나 당시의 한인경제는 사회보장제도의 혜택으로 큰 물줄기 가로 비켜설 수 있었다.
역사가 순환하듯 경제도 순환성이 강하다. 오늘의 원유가 상승은 순전히 시장경제 원리로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정된 공급량으로 새로 창출되는 수요(신생공업국을 지향하는 중국, 인도)를 감당할 수 없으니 가격은 당연히 오르게 되어있다.
만일 유가가 금년 말쯤에서 배럴당 86~90불이 된다면 사람들의 생활환경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첫째, 금리 인상에 따른 일반 금융소비자나 S&P 500의 대기업은 이익이 급속히 감소해 원가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대량 감원을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안이라고 선전하며 서서히 진행할 것이다.
둘째, 소비위축으로 중산층 이하의 사람들은 최대의 피해자로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되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의 상실로 가정파탄, 이혼율이 크게 증가할 것이며,
셋째, 국제정치 측면에서는 자국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미국의 패권주의는 석유 등 원자재 확보를 위해 어떠한 희생도 감수하겠다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자원 보유국의 민족주의를 자극하게 되어 상응하는 분쟁이 계속될 것이며,
넷째, 사회적으로는 불안한 심리를 이용한 바르지 못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이것을 취합하고 재생산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들지 못하고 가치기준을 상실하면서 일어난 혼돈 속에서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인간회복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다.
다섯째, 팍스 아메리카의 상징인 달러는 과다지출로 인한 재정적자의 누적, 이라크 전비, 세수 감소, 통화팽창에 의한 물가 상승, 인건비 증가, 연방정부의 채권에 대해 이를 수용하는(사는) 아랍 산유국, 중국, 일본, 한국에 대한 과도한 채무 및 재무구조에 취약성을 보인다면 가치는 하락할 것이며, GDP의 성장률은 연 3% 미만으로 떨어져 정상적인 성장의 기본축을 상실하게 된다.
이에 고유가가 고착되면서 산유국에 추가로 유입되는 재화는 세계에서 가장 자본시장이 발달한 미국으로 몰리고, 미국으로 돈이 몰리는 것은 좋으나 이 자본이 투기성 자금으로 잘못 움직이면 세계 금융시장은 크게 왜곡되어 그 여파가 자본빈약국으로 파급되면서 남미나 동아시아에서 제2, 제3의 지불불능 상황이 오면 미국만 계속 잔칫상을 벌일 수는 없을 것이다.
여섯째, 금리는 원자재 가격상승, 부동산 가격상승을 막고 적정수준의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급진적이 아닌 점진적인 상승이 예측되나, 2005년 말까지 6.5%(Prime Rate) 이상이 되면 어는 한 축을 잃게 될 것이며,
일곱째, 경제불황은 2006년 중반 이후 미군의 이라크 주둔군 철수작전이 시작되면 원래 군, 산 복합체와 깊은 관계를 가진 공화당 정부는 진보성향의 논객들에 의해 심한 공격을 받으면서 방향전환의 일환으로 에너지 문제를 거론할 것이며, 이에 따른 제반 사항을 해결하는 정책을 입안해서 중간선거에서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느 쪽이 더 유리한 지 판단할 수 없으나 한인을 위시한 소수 이민자 그룹은 굉장한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으로 미주 속의 우리 한인 경제는 어떻게 될까. 그 중에서 제일 문제가 되는 것은 부동산 투자다. 이자만 내는 형태로, 5년 변동으로 론을 얻어 사놓은 투자용 부동산을 갖고 위와 같은 경기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는 길은 각자의 몫으로 심사숙고해 연구해야할 숙제다.
강대훈 조얼씨구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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