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 논쟁·캠퍼스 살인·표절 시비·총장 불신임…
지난해 딕 체니 부통령이 미주리주 풀턴의 웨스트민스터대학에서 연설할 때, 이 대학 플레처 램킨 총장은 체니가 미국의 외교정책에 대해서 말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윈스턴 처칠이 ‘철의 장막’(Iron Curtain)을 주제로 연설을 한 곳도 바로 이 대학이다. 외국의 지도자들을 다수 초빙해 연설을 들은 웨스턴민스터대학이다. 그러나 체니는 연설 내내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존 케리를 공격했다. 퇴역 육군준장이고 웨스트포인트 학장을 지낸 램킨 총장은 당황했다. 램킨 총장은 체니 초청과 연설 주제 등과 관련해 학생과 교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유감을 표명했다. 그리고 형평을 고려해 케리 후보에게도 대응할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학의 이미지가 훼손될 것을 우려한 조치였다고 USA투데이가 최근 보도했다.
웨스트민스터대 외교정책 연사로 체니 부통령 초청
대선후보 케리 비난 일색… 총장, 학생·교직원에 사과
효과 없자 ‘1년에 15만달러’계약으로 외부 전문가 고용
최근 한 위기관리 세미나에 70개 대학 대표들 참석 성황
램킨 총장의 이메일 내용은 당장 전국 언론에 공개됐다. 그는 센세이셔널한 뉴스의 한 복판에 서게 됐다. 램킨 총장은 자신을 중도우파라고 분류한다. 하지만 그는 “학생들은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다. 정치적 노선에 있어서 균형감각을 지녀야 한다는 주장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좌파적 성향의 견해에 솔깃할 뿐이다”라고 했다.
체니 연설과 관련한 ‘낙진’을 말끔히 청소하기 위해 램킨 총장은 백방으로 뛰었다. 논란이 잠잠해지지 않자 그는 전문가에 의지하게 됐다. 자신의 조치를 학생, 언론과 일반인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위기관리 전문가의 조언을 들어야 했다.
이처럼 대학 측이 위기 관리를 위해 전문가의 자문을 구하는 사례에 대한 통계는 없다. 그러나 이메일, 블로그 등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 위기관리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고 대학 측에서도 이러한 추세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램킨 총장을 도운 크리스토퍼 심슨은 최근 자신이 주최한 세미나에 예상보다 많은 70개 대학 대표들이 참석했다고 했다.
코네티컷 월링포드의 아카데미 커뮤니케이션스를 운영하는 랜들 케네디는 자신의 고객인 15개 대학은 모두 위기관리프로그램을 갖고 있어 웨스트민스터대학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경우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돼 있다. 대학의 위기는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촉발할 수 있다. 테러 위협, 학생 사망, 표절시비, 총장불신임 등 다양하다.
램킨 총장을 자문한 심슨은 최근 서부지역의 한 대학으로부터 ‘SOS’ 연락을 받았다. 한 교수가 대학 측에 반기를 들고 캠페인을 벌일 채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측이 나름대로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심슨이 지난 2000년 인디애나대 행정가로 일할 때 야구코치 바비 나잇 해고건과 관련해 학교가 한바탕 소란을 벌였던 적이 있다. 심슨의 이러한 경험이 학내분규를 방지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 것이다.
학대 분규의 씨앗으로 이념 갈등을 빼놓을 수 없다. 뉴욕주 클린턴의 해밀턴칼리지는 9.11사건과 관련해 한마디 듣기 위해 연설을 잘 하는 콜로라도대의 워드 처칠교수를 초빙하기로 했었다. 그런데 일은 성사되지 않았다. 대학 측은 처칠교수가 다른 곳에 쓴 에세이에서 테러희생자들을 나치전범 아돌프 아이히만에 비유한 사실을 알아냈다. 언론이 시끄러워졌고 폭력 위협도 나왔다. 대학 측은 이 연설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이념논쟁을 야기한 처칠교수가 몸담고 있는 콜로라도대학은 이 문제와 함께 풋볼선수 모집비리라는 악재가 겹쳐 엘리자베스 호프만 총장이 사임하고 말았다. 콜로라도대는 위기관리 전문가인 심슨을 고용하려 했으나 시간당 350달러를 청구하는 바람에 계획이 무산됐다. 위기관리 상담가는 하루 평균 2,500-3,500달러를 요구한다. 심슨은 웨스트민스터대와 ‘1년, 15만달러’ 계약을 맺었다.
대학들이 저마다 앞다퉈 외부전문가에 의지하는 것은 아니다. 올랜도의 센추럴 플로리다 대학의 부총장 겸 뉴스정보 디렉터인 린다 그레이는 1990년 플로리다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했을 때 이 대학 대변인이었다. 그레이는 “학교가 직면한 문제를 외부인사에게 설명하지 말고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위기관리 전문가들도 그레이의 ‘자체 해결’ 노력의 중요성에 동의한다. 문제의 핵심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것은 바로 대학 측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나치게 “쉬쉬”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즉각 밝히지 않는 것은 문제를 키울 뿐이라는 것이다. 만일 언론이 내용을 잘못보도하기라도 하면 위기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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