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뉴올리언스 다운타운의 주도로인 캐널 거리의 한 샤핑몰 앞에서 한인이 약탈 여부를 확인키 위해 군인들에게 상점 안으로 들어가게 해 줄것을 요청하고 있다. <서울본사 제공>
마켓·세탁소 등 운영업소 대부분 큰 피해
한국 신속대응팀, 피해상황 파악 대책 논의
<뉴올리언스=김병기 특파원>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한인들의 인명피해는 다행히 지금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으나 한인이 운영하는 업소들은 대부분 파손됐다.
휴스턴 총영사관의 민동석 총영사와 한국에서 급파된 신속대응팀(팀장 이경철) 등 한국정부 관계자들과 교민 대표들은 지난 주말 뉴올리언스 등 교민 피해지역을 방문, 한인 피해상황을 파악하는 한편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케너지역에 위치한 영패션(대표 박해진)의 경우 잠긴 물은 빠졌지만 출입문은 모두 부서진 상태로 내부에 있는 액세서리 등 물건은 모두 도난당했다. 피해동포는 출입문에 바리케이트를 쳐서 추가 약탈을 막으려고 애쓰기도 했다.
트래블 라지에 고립돼 있었던 범양해운 소속 선원 김종만(59), 김판수(65), 조장훈(54), 가국현(23), 박주명(22) 등 5명은 1주일 동안 외부와의 연락이 두절된 채 전기와 물이 끊긴 상태에서 처참한 생활을 하고 있다가 구조 되었다.
매러리 지역에 위치한 동양마켓(대표 문정숙)은 다행히 약탈은 당하지 않았으나, 무릎 위까지 찬 물로 물건들이 많이 부패되어 있었고, 이어 방문한 제일 한인침례교회도 침수 피해가 있었다.
로얄세탁소를 운영하는 김격 대표(56)는 “홍수보험에 가입은 하였으나, 피해가 워낙 커 모두 커버가 되어 새 건물을 지울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말하고, “매릴랜드에서 30년을 살다가 전 재산인을 투자해서 세운 사업체가 하루 아침에 물에 잠기고 지붕이 내려 앉는 등 큰 피해를 당하고 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울먹였다.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물에 잠긴 아메리칸 드림
이기흥씨 두달전 장만 세탁소 침수 망연자실
“두 자녀가 언제까지 건강하게 버텨줄 지가 가장 큰 걱정이에요.”
2일 배이튼 루즈 한인교회에 마련된 임시 수용소에서 만난 이기흥(뉴클리너 세탁소 운영)씨는 대피상황을 묻는 질문에 5살 난 아들과 6개월 된 딸아이에 대한 염려가 앞선다. 이씨 가족은 허리케인이 뉴올리언스를 강타하기 직전인 지난달 30일 허겁지겁 피난길에 오른 뒤 벌써 1주일 넘게 수용소를 전전하고 있다.
이씨는 뜻밖에도 단 두 달 전까지 LA에서 살던 앤젤리노였다.
4년 전 미국에 이민 와 다운타운 자바시장에서 일하며 차곡차곡 아메리칸 드림을 쌓아 온 그는 지난 6월 형님이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행 비행기에 올랐다. 전 재산을 투자해 세탁소를 하나 장만하면서 느낌 기쁨은 세탁소와 함께 물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러나 이씨에겐 5살 난 아들과 딸아이의 걱정이 앞서고 있다. 이씨는 “처음에는 며칠 뒤 집에 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막막하다”며 “얼마가 될지 모를 긴 타지 생활에 아이들의 몸과 마음이 지칠까 걱정”이라고 말하는 그의 눈가에 어느새 작은 이슬이 맺혔다.
‘천사의 도시’에서 ‘재즈의 도시’로 새 꿈을 꾸며 이주했던 이씨지만 그 꿈은 다른 도시에서 이뤄야 할 것처럼 보인다. 그는 “민심이 흉흉해 여기서는 더 못 살 것 같다”며 “일단 한인들이 많은 애틀랜타에서 새 삶을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루이지애나 - 이의헌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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