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식물인간 상태에 있는 네살배기 남자아이에 대한 안락사 허용 여부를 놓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31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상파울루 주 프랑카 지역에 거주하는 제손 올리베이라(35)라는 남성이 4년째 식물인간 상태로 병원에 누워있는 아들의 안락사를 허용해줄 것을 법원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종교 및 법률ㆍ의료단체들이 반대의사를 밝히고 나서는 등 논란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제손은 전날 생후 4개월 때부터 퇴행성 신진대사 증후군으로 전신마비 증세를 보여 지금까지 병원 신세를 지고 있는 아들 조앙(4)이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고 숨을 거둘 수 있도록 안락사 허용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는 21일 다섯 살 생일을 맞는 조앙은 현재 미세한 두뇌활동을 제외하고는 움직이거나 말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이며,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채 위에 직접 연결된 고무튜브를 이용해 영양을 공급받으며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의료진들은 조앙의 증세가 치료될 가능성이 없다는 진단을 이미 내렸으며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조앙이 사망하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고통을 줄이기 위한 안락사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손은 아들이 고통받는 모습을 더 이상 보기 힘들다면서 죄가 되는줄 알면서도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병실에 몰래 들어가 인공호흡기를 떼어내려다 경비원들에게 발각돼 쫓겨나기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브라질에서 안락사가 법으로 금지돼 있는 것은 알지만 아들의 고통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현실을 지켜보는 부모의 심정은 아무도 모를 것이라면서 웃지도, 움직이지도 못하는 아들을 보고 싶지 않아 최근 3개월 동안은 병실을 찾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손의 안락사 요청을 맡은 변호사는 조앙이 입원해 있는 프랑카 병원을 포함해 몇 곳의 병원으로부터 안락사 허용 요청에 필요한 의견서를 받아 법원에 제출할 것이라면서 얼마전 미국에서 있었던 테리 샤이보 건과 마찬가지로 법원이 안락사를 허용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조앙의 어머니(22)는 아들의 생명을 멈추게 할 수는 없으며, 아들은 반드시 회복될 것이라면서 안락사를 결단코 반대하고 있다.
그녀는 조앙이 입원해 있던 지난 4년 간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병실을 지키며 아들을 간호해 왔으며, 이 때문에 직업을 가질 수가 없어 정부에서 지급하는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조앙에 대한 안락사 허용 요청 사실이 알려지자 가톨릭과 법률ㆍ의료단체들이 반박하고 나섰다.
프랑카 교구의 카에타노 페라리 보좌신부는 가톨릭의 입장은 명백하다. 생명을 위해 안락사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모든 생명에는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최근 열린 브라질 가톨릭 주교협의회(CNBB)에서도 인간 생명과 가족의 존엄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
마르시아 레지나 마샤도 멜라레 상파울루주 변호사협회(OAB) 부회장은 안락사는 법원의 허가를 통해 죽음을 돕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멜라레 부회장은 현재 안락사 허용에 관한 문제가 브라질 보건부에 의해 제기돼 있는 상태지만 진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만큼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상파울루주 의료협회도 같은 견해를 나타냈다. 이자크 조르제 필료 회장은 조앙의 아버지가 겪은 고통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법으로 금지된 안락사가 허용될 수는 없다면서 의료진으로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지 언론은 제손이 안락사 허가 요청서를 법원에 곧 제출하겠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이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fidelis21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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